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기습질문 "엄마! 아빠가 나 버린거야?"
딸아이의 기습질문 "엄마! 아빠가 나 버린거야?"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7.18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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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대물림 되는 눈물의 위로

몇 주전 딸아이와 함께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었다. 잠이 들랑말랑하는 나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누워있었다. 딸아이의 이야기에 영혼 1도 없지만, 그래도 딸아이를 사랑한다는 목적(?) 하에 과한 액션으로 맞장구를 쳐주면서 이야기 하는 도중 갑자기 딸아이가 기습 질문을 했다.

“엄마, 아빠는 이제 우리랑 안살아?”

딸아이의 질문에 올 것이 왔다 싶었다. 딸아이는 나와 전 남편이 이혼을 한지도 아빠가 다른 이모가 좋아 새로운 가정을 만든지도 모르고 있었기 떄문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전 남편과의 이혼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를 하든 딸아이에게는 너무도 큰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기에 언제 얘기를 해야 할지 내심 마음속의 짐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런 딸의 질문에 나는 오늘은 담백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딸아이에게 아빠가 엄마에게 너무나도 큰  실수를 했기에, 그런 아빠가 이제 엄마는 싫어서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다시는 아빠와 엄마가 같이 살일을 없을거라며 어린이집 친구 중에 아빠랑만 사는 친구, 엄마랑만 사는 친구, 할머니랑만 사는 친구들이 있지 않느냐며 그런 친구들처럼 사랑이는 엄마랑만 사는거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나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아빠가 나를 버린거야”라고 닭똥물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물어보는 딸아이의 우는 얼굴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이게 엄마 마음일까?

닭똥물 같은 눈물을 흘리는 7살 딸아이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도 해줄 수 없기에 그저 같이 울면 꼭 안아줬다.

몇년전, 남편의 외도와 그 여자와의 사이에 자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힘없고 지친 모습으로 친정부모님께 찾아갔다.뭐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과 설움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세상에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어이가 없고 거의 실성한 상태에서 친정부모님을 만나게 됐고, 그저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는 눈물만 계속 흘렸다.

그런 나를 본 친정엄마는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화를 내면서 "딸아이를 전 시댁에 줘라. 넌 네 인생 새롭게 살라. 어찌 나이도 어린데 자식새끼까지 혼자 키우면서 살 수 있겠냐"며 당장 주고 오라고 화를 냈다.

그런 엄마에게 나도 화가 나서 홧김에, “엄마 같으면 나 힘들다고 버렸을거야? 엄마였어도 나 안버렸을거잖아! 근데 왜 자꾸 사랑이 시댁에 주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악착같이 키울꺼니깐 제발 시댁에 주라는말 하지마”라고 엉엉 울어버렸다.

가슴을 치며 대성통곡을 내 모습을 보면서 친정엄마도 함께 울어 버렸다.

떠나간 아빠를 너무 좋게 포장하는 환상은 필요없다. ⓒ베이비뉴스
떠나간 아빠를 너무 좋게 포장하는 환상은 필요없다. ⓒ베이비뉴스

‘내가 네 마음을 모르면 누가 알아주냐. 내가 네 마음 다 안다. 불쌍한 우리딸 남들처럼 결혼해서 잘 살줄 알았는데 왜 우리 딸만 이런 고생하고 살아야 하느냐’라고 말하는 엄마와 함께 나는 엄마를 부여잡고 몇 시간을 같이 울어 버렸다.

“엄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렇게 살아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엄마”라며 엄마 가슴에 안겨 몇 시간을 울고 나니 그제서야 제 정신이 돌아오는듯 했다.

서럽웠고, 창피했고, 억울했고, 막막했다.

그래도 힘들고 지친 과정 중에서 엄마가 안아주고 함께 울어준 그 시간이 나에게는 그 어떤 위로보다 진심으로 내 아픈 상황을 위로해 준듯했다.

막막한 현실과 전남편에 대한 상처가 아물 때쯤 우리 딸아이가 이제는 아빠에 대한 상처를 새롭게 받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아빠의 빈자리, 아빠의 이야기를 할 때면 가슴을 도려내듯 먹먹하고 눈물부터 나왔다.

나는 이제서야 괜찮아 진듯 싶었는데, 내가 운만큼 우리 딸도 울겠구나 싶은 마음에 그게 싫어서 나는 ‘아빠가 자기를 버렸냐’는 딸의 질문에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아빠는 아직도 널 너무 사랑하고 금방이라도 만나러 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만 아빠와 엄마는 이제 같이 살지 않는것은 사실이니깐 사랑이가 그렇게 이해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며 '엄마랑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사랑이도 열심히 어린이집에서 놀고 엄마도 열심히 회사 가서 일할테니 사랑이랑 엄마랑 열심히 살자'고 새끼 손가락까지 걸면서 약속을 하고 딸아이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좀처럼 내 마음은 슬펏고, 앞으로 아빠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하는지... 차라리 나혼자 상처 받고 나 혼자 울어버리는게 편하지, 딸 아이가 흘리는 눈물을 보니 내 가슴은 더 아팠다.

그렇게 밤새 잠을 못자고 출근하는 지하철안에서도 나는 어제의 딸아이의 슬픈 얼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서러워 눈물을 흘리며 출근을 했다. 이만큼 울었으면 그만 울법도 한데 참 이 눈물은 끝도 없이 나오는구나!

어제의 충격에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기가 죽어 의기소침해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돼 출근 후 어린이집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사랑이가 아빠와 엄마의 이혼에 처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서 많이 놀랐을텐데 모른척 선생님께서 오늘 하루는 사랑이 마음을 잘 챙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오늘만 잘 부탁드린다는 나의 통화 소리에 사랑이 담임 선생님께서는 자기도 아빠 없이 커서 사랑이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오늘 사랑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면서 보내겠다고 얘기해주는 사랑이 담임 선생님의 마음에 더 감사해서 울컥 눈물이 났다.

'친정엄마도 내가 울고 있을 때 이 마음 같았겠지? 마음 같아선 내가 다 뒤집어쓰고 내 딸만은 하나도 안 아팠으면 좋겠는데 어디 사람 인생사가 그리 좋은 것만 보고 살 수 있으려나' 싶은 마음이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이라는게 내 자식은 덜 아프고 덜 울었으면 하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요즘에도 아빠가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아빠가 좋다고 얘기하는 사랑이에게 그리움만 더 안겨주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그냥 우리 사랑이는 서서히 나이에 맞게 아빠의 빈자리를 인정해 갔으면 좋겠다.

아빠에 대한 기억도 생각도 너무 강압적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좋게 포장하는 환상도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서서히 아빠의 빈자리를 인정하고 엄마의 선택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딸아이가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가 바라는건 서서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배워가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아주 자연스럽게...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 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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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y**** 2018-07-19 00:48:49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아이키우는 엄마로써 사랑이엄마와 친정엄마 마음이 동시에 읽혀져서 울컥했네요.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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