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놓겠다’는 정치인을 절대 뽑으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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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놓겠다’는 정치인을 절대 뽑으면 안 되는 이유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7.09 11:0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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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장 특강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우리 마을 만들기’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장(녹색교통 공동대표)는 지난 6일 오전 10시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우리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장(녹색교통 공동대표)은 지난 6일 오전 10시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우리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행자는 도로 폭원 전부를 사용할 수 있다. 도로상에서 놀아도 상관없다. ▲운전자는 사람의 보행속도보다 빨리 운전해서는 안 된다. ▲운전자는 보행자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네덜란드의 보행권 확보 제도 ‘본엘프’(Woonerf)에 대해 규정한 내용 중 일부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통대학원장(녹색교통 공동대표)은 지난 6일 오전 10시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열린 특강에서,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도로의 주인이 되는 것이 왜 중요하고 또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지 이야기했다.

특강의 제목은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우리 마을 만들기’. 특강을 주최한 곳은 ‘화곡본동 보행로안전 주민모임’이다. 화곡본동 보행로안전 주민모임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차로부터 안전하기를 꿈꾸며, 엄마들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마을길 개선사업과 보행권 실태조사 등 자발적인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특강 현장에는 20여 명의 엄마들이 참여했다. 진 원장은 오랜 연구 경험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청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겨가면서 열강했다. 틈틈이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특강은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알차게 진행됐다.

진 원장은 과도하게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는 문화를 지적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지금 도로의 주인은 오직 자동차뿐이라는 것이다. 진 원장은 청중들에게 자동차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는지 질문했다. 20여 명의 청중 가운데 네댓 명이 손을 들었다. 진 원장은 “이렇게 높은 확률로 자동차 때문에 다치고 위험에 처하면서도 사람들은 자동차 덕분에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꼬집었다.

“오늘날의 도시는 큰길이고 뒷골목이고 할 것 없이 자동차가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도시에는 반드시 자동차가 필요하고, 자동차는 너무나 중요하고, 자동차는 길의 주인이고, 당연히 자동차가 우선권을 갖고 있다는 의식 속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특강을 주최한 ‘화곡본동 보행로안전 주민모임’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차로부터 안전하기를 꿈꾸며, 엄마들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자발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는 모임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특강을 주최한 ‘화곡본동 보행로안전 주민모임’은 아이들이 마을에서 차로부터 안전하기를 꿈꾸며, 엄마들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자발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는 모임이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승용차 때문에 매년 쓰는 비용 82조… 교통은 복지와 직결”

선진국들은 자동차 중심의 교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인 미국도 뉴욕 브로드웨이의 도로교통 공간을 개편했다. 도심 주차장을 축소하고 270마일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브로드웨이의 보행자 전용도로는 서울의 ‘7017사업’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영국 런던도 도심 혼잡통행료 도입과 함께 도로교통을 혁신적으로 개편했고, 프랑스 파리의 베르트랑 들라노(Bertrand Delanoe) 시장은 “해로우면서도 끊임없이 증가해온, 또한 용납될 수 없는 자동차의 헤게모니에 대항하는 나의 정책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파리 도로교통을 혁신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왜 이런 변화들을 시도하기 어려운 걸까? 진 원장은 우리가 교통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두 가지 ‘미신’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신은 바로 “도로를 확장(신설)하면 교통문제가 해결된다”는 것과 “도심 주차장 건설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다”라는 것이다.

진 원장은 ‘도시의 대소, 자동차 보유대수의 다소, 도로율의 고저에 불문하고 도심의 차량 속도는 시속 16킬로미터에서 멈춘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도로 신설로는 해결될 수 없는 ‘유발교통수요’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LA의 경우 도심 전체 토지이용면적 가운데 도로, 지하철, 주차장 등 교통용지가 67%를 차지하지만 LA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교통지옥이라는 점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얼마 전에 지방선거가 있었는데요, 여러분들 선거 때 ‘나를 뽑아주시면 도로를 신설하겠습니다’라는 정치인은 절대로 뽑지 마세요. 승용차 중심의 정책으로는 교통문제 절대 해결 안 됩니다.”

2014년 우리나라의 승용차 대수는 약 1575만 대. 전체 자동차의 78.3%다. 1960년 전체 자동차 중 승용차의 비율은 41.5%에 불과했다. 도로 1킬로미터당 자동차 대수도 1960년 1.13대에서 2014년 190.4로 크게 증가했다. 모든 자동차가 한꺼번에 도로로 나온다면 약 5미터에 한 대 꼴로 도로가 가득 차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2012년 기준, 도로혼잡, 대기오염, 온실가스, 교통사고, 소음 등의 비용으로 한 해에 약 82조 30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진 원장은 “경부고속도로를 약 네 개, 개성-신의주 고속철도를 약 일곱 개, 인천국제공항을 약 아홉 개 건설할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 돈이 순전히 승용차 때문에 매년 쓰고 있는 비용이에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들이 별 생각 없이 살 뿐이죠. 82조 원이면 2012년 우리나라 총예산의 23.9%예요. 교육예산과 국방예산을 더해봤자 78조 원이거든요. 교통문제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아끼면 유치원부터 대학교 전부 공짜로 다닐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문제예요. 교통문제는 국민 복지와 직결돼 있습니다.”

진 원장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보행권 확보 운동의 모델로 1970년대 네덜란드의 본엘프 사업을 소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진 원장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보행권 확보 운동의 모델로 1970년대 네덜란드의 본엘프 사업을 소개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골목길에서만큼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돼야”

그렇다면 자동차가 주인인 길을 사람이 주인인 길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진 원장은 선진 각국의 보행권 신장 역사를 소개하며 특히 1970년대 네덜란드의 본엘프 사업을 강조했다. 주민들이 차량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에서 출발한 사업. 이날 특강을 주최한 곳이 ‘화곡본동 보행로안전 주민모임’인지라 본엘프 사업에 대한 설명에 청중들은 특별히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마을길을 위험하게 달리는 차량에 항의하기 위해 엄마들은 집 앞에 화분을 놓기 시작했다. 길이 구불구불해져서 차량들은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마을은 안전해지고 더불어 아름다워졌다. 그러한 주민들의 운동에서 착안한 본엘프 사업은 ▲보차공존도로 ▲저속제한속도 ▲교통정온화 기법을 특징으로 한다.

1988년 유럽의회는 최초로 보행권을 명시한 보행자 권리 헌장을 제정했다. “보행자가 도로 및 생활공간에서 신체적, 정신적 복지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매연과 소음 등이 없는 건전하고 건강한 환경과 공간에서 살 권리”를 명시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서울시가 최초의 보행권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진 원장은 ‘사회실험’을 강조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과의 협치를 통한 사업추진 방식’이라는 것이다. 관에서 일방적으로 내리꽂는 방식은 주민들의 반발을 초래한다. 주민들이 자발적인 사회실험을 통해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이 개선의 ‘속도’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골목길에서만큼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돼야 한다’고 여러분이 나서면, 결과적으로 여러분의 자녀가 안전해집니다. 그리고 골목에 차가 없어지면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대신 골목에 나와서 공을 차고 뛰어놀 겁니다. 엄마아빠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어요. 자기 아이를 일류로 키우기 위해 차를 끌고 학원으로 학교로 빨리빨리 왔다 갔다 해요. 그게 애들을 망쳐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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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l89**** 2018-07-28 01:40:12
신선한 충격이에요. 요즘같은 시대 자동차없이
움직이기 힘든데... 하는 생각을 많이했었는데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s**** 2018-07-26 23:31:58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수있는  차없는 거리가 언제쯤 생길까요

hejin**** 2018-07-24 19:13:10
개선책이 마련되어서 살기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길!!

t**** 2018-07-24 15:59:36
골목에서도 차들이 갑자기 나오고 하니 자동차가 아닌 사람이 주인이 돼야하는데 주객이전도 된거같네요:;;

db**** 2018-07-23 15:43:26
도로가 복잡해요 주차라도 개선이 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