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썰미에 자신이 있는 편입니다. 솔직히 자신감을 넘어서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고 믿고 있죠. 많은 사람들을 겪어봐서 그런지 그냥 딱 보면 압니다. 예전에 신내림을 받았던 친구와 일산의 한 광장 2층에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위층에서 아래쪽 광장을 보고 있는데, 광장의 한 남자가 눈에 띄었죠.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을 보고 제가 유추했죠.
“저 남자는 지금 아내가 옷가게에서 아이랑 같이 옷을 사고 있고, 그게 지루해서 밖에 나와 있는 거다!”
신내림 받은 친구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 만약에 진짜면 내가 너에게 점집 체인점을 내주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담배를 다 피운 남자는 옷가게로 들어갔고, 몇 분 후 유모차를 끌고 아내와 함께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소름이 '쫙!!' 제 말이 맞았지만, 저는 점집 체인점은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제 눈에 대한 믿음 덕에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즐기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게 당황스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배신할 것 같지 않았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거죠.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왜곡된 이야기를 주변에 전하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세상에 뒷담화 안하는 사람이 거의 없잖습니까? 저 역시 예외는 아니죠. 헌데 왠지 이 사람은 나한텐 안 그럴 것 같다는 믿음을 가졌었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큰 착각이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그냥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보려했던 게 아닌 거죠. 여기서 본 모습의 의미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게 그 사람이라는 거죠. 그 사람의 그런 점까지 다 보고 이해하면서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진짜 인간관계인데 그냥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평가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몇 년을 만나면 ‘야! 내가 널 모르냐? 내가 너 다 알아’ 하는 이야기를 쉽게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람이 사람을 다 알 수 있을까요? 그럼 배신감이나 분노가 생기지 않아야죠. 다 예상 범위 내였고 알고 있던 것이니까요.
우린 사람을 모릅니다. 부모도 자식을 다 모르잖아요. 그런데, 고작 몇 년을 봤다고 사람을 다 알 수 있을까요? 평생 봐도 모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 배우자, 자녀, 주변의 이웃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이 어쩌면 우리가 그들을 너무 몰라서 생기는 일들 일 수도 있습니다. 문득 우리 어머니의 일이 생각이 나네요. 우리 어머니는 소곱창을 싫어하셨습니다. 갑자기 무슨 god 노래 같네요. 아무튼 그래서 늘 곱창을 먹게 되면 돼지곱창만 사드렸죠. 그런데, 몇 달 전에 우리 아내와 소곱창에 술 한 잔을 하시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답니다.
‘나는 사실 소곱창을 더 좋아한다. 비싸서 못 먹었던 거지.’
내 가정 안에서부터 사람을 단정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번 칼럼도 늘 그랬듯이 저에게 하는 말이고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네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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