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독박육아 있을까?’ 엄마들이 만나러 갑니다
‘북한에도 독박육아 있을까?’ 엄마들이 만나러 갑니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7.05 2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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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북 엄마교류 추진하는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미아동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의 자택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왼쪽) ‘평화이음’의 황선 남북교류협력위원장도 함께 자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미아동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의 자택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왼쪽) ‘평화이음’의 황선 남북교류협력위원장도 함께 자리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물론 빨리 가보고 싶고 빨리 만나보고 싶고 그러겠지만,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사람들한테 꿈을 꾸게 하는 게 정말 좋아요. 준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북이 만나서 만든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되더라고요.”

가본다는 곳은 평양, 만난다는 사람은 북한의 엄마들이다.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훈풍에 발 맞춰 ‘남북 엄마교류’를 준비하는 엄마들이 있다.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올해 초부터 한 달에 한 번씩 5~10명의 엄마들이 모여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한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통일시대를 맞이할 모임”으로 꾸려가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방북’이다. 올해 안에 30여 명 규모의 ‘엄마 방북단’이 버스를 타고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하는 것. 북한의 엄마들을 만나 ‘통일을 위한 엄마들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도 열고, 북한의 보육·교육시설들을 둘러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간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활발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교류사업은 없었다. 이들의 목표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열 살, 일곱 살, 세 살 세 아이의 엄마다. 인터뷰가 진행된 서울 미아동 김 대표의 자택에는 남북 엄마교류 사업에 도움을 주고 있는 ‘평화이음’의 황선 남북교류협력위원장도 함께 자리했다. 첫 질문은 엄마교류라는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응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통일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우리 엄마들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다섯 명 정도가 이야기를 시작했죠. 북에서는 어떻게 애들을 키우는지, 서로 다른 제도 속에서 애들을 키우다보니 궁금하기도 하고, 엄마로서 좀 더 우리한테 절실하게 다가오는 고민들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죠.”(김은주)

역시 평창동계올림픽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리고 ‘촛불대선’ 이후 변화한 한국사회와 남북미를 둘러싼 국제관계 변화 역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황 위원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엄마들이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하게 되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있었죠”라며 설명을 보탰다.

“엄마들은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많아요. 나중에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워낙 아이한테 매여 있다 보니까 세상일에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적거든요. 그런 엄마들의 관심까지 반영해서, 발전하는 남북관계에서 뭔가 소소하게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황선)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 김 대표는 열 살, 일곱 살, 세 살 세 아이의 엄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은주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 대표. 김 대표는 열 살, 일곱 살, 세 살 세 아이의 엄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북한 엄마들 만나 ‘통일교육’ 토론회 열고 보육·교육시설 견학 계획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지나면서 모임을 확장했다. 5월과 6월 열린 모임에는 열 명 안팎의 엄마들이 모여 강연도 듣고 생각도 나눴다. 아이 키우느라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엄마들이라,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학교에 보내놓고 오전에 만난다. 짧은 시간에 빨리 이야기하고 헤어져야 하는데, 그마저도 아이가 너무 어려서 올 수 없는 엄마들이 많다며 김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인터뷰를 하기 닷새 전, 지난달 21일 서울 행당동 평화이음 사무실에서 열린 모임에는 기자도 잠시 자리를 함께했다. 열 명 정도 되는 엄마들이, 각각 통일을 주제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아이들의 생각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했다.

“이건 팥빙수가 아니라 냉면입니다.(웃음) 남북정상회담을 보고 나서 ‘오늘은 이런 날이야’ 하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 뒤로 EBS ‘보니하니’에서 통일교육주간 특집방송을 했는데, 아이가 그걸 보고 ‘하니가 그러는데, 평양냉면이 진짜 맛있대!’ 하더라고요. 온 가족이 가서 먹어보고 싶다고 그린 그림이에요.”(김은주)

인터뷰 때, 김 대표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다시 보여달라고 했다. 일곱 살 둘째는 공주 드레스를 입고 가족들과 함께 평양냉면을 먹는 자기 모습을 그렸다. 열 살 첫째는 남북 어린이들이 같이 다니는 초등학교 모습을 그렸다. 남북 어린이들이 같이 손을 잡고 학교 안 텃밭도 가꾸고 전래놀이도 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배우고 있는지 아직 우리는 거의 ‘상상화’에 가까운 그림밖에 그릴 수가 없다. 서로 적대해온 긴 세월만큼 단단해진 국가보안법이라는 장벽 때문에 정보 역시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남북의 엄마들이 직접 만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북이 매우 낙후된 곳이라는 생각들이 있는데, 그건 겪어봐야 알 수 있죠. 실제로 아무리 낙후된 곳이라도 우리가 배울 것이 분명히 있고, 배울 점이 없는 사회는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미리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아마 직접 보고 나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해요. 북이 버텨온 힘이 ‘교육’에 있고 앞으로 미래도 교육으로 열어가겠다고 하고 있는 만큼 교육 부분에서 볼 것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황선)

사실 우리는 오랜 세월 북한의 교육을 교육이라 부르지 않았다. 북한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세뇌’였다. 황 위원장은 “우리 역시 ‘세뇌’라고 세뇌 받아왔다”는 표현을 썼다. 갈라져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편견과 오해의 틈도 넓다. 남과 북의 엄마들이 처음으로 같이 만난다면 무엇부터 풀어야 할까.

“아이들과 같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통일교육을 해야 하는데, 서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통일교육을 어떻게 해나갈지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독일 통일 과정에서도 통일교육은 아쉬운 지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잖아요.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게 제일 핵심이에요.”(김은주)

김 대표는 열 살, 일곱 살 아이들과 함께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베이비뉴스
김 대표는 열 살, 일곱 살 아이들과 함께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베이비뉴스

◇ 너무 다른 제도와 생활? “통일 지향 공감대만 있으면…”

북한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나 보육·교육시설, 아동병원 등을 둘러보는 것도 이번 방북의 주요한 목표다. 김 대표는 북한의 초등학교 방과후 교육과 예체능 교육에도 궁금한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남북의 아이들이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북한의 교육시설들을 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공부의 동기와 목표를 만들어주는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싶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아울러 황 위원장은 “북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중심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고 말을 더했다.

“아이 키우기 너무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데, 도대체 북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우리는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어려워서 고민이지만 보내놓고도 못 믿어서 불안하잖아요. 또 한쪽에서는 ‘집에서 놀면서 애나 보지, 왜 놀면서 애를 맡겨?’ 이런 시선들도 있고. 이런 환경이 북은 어떻게 다른지도 보고 싶어요.”(김은주)

황 위원장은 통일연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2005년, 방북 도중에 평양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한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다. 황 위원장은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북에서는 제왕절개 비용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아니 여성들이 그렇게 힘들고 위험하게 애를 낳고 사회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왜 돈을 내면서 애를 낳느냐’는 반문을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남북의 제도 차이가 만들어낸 ‘웃픈’ 에피소드였다.

과연 북한에도 ‘독박육아’ 같은 단어가 있을까. 김 대표도 북한 엄마들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똑같을 것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도 다른 제도에서 사는 엄마들한테는 맞지 않는 게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남편들은 육아를 잘 하는지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를 재워놓고 반짝 즐기는 엄마들만의 ‘불금’ 문화를 전파할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생활이 다른데 어디서부터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통일을 지향한다는 공감대만 있으면, 다르다는 걸 인정할 수만 있으면….”(황선)

황선 평화이음 남북교류협력위원장. 황 위원장은 통일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걸맞은 ‘속도’를 내주기를 기대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황선 평화이음 남북교류협력위원장. 황 위원장은 통일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걸맞은 ‘속도’를 내주기를 기대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1박 2일’도 평양편 준비하는데… 엄마들도 ‘먼 존재 아니구나’ 알게 되길”

방북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19일에는 '6·15민족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단 일부에 대해 통일부가 방북 불허를 통보한 바도 있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문화예술과 체육을 통한 교류가 재개됐지만 아직 민간 차원의 교류에 대해서는 여러 제약이 남아 있음을 알게 해준 일이었다.

황 위원장은 오는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이후에 ‘엄마교류’ 방북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을 꿈꾸는 엄마들의 모임이 해온 그동안의 준비는 “사람을 모으고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목표는 올해 안으로 평양에 간다는 것. 김 대표는 “(실제 방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우리가 준비를 얼마나 하는지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통일부 입장에서도 많은 것이 준비된 사람들한테 기회를 주지, 아무것도 없이 ‘저 갈래요’ 하고 손만 든다고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북은 우리가 모르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가서 보면 되지 뭐’ 하고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미리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찾고 고민해서 가자고 준비하고 있어요.”(김은주)

황 위원장은 통일부가 조금 더 ‘속도’를 내주기를 바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통일부가 아직 남북관계 진전에 걸맞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황 위원장은 “통일부가 마음을 열고 시대가 요구하는 교류협력사업이 어떤 것인지 인정하고 나오면 제일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예견되고 있는 가을, 늦어도 올해 안에는 30여 명의 엄마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평양으로 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조금 앞서나간 생각 같기도 하지만, 마지막 질문으로 방북 이후에는 어떻게 이 모임을 이어갈 계획인지 물었다. 역시 두 사람에게는 준비된 답변이 있었다.

“처음 준비할 때부터 ‘1회성 만남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행사 중심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었어요. 평양을 갔다 와서는 통일놀이터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남북 어린이들이 함께 하는 전통놀이를 가지고 놀이터를 만드는 것. 텔레비전에서 ‘1박 2일’을 보는데, 거기서도 ‘평양편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하더라고요. 엄마들도 ‘이제 북이 먼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김은주)

“엄마들의 교류를 시작으로 자녀들의 교류사업으로 또 다시 발전하면 좋겠어요. 남북 어린이들의 ‘소년야영소 통일캠프’ 같은 것으로 뻗어나가면 좋겠어요. 지금이야 북에 가려면 공식적인 행사에 전세기 띄워서 이렇게 갈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는 주변 엄마들끼리 그냥 철도 타고 크고 작은 다양한 규모로 갈 거라고 생각해요. 한번 다녀오신 엄마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었으면 해요.”(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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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ta**** 2018-07-11 05:38:39
정말 궁금하긴하네요
뉴스보니까. 보육시설도 있긴하던데
선생님들 한복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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