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할 VS 아빠의 역할
엄마의 역할 VS 아빠의 역할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07.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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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자아상을 심어주는 엄마의 모습
엄마는 자아발달의 기초를, 아빠는 사회성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존재다. ⓒ베이비뉴스
엄마는 자아발달의 기초를, 아빠는 사회성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존재다. ⓒ베이비뉴스

Q. 17개월 아기를 둔 워킹맘입니다. 요즘 아기엄마들은 아빠육아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편입니다. 아빠육아가 아기의 발달에 여러모로 긍정적이라는 말들이 많은데, 실제로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지요?

A. 흔히 ‘부모’라는 말을 한 단어로 쓰다보면, ‘부모’가 마치 단어처럼 한 사람인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부모교육, 부모상담, 부모강좌, 부모수업 등등 부와 모를 구별해서 쓰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그 단어를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하나인 줄 안다. 그러나 부모는 분명히 다른 두 사람이다. 부와 모의 육아방식이 다른 이유로 갈등상황이 발생하면 부모도 아이도 스트레스를 받고, 아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모’보다는 부와 모를 각기 개별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을텐데, 굳이 그것을 부와 모로 구별해서 써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분명히 짚고 가야 할 점이 바로 이 점이다. 부와 모는 어떻게 다르고, 그 다른 점은 자녀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우선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엄마는 자아발달의 기초를, 아빠는 사회성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존재로서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본 글에서는 엄마 역할을, 다음 글에서는 아빠 역할을 언급하기로 하겠다.

인간은 태초에 엄마와 한 몸이었다. 엄마의 체내에서 수정돼 약 10개월을 엄마와 함께 생활하다가 세상으로 나온다. 초기에 한 몸이었던 시절의 태내기, 모자(母子)의 하나됨의 시절을 아빠는 감히 상상도 못한다. 모체에서 아기는 엄마의 영양, 감정, 스트레스 등을 공유하면서 태내기를 보낸다. 즉, 엄마와 아기는 각각 혼자가 아니라 서로를 공유한다는 의미이다. 이 시기로 인해서 아기는 세상에 나온 이후로도 엄마와 한 몸이었던 시절을 늘 그리워한다.

사람은 외롭거나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서늘할 때면 누군가와 함께 하고프다는 생각을 한다. 함께 하고픈 그 누군가의 초기 상징을 형성해주는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존재이다. 이를 초기 자궁으로의 회귀본능이라고도 하는데, 아이들이 맘이 아플 때면 어딘가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인생에서 가장 안전하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느낌이었던 시절로 돌아가서 위안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엄마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었던 시절의 평안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상태에 있다가 세상에 나오면, 아기는 엄마와 자타(自他)의 경계가 없다. 처음 관계를 맺는 사람이 곧 자기인 줄 안다. 엄마가 곧 자기이고, 자기가 곧 엄마이다. 마치 노래가사의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라는 말처럼, 아기에게 엄마의 표정과 말투는 곧 자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가 아기를 바라보는 표정, 바라보며 하는 말, 바라보는 태도 등의 모습이 곧 자기인 줄 안다. 엄마가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친절한 말을 해주면, 아기는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라고 지각한다.

반대로 엄마가 아기를 짜증스럽게 바라보고 거칠게 다루며 욕설을 퍼붓는다면, 아기는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라고 지각한다. 이 때, 엄마의 모습이 곧 아기의 자아상을 형성하고, 아기는 이렇게 형성된 자아상으로 대인관계를 하게 된다. 그 자아상에 걸맞은 언행(言行)을 하기 때문에, 초기에 좋은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형성하면 정말 좋은 사람으로, 나쁜 자아상을 형성하면 정말 나쁜 사람으로 성장한다.

예를 들어 보자. 자타(自他)의 경계가 명확한 성인의 경우, 나에게 늘 식사와 커피를 대접해주고, 친절하게 말하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면,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 한 모금 주는 적이 없고, 거칠게 말하며, 벌레 보는 듯한 눈길로 바라본다면,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보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타인의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는 것이다.

아기는 그와 반대이다. 아기는 자타(自他)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타인의 행동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자아상을 근거로 판단한다. ‘내가 그럴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왕자같은 대접을 받으면 왕자처럼, 거지같은 취급을 받으면 거지처럼 행동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눈길 하나, 말 한 마디가 아기의 초기 자아상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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