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만큼 사무치게 미운 사람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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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만큼 사무치게 미운 사람 ‘아버지’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8.06.26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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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저자 뚜루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한 가부장이 있다. 평생의 과업이 ‘내 식구 먹여 살리는 것’ 뿐이었던. 이제는 늙었고 예전만큼 거대하지 않지만, 세월을 지나며 굳어온 삶의 방식 그대로, 여전히 고집스럽고 투박한 가부장이 있다. 

이러한 가부장을 아버지로 둔 한 사람이 있다. 왕년에는 효녀 소리 깨나 듣던. 하지만 이제 효녀 코스프레에 지쳤단다. 지친 김에 가부장과 가족을 돌아보며 한 권의 책을 펴냈다. ‘뚜루’라는 필명으로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를 쓴 저자의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어봤다. 

◇ 애증의 상대, 가부장

"아버지, 가족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루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가족이 그래서 위대한 것 같다." ⓒ뚜루
"아버지, 가족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루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가족이 그래서 위대한 것 같다." ⓒ뚜루

Q.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라고 밝혀져 있다. 언뜻 보면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읽다보면 애정이 크다는 게 느껴진다. 작가가 책을 쓰기 전, 쓰던 도중, 쓰고 난 후의 감정과 생각의 흐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쓰기 전의 상태가 불화로 인한 분노가 끓어오르던 시기였다면 쓰던 도중 상당 부분이 나의 분노로 인해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같은 사건이어도 나와 언니와 엄마의 기억이 같으면서 다른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다 쓰고 나니 차곡차곡 모아 둔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꼭꼭 눌러 담아 미련 없이 내다 버린 기분이랄까. 후련하다. 

하지만 후련하다고 해서 감정의 정리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좀 좋았다가 내일은 더 좋았다가 모레는 미치도록 화가 났다가... 감정이 정리된다기 보다 마구 뒤섞여 범벅이 된다. 아버지와의 통화가 무사히 끝났다면 그날은 애정의 마음이 좀 더 강했다가 사소한 언쟁으로 목소리가 높아졌다면 그날은 미운 마음이 강하게 끓어오르는 날이 되고는 한다. 이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싶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감정의 잡탕찌개를 호호 불며 입천장 데이지 않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Q. 혹시 작가 스스로 ‘딸이 아니라 아들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들 역할에 느끼는 우월감 혹은 콤플렉스가 있나? 

남동생에게 물었다. “어릴 때 넌 참 혜택을 많이 받았어? 그치?”

남동생은 아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심술이 잔뜩 묻은 나를 바라보며, 내가 알지 못했던 그날의 사정에 대해 말했다. “무슨 소리냐? 나도 그때 어! 아주! 어! 많이! 어!!!!!”

딸이라서 받았던 차별이 피해 의식으로 굳어지거나 아들이라서 받은 혜택이 우월감으로 굳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Q. 아버지가 만약 다른 사람 얘기도 잘 듣고, 받아들이고, 유연한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하다.
 
책을 쓰며 누구보다 이상적인 아버지를 둔 지인을 만났지만 그에게도 아버지와 도저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 가족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루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내는 가족이 그래서 위대한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위대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존경합니다. 나의 아버지.”

◇ 매일 친절할 수 없는 가족…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최선’

"가족에게 친절하기란 어렵다. 어제도 친절하고 오늘도 친절하고 내일도 친절할 수만은 없어서다." ⓒ뚜루
"가족에게 친절하기란 어렵다. 어제도 친절하고 오늘도 친절하고 내일도 친절할 수만은 없어서다." ⓒ뚜루

Q.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 구성원의 역할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상적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적인 것 같다. 타인에게 이상적인 것이 나에게 이상적일 수 없듯이. 만약 나의 이상적인 가족 구성원상을 투영해서 가족들에게 바란다면 서로에게 부담일 것이다. 

나는 단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왜일까? 매일매일 일상의 자잘한 모든 것들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친절하기는 이래서 어렵다. 어제도 친절하고 오늘도 친절하고 내일도 친절할 수만은 없어서다. 폭발하는 순간 나의 친절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으면서 무리하지 않고 애쓰지 않으려 한다. 모든 관계에서 유연함은 필요하다. 특히 나처럼 민감하고 예민한데 소심하기까지 하다면 매우 그렇다.
 
Q. 책을 읽다보니 작가가 비혼주의자인 것 같다.
 
맞다. 일 관계로 두 번 만난 사람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았고 나이를 말하자 “오!!! 나이가 많네요. 나이 많은 여자들은 대체로 까칠하던데. 그래서 결혼들을 못하나”라는 뒷말을 흐리는 대답을 듣고 아찔했던 경험이 있다. 

같이 있던 여자분도 말씀이 없으셨다. “그건 말이죠. 살면서 무례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그래요”라고 했지만, 그 사람은 다음번에 만날 때도 끊임없이 “왜들 결혼을 안 하느냐”며 강박처럼 말했다. 

비혼주의라고 하면 사람들이 자꾸 계기를 물어본다. 사연 많은 여자의 한풀이라도 듣고 싶어 하는데 그런 거 없다. 자연스럽고 유연해졌으면 한다.
 
◇ 누구보다도 책을 사랑하는 ‘북카투니스트’의 삶

다른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아기 키우세요? 아이템 좀 공유해요." ⓒ뚜루
다른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아기 키우세요? 아이템 좀 공유해요." ⓒ뚜루

Q. 북카투니스트라는 직업이 독자들에게 생소하다. 평소에 어떤 작업들을 하는지, 아이템 선정이나 작업 과정 등에서 에세이스트·웹툰 작가들과 같거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예스24에서 ‘뚜루와 함께 고고씽’ 연재를 하면서 북카투니스트가 됐다. 책을 읽다 보면 한 페이지의 장면이 한 컷으로 정리될 때가 있다.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처음에는 단순한 한 컷 그림에 서평을 남겼었다. 그러다 그림이 길어지고 서평 자체가 그림으로 완성되면서 알려지게 되어 연재도 하게 됐다. 굉장한 경험이며 지금도 사랑하는 직업이다. 

나는 아이템을 가리지 않는다. 가릴 처지가 아니다. 아이템이라면 거의 나의 일상에 가깝다. 주변 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한다. 물론, 책에 그들의 이야기가 반영된다면 물어본다. “이 얘기 그려도 돼?” 그럼 다들 “뭘 그런 걸 묻냐”면서 빵 터진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했던 말이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소중한 기억이라면, 나중에 책이 나왔을 때 그 대목을 그들이 읽는다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해서 소심한 작가는 허락을 구한다. “어제 있었던 그 일, 써도 돼”라고.

작가들이 저마다 하는 방식이 어떤지 몰라서 알 수는 없지만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에게 작업 과정의 차이보다는 아이템 선정의 차이가 작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떤 아이템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다른 작가님들은 잘만 하시던데…’ 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일기 쓰듯이 아이템을 모은다. 일개미처럼. 여왕개미를 꿈꾸면서.
 
Q. 다음 작업으로 어떤 걸 생각 중인지 궁금하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육아다. 비혼이 육아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 어처구니없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남동생이 축복 속에 쌍둥이를 출산했지만 이른둥이라서 엄청난 관심과 주의와 사랑을 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또 일상이라는 게, 아이가 태어났어도 우리 모두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어쩌다 보니 남들이 볼 때 평일에 시간이 남아도는 잉여인력으로 간주되는 내가 육아를 하러 다니고 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아기에게 힘겹게 분유도 먹이고 트림 시키느라 30분을 등을 토닥거리고 빵빵해진 기저귀도 벌벌 떨면서 갈고... 등센서 작렬하는 아기를 안고 눕히고 반복하면서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모든 것들의 기본이 체력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다른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아기 키우세요? 아이템 좀 공유해요.” 이러다 고모 육아 일기 쓸 기세다. 

아이 안 낳는 여자 이야기를 풀어볼까도 꿍꿍이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고모 육아중이라 아이 없이 반려 없이 살아갈 여자의 인생도 궁금해졌다. 어떻게 살아질까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막 우울하거나 공포스러운 건 아니다.(엄마는 걱정하시지만) 주위의 비혼에 독신인 씩씩한 여자들이 내게 용기를 주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그 이야기가 모두 내 이야기가 될 날을 기다리며 꾸준하고 성실하게 그려나갈 계획이다. 

멀리서 나를 봤을 때 관심사는 심심하게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잉여롭게 한가한 것 같지만 사람마다 사정은 다르다. 심심할 것 같은 일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태풍의 한가운데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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