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출산 차별 개선 나선 정부… “현장과 괴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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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출산 차별 개선 나선 정부… “현장과 괴리” 지적도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7.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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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차별 없는 비혼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9일 국회에서 ‘차별 없는 비혼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9일 국회에서 ‘차별 없는 비혼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열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감회가 새롭습니다. 비혼출산에 대해 본격적이고 전면적으로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기된 이슈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나가는 노력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 시작점입니다.” -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장에서 (미혼모)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의 괴리가 너무 큽니다. 지금 출생등록조차 못하고 있는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도 갈 수가 없습니다. 태어난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6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현장에서 나온 상반된 평가다. 포럼의 제목은 ‘차별 없는 비혼출산, 그 해법을 찾아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여성가족부가 함께 주최하고,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관한 자리다.

지난 5일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 부처들이 합동으로 ‘저출산 핵심과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한부모 가구 아동양육비 인상을 비롯, 혼인 여부에 따른 제도적 차별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에 따라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현장에는 150여 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회의실 뒤편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청중들도 여러 있었고, 취재진 역시 20명 가까이 몰려 취재석 또한 추가로 마련해야 했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그리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해 환영사를 했고, 국회포럼1.4를 대표해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축사를 했다.

이날 포럼은 하나의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을 진행하기보다는 비혼출산에 대한 차별적 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었다. 발제자인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김순남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각각 ‘비혼출산 양육의 차별 제도 개선 방안’과 ‘차별 없는 가족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새로운 관점과 정책들을 제안했다.

포럼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포럼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왼쪽부터).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비혼출산 독려 아냐… 모든 아이들 차별 없는 사회 만드는 것”

먼저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혼가족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저출산 현상의 해소를 위해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출산을 독려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존중받고 가족 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위원이 제안한 ‘차별적 제도 개선 과제’는 모두 여섯 가지다. 첫 번째는 위기 임신·출산 지원 강화. 송 연구위원은 “비혼으로 임신·출산을 하는 여성들은 가족에서 배제되거나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인식,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위기 임신·출산에 대한 전화상담부터 방문상담, 긴급쉼터 및 의료·법률 서비스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신뢰출산제’ 도입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베이비박스와 아동유기 문제에 대응해 프랑스와 독일 등 국가는 모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익명출산제 또는 신뢰출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아동의 친부모를 알 권리’와 충돌한다는 점 또한 설명하며 “중장기적 과제로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연구위원이 제안한 세 번째 과제는 ‘출생통보제’ 도입이다. 출생통보제는 “아동 출생 시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국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하고 추후 부모 등 출생신고 의무자가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출생신고제도는 “부모의 출생신고가 없으면 국가가 아동의 출생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신고의 누락과 지연, 허위 출생신고 발생 등 제도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 송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송 연구위원은 “태어난 아동의 권리보장은 출생 즉시 등록되는 체계를 국가에서 갖춰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출생아동의 신속한 등록과 지원은 국민 편의와 행정서비스 관점에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 되도록” 촉구한 바 있고,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도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밖에도 송 연구위원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민법상 부성우선원칙 폐지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아버지가 자녀 존재를 인지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종전 성(姓), 즉 어머니의 성을 사용 ▲법률용어로서 ‘혼인 중 출생자’와 ‘혼인 외 출생자’의 구별 문제 개선 등을 제도적 과제로 제안했다.

한편 송 연구위원이 제안한 ‘인지 시 종전 성(姓) 사용 원칙’은 지난 5일 발표된 ‘저출산 핵심과제 추진 방안’에도 포함된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포럼이 열린 9일, 그와 같은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했다.

지난 5일에는 관계 부처 합동 ‘저출산 핵심과제 추진 방안’ 발표 이후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현장에는 150여 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5일 관계 부처 합동 ‘저출산 핵심과제 추진 방안’ 발표 이후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현장에는 150여 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출생통보제 도입·생활동반자법 제정 등 다양한 정책과제 제시

두 번째 발제자인 김순남 성공회대 연구교수는 차별 없는 가족정책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관점과 다섯 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김 교수는 가족정책의 관점이 ‘저출산 해소’가 아니라 ‘성평등과 인권’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차별 해소와 평등한 가족 구성에 기반한 행복추구권이 보장될 때 여성들 스스로 민주적으로 출산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구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 교수는 가족정책을 “다양한 사회적 차별해소 정책과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다양한 관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제도나 정책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개인들의 시민적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때, 비로소 이들의 자유로운 가족 구성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 번째 관점으로, 양육의 대상인 아이를 중심으로 한 평등한 양육정책의 도입을 꼽았다. 김 교수는 스웨덴의 부모육아휴직은 ‘부모’ 대신에 ‘양육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양육하는 사람이 반드시 엄마·아빠일 필요도 없고 혼인관계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용어다. 김 교수는 “육아의 주체를 성별 기준으로 엄마·아빠로 구분한 것이 아닌 공동양육자로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관점의 변화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평등한 사회통합형 가족지원법으로 ‘건강가정기본법’ 전면 수정 ▲혼인·혈연관계 외 동거가구를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 제정 ▲의료 결정 동의 범위를 친족 중심에서 다양한 관계 인정으로 의료법 개정 ▲‘정상가족’ 중심의 일·가정 양립이 아닌 성평등한 일·생활 균형 정책 도입 ▲사회통합형 가족정책기구 설치 등 평등한 가족문화 확산의 다섯 가지 정책과제를 제언했다.

발제 이후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이세아 여성신문 기자, 전경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해 다양한 가족형태를 존중하기 위한 법제도적 과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모두 여덟 명의 발제자와 토론자 가운데 한부모나 미혼모 가족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해줄 사람이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정도밖에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지정토론 이후 객석에서는 한부모·미혼모 지원 활동가들이 발언권을 요청해, 한부모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의 부재나 당사자들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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