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외출한다는 것은? 어디로 나들이 가야 하나요?
아이와 외출한다는 것은? 어디로 나들이 가야 하나요?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06.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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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피츠버그에서 살던 시절, 아이와 근처 공원을 찾은 어느 날. ⓒ이은
피츠버그에서 살던 시절, 아이와 근처 공원을 찾은 어느 날. ⓒ이은

아이의 방학이라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국의 학기제는 보통 한국과 다르게 8월말에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하고 6월이면 한학년이 다끝나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꽤 길다. 긴 방학을 이용해서 잠시나마 한국을 찾은 것은 사실 손주들을 애타게 보고 싶어하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뵙겠다는 미명아래 독박 육아를 잠시나마 탈출해보고자 하는 나의 몸부림이었다. 한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한창 호기심많은 큰 아이는 벌써부터 오랜만에 서울 탐험을 꿈꾸고 있으며, 아직 어린 작은 아이 역시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만 갇혀있다보니 답답한 눈치이다.

미국에서 아이와 나들이를 하게 될 때,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곳은 단연코 공원이다. 미국은 대체로 대도시에도 녹지가 잘 조성되어있고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을 한다거나 안전하면서도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편인 공원을 찾아 잔디 위에 천을 깔고 뒹굴뒹굴 풀냄새를 맡고 아이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미국에서도 두번의 이사를 했고 이 때문에 길진 않지만 중부와 동부의 세 도시에서 살아보았다. 내가 살았던 어느 도시든 공원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에 오고 나서 아이와 어디로 나들이를 갈 것인가가 큰 문제가 되었다. 몇 년 전에 서울에 머물 때는 어느 곳으로 외출했었는지를 곱씹어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 고궁, 그리고 각종 체험 공간을 주로 찾았던 것 같다. 서울은 분명 편리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많은 곳이지만 아직 돌도 안 된 둘째와 동행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곳이 많았다. 인구밀도가 높다보니 붐비는 장소가 많고 아무래도 모든 일의 템포가 빠르다보니 외출할 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하기에도 편리하고, 복잡한 서울에서 느린 템포로 움직여도 눈치가 덜 보이는 대형 쇼핑몰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 올 때마다 모국인 한국이 여전히 너무 좋고, 내 고향 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미국 생활이 이미 많이 익숙해져 편리한 점이 많고 아이들과의 생활도 만족하는 편이면서도 가끔 한국이 그립고, 가족들이 있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와 살까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 때 큰 아이에게 "한국이 더 좋아, 미국이 더 좋아"하는 유치한 질문을 슬쩍 던지곤 한다. 그 때마다 아이는 망설이다가 비슷한 대답을 한다. "둘 다 좋아." 내가 다시 "한국은 어떤 점이 좋고 미국은 어떤 점이 좋아"하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한국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가 있어서 좋고, 미국은 초록색이 많아서 좋아"라고 대답한다. 아이에게도 공원과 풀밭, 숲이 있는 환경은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아이들이 풀을 밟고, 곤충을 관찰하고 나무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행히 서울도 예전보다는 녹지가 조금 늘어나고 있는 노력이 보이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인구밀도 탓인지, 늘 진행 중인 개발 탓인지, 그도 아니면 높에 치솟을 때로 솟아버린 지대(地代) 탓인지 가까운 곳에서 '초록색'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미세먼지 문제까지 더해져 아이들과 여유로운 느릿느릿 나들이는 요원하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점점 다양한 빛까리 되어가는데 '초록색' 풀도, '파란색' 하늘도 보여줄 수 없이 흑백의 공간들이 사실은 너무나 다채로운 서울의 매력을 가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나날이다(라고 쓰고 에너지 넘치는 아들래미와 한국에서 나들이 나갈 곳을 애타게 찾고 있는 한 엄마의 푸념이다라고 읽는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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