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자유시간을...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자유시간을...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8.07.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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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영유아의 휴식의 권리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베이비뉴스

모든 인간은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가진다. 성인에게 놀이와 휴식은 재충전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면, 유아에게 놀이와 휴식은 스트레스 해소와 발산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유아의 발달의 도구이기도 하다. 유아에게 있어서 놀이의 중요성은 많이 강조되고 있으나, 놀이와 더불어 휴식의 권리는 때로는 간과되고 있다. 휴식은 자신이 편안 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자유의지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며, 유아는 휴식과 놀이가 서로 상호 관계적으로 작동한다. 휴식하다가 적절한 놀이가 생각해서 놀다가, 자기 템포에 맞춰 쉬고 다시 놀이하게 된다. 놀이와 휴식 중, 놀이는 좀 더 적극적인 형태의 활동이라면 휴식은 놀이에 비해 정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놀이와 휴식은 유아의 발달을 위한 도구이며, 정서적인 안정과 발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같은 형태의 활동이다.

◇ 휴식할 시간이 없는 유아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가 유아동의 놀이와 오락, 문화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경쟁적인 교육제도로 인해 아동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너무 많은 사교육으로 인해 아동의 여가 문화활동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방해받고 있다고 권고하면서 이 부분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놀이와 쉼이 부족한 우리나라 아동의 현실에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집 유아들은 평균 6시간 이상 교육기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선진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도 더 많은 시간이다. 또한 유아의 70%에 가까운 비율이 유아교육기관 이외에서 사교육에 비용을 쓰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많은 비율의 유아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마치고 돌아와서 사교육 프로그램으로 향하고 있다. 유아가 가정으로 돌아와 느긋하게 쉬며 놀이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이다.

◇ 구조화된 놀이, 짜여진 일과는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유아들의 놀이와 휴식이 같은 의미로 이해되는 것은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놀이와 휴식은 무엇을 하고 놀아야 할지 유아 스스로 탐색하고 결정하여 주도적으로 놀이하는데, 이 자체가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았을 때 돈을 주고 가는 놀이체험 프로그램은 시간과 놀이방법 등을 유아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규격화 되어 있어서 유아의 진정한 쉼과 놀이를 보장하지 못한다.

유아에게 온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면, 유아는 스스로 사고하고 사전경험을 중심으로 주도적으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자신의 신체 리듬과 관련해서 활동의 강약을 조절하며 쉼을 조절할 수 있다. 활동적으로 놀지 가만히 쉬면서 빈둥거릴지 선택할 수 있다. 유아의 놀이가 휴식이 되기도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것도 놀이가 될 수 있다. 휴식은 유아들이 쉬면서 어떤 놀이를 할지 탐색하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주도적으로 놀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하며, 심신의 안정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끝나면, 미술수업, 미술 수업 끝나면, 티비보기 30분, 방문 선생님 만나기 등 짜여진 일과 안에서 유아는 수동적이 된다. “엄마, 이거 끝나고 뭐해?” “이제 놀아도 돼요?”라고 자녀가 묻고 있다면 너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아이이거나, 수동적인 일과에 익숙해진 아이일지도 모른다. 수동적인 일과에 익숙해진 유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조용한 시간이나 아무 일정도 없는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아에게 일정한 시간동안 쉬고 놀이할 수 있는 긴 놀이시간과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긴 놀이시간을 보장해야만 진정한 놀이와 휴식이 제공될 수 있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심심하고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걱정스러워서 아이의 일과에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추가해 주고 있지는 않은가? 빈둥거리는 시간은 이른바 멍 때리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아이에게 필요하다. 온 종일 교육기관에서 단체 생활을 머물러 있다가 온 유아들에게, 때로는 빈둥거리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휴식과 자기 탐색, 사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학습에 있어서도 지속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보다 일정 기간의 휴식을 정기적으로 취하는 것이 더욱 학습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는데 이렇듯 인간에게 있어서 휴식은 피곤과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기능뿐 아니라, 학습이나 일의 능률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다. 유아에게도 휴식은 새로운 놀이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학습이나 놀이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가 하루 종일 심심하게 놀다가 문뜩 새로운 미술공작품을 만들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했던 자녀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에게 휴식의 시간을 보장하는 것은 좋은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내 아이를 더 많은 시간동안 자유롭게 놀고 쉬게 하고 일과를 느슨하게 조정해 줘야 한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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