엄마라고 이 악물고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엄마라고 이 악물고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6.25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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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치하는엄마들이 펴낸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정치하는엄마들은 육아를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집단모성' 개념을 제시한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육아를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집단모성' 개념을 제시한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애나 키우지 왜 나왔냐 니가 뭘 안다고.” (닉네임, 그xxxxxx)

“집안정치가 우선인 듯하네요. 애 키우는거 장난 아닐 텐데.” (닉네임, 여x)

“근데요. 이렇게 선거운동 다니시면 애는 누가 키우나요? 남편 분은 직장다니실테고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닉네임, 매xxx)

베이비뉴스에서 지난 6·13 지방선거와 관련해 기획 보도한 기사 중 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엄마’와 ‘정치’를 분리하는, 무관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치가 엄마랑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아직 엄마가 정치한다는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책은 바로 이러한 틀을 깨고 세상에 나온 엄마들이 쓴 책이다. 지난해 6월 창립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이고은·조성실 공동대표 3인과 정치하는엄마들 강미정·권미경·김소향·김신애·백운희·임아영·최지현 회원이 필자로 참여한 책이다.

이 단체는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을 했던 장하나 전 의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장 전 의원은 책에서 “엄마들이 정치에 나서야만 독박육아를 끝내고 평등하고 행복한 가족 공동체를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우리 만납시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변화에서 시작됐다. 정치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못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엄마가 왜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해주고 있다. 육아를 대부분 여성에게 일임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주소에서 벗어나, 독박육아 틀에 갇혀 있는 엄마들을 시간적으로 자유롭게 해준다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불평, 불만의 표현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한국 육아정책 현실은 참담하다. 육아와 보육 정책에 있어서 중심이 돼야 하는 여성들이 빠지게 됨으로써 정부는 이들에게 쓰여야할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거나, 경제 논리에 따라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장하나 대표는 “청년 비례대표였던 제가 국회의원이 된 뒤 임신을 했다고 하면 ‘여자를 뽑아놓으니 애 낳고 쉰다’는 말을 들을까봐 당당하지 못했어요. 2016년 기준으로 20대 국회의원 전수 조사 결과, 평균 재산이 41억 원, 평균 연령은 55세, 83퍼센트가 남성입니다. 애초부터 엄마들을 대변할 수 없어요”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깨달았죠. 아무도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대통령이 바뀌어도, 국회의원들이 바뀌어도 내 문제는 우선순위 밖이라는 것을요. 다들 인구 절벽과 저출산 문제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위한 투자는 언제나 후순위라는 것을요. 그렇다면 내가 바꿔야지 싶었어요.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잖아요. 엄마 정치 모임도 그래서 참여했습니다. 나는 엄마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아니까요.” -p23, 30대 임아영 씨

◇ 육아를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집단모성' 개념으로 바라봐야

지난달 21일 출판된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저자 정치하는엄마들). ⓒ생각의힘지난달 21일 출판된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저자 정치하는엄마들). ⓒ생각의힘
지난달 21일 출판된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저자 정치하는엄마들). ⓒ생각의힘

최근 미세먼지로 나라가 시끌벅적했다. 미세먼지 카페 회원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카페 엄마들은 기자회견도 하고 토론회도 참여하는 등 정책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보육, 교육, 페미니즘 등 여러 면에서 참여하는 엄마들이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엄마들이 왜 정치를 해야 하고 알아야 하며,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책에서 아이를 키워보면 육아에는 모든 이슈가 겹쳐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보육·교육·주거 등 어느 것 하나 관련되지 않은 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야말로 정치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육아를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받아들이는 ‘집단모성’ 개념을 제시한다. 가사와 돌봄 등을 생물학적 엄마로만 규정하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로 보고, 그렇게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주장하는 육아 문제의 기본 해법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부부에게 육아가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퇴근이 늦기 때문이다. ‘기-승-전-노동시간’이란 얘기다. 실제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칼퇴근법 및 보육 추경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칼퇴근법은 개인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아이는 부모와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돈만 몇푼 쥐어준다고 초저출산을 해결할 수는 없다.

나는 하루종일 독박육아로 ‘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살아야 하는 모순이 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 권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왜 힘든지, 이 힘든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기에.

“정치하는엄마들의 ‘엄마’란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 성별이나 연령을 넘어서 모든 성인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이어야 한다.” -p47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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