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낮은 아빠의 도전
자존감 낮은 아빠의 도전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07.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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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 공부'] 삶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로 키우기

◇ 자존감 낮은 아이 아빠가 되다

저는 밝은 색 옷을 참 좋아합니다. 특히 빨간색과 주황색을 좋아하죠. 불행히도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색의 옷이나 마음에 드는 옷을 사지 못했습니다. 늘 엄마가 마음에 드는 옷을 사야 했기 때문이죠. 그런 불편한 옷은 늘 저를 움츠려 들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결정하던 모두 부모님에게 열쇠가 있었습니다. 그 열쇠를 빼앗기 위해서는 피 터지는 싸움이 필요했죠. 가끔 일어나는 엄마와의 갈등은 삶의 과정 속에 늘 있어왔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서 제 삶의 주체성이라는 눈이 크게 떠졌습니다. 대학시절 더 이상 내 삶에 관여하지 말아달라며 전화로 크게 싸웠습니다. 엄마는 얼마나 섭섭했을까요? 긴 시간 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저에게는 늘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죠. 

결혼을 하고 엄마가 가방을 하나 사주신다고 했을 때였습니다.  제가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었지만 결국 실랑이 끝에 엄마의 눈에 든 가방을 구입했습니다. 아직도 본인의 마음에 들면 저의 마음에도 들 것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크게 부딪히면서 살지 않으려 요리조리 나름 노력했지만 올 것이 오고 만 것입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큰 결단을 내렸고, 크게 다투었습니다. 엄마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했고, 제 삶의 주체성을 세우기 위해 그렇게 했죠. 

그렇게 엄마와 싸우고 나서 연락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아주 불안했습니다. 혼란에 빠졌고, 마음속에 커다란 죄책감이 올라왔습니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할까? 말까? 불안하고 초초한 마음으로 수 없이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그 감정들이 떠오를 때 피하지 않고, 어떤 것인지 곰곰이 묵상하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 삶은 엄마의 감정에 달려있었던 것이었죠. 엄마의 기분이 좋으면 좋았고, 기분이 나쁘면 저도 나빴습니다. 많이 혼나고 매 맞았고, 정서적으로 지배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주체성이 낮아 자존감이 항상 바닥인 제가 아빠가 됐습니다. 

저는 제 삶을 정의할 때 제 스스로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고, 부모님의 양육태도가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를 경계하며 지금 나의 아이들에게 내가 어릴 적 가지지 못했던 삶의 주체성을 키워 주기 위해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를 뛰어넘는 일이죠. 사는 데로 살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사는 도전입니다.

◇ 오직 우리 스스로 만이 삶의 주체성을 세울 수 있다

부모와 아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선종
부모와 아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선종

부모라는 존재는 정말 큽니다. 우리가 태어난 요람이고, 우리를 실존하게 한 세상 속의 거대한 힘입니다. 지난 칼럼 「아빠 술 사줄까? 우리 아빠는 술 마실 때 행복해요!」에서 가족력(Family History)과 같이 회고적이고, 경험적인 연구에서는 생물학적 유전뿐만 아니라 부모의 감정, 정서 등도 세대 간의 전이가 이뤄지고, 후성유전학에서는 최근 부모의 모든 감정과 정서, 생각, 스트레스, 겪었던 사건과 트라우마 등이 최소 3대까지 이어진다고 언급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고, 탯줄이 끊어졌다해서 절대 독립된 것이 아닙니다. 보호와 양육태도 속에서 우리는 애착이라는 심리적, 그리고 천륜이라는 사회적 연결 속에서 자랍니다. 그것은 아주 견고해서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부모의 벽을 넘으라는 것은 부모의 도움 1도 없이 살아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이의 삶을 아이 스스로가 살아가게 만들어 주느냐는 것이죠?

P&G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 맞추어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올림픽에 아이들이 출전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경기를 합니다. 마지막에 그 아이들의 경기를 아주 염려스럽게 보는 엄마의 모습에서 "To Their Moms, They'll Always Be Kids"라는 카피를 던집니다. 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엄마들에게는 그들은 항상 아이들일 것이다라는 의미이죠. 아주 감성적인 광고로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 약간의 소름이 돋습니다. 부모의 입장을 반영해 광고로 사용한 점은 훌륭하지만 어른이 된 자녀를 보호하고, 보살펴야 하는 연약한 존재로 본다는 것은 독립적인 존재로 보지 못하는 것이죠. 물론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늘 걱정과 불안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로 세우는 그 힘에 박수를 쳐주는 것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다면 제 삶은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막 살지 말고, 너의 주체성으로서 너의 인생지도를 그리길 바란다.  ⓒ문선종
막 살지 말고, 너의 주체성으로서 너의 인생지도를 그리길 바란다. ⓒ문선종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개인에게 개입할 때 그 사람 스스로 갖고 있는 삶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우도록 합니다. 이는 자립이라는 개념인데 공교육과 대학에서의 가장 큰 목적인 독립(independence)과 일맥상통하죠.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입니다. 

◇ 삶의 주체성, 자녀에게 가르쳐주세요

삶은 자신 안의 주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아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선종
삶은 자신 안의 주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아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선종

사실 참 어렵습니다. 방법론적으로 그렇고요. 다투기 일상입니다. '그래. 넌 독립적인 인격체야.'라는 태도를 가졌다고 해도 행동도 똑같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이렇게 해." "아빠 말 들어." "좋은 말로 할 때 똑바로 해라." 늘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주체성이 있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도 있다는 것인데 아이들은 아직 책임은 잘 모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자라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임을 증명하지만 우리는 잘 모릅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위험한 행동들을 많이 합니다. 그럴 때 보통 "빨리 내려와. 잘못하면 다쳐! 또 올라가기만 해봐. 그냥." 다그치고 혼을 냅니다. 이런 행동들은 자신의 신체를 조절하게 되면서 갖는 자존감, 우월감의 성취를 위한 것인데 말이죠.  

분명한 것은 아이의 주체성을 막고, 구겨 넣고, 틀어막으면 그 순간은 잘 넘길 수 있지만 언젠가는 폭발처럼 터져 나옵니다.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사야 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내 걸고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생떼를 피우기도 합니다. 버릇을 고치겠다고, 고집을 꺾겠다고 아이의 주체성마저 꺽지 말아야 합니다. 맛있는 케이크가 있습니다. 이것을 내가 자르고, 둘 중 무엇을 먹을지 선택권은 아이에게 주는 것처럼 부모의 권위도 서고, 아이의 주체성도 높이는 지혜로운 방법 혹시 없을까요?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주세요.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 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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