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체험·××놀이… “놀이도 외주화된 시대”
키즈카페·○○체험·××놀이… “놀이도 외주화된 시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7.18 10:1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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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7일 놀이운동가 편해문 강연 ‘놀이·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놀이운동가 편해문 작가가 17일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놀이·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놀이운동가 편해문 작가가 17일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놀이·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금은 놀이가 외주화돼 있습니다. 기획된 프로그램 속에 들어가서 놀면 아이 안의 ‘진짜 놀이’를 꺼낼 수 없어요. 누가 준비해온 놀이는 체험이나 경험일 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놀이죠.”

편해문 작가는 17일 서울 화곡본동 ‘공간 짬’에서 열린 ‘놀이·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 강연에서 ‘진짜 놀이’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편 작가는 놀이터 디자이너, 놀이운동가, 아동문학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우리 이렇게 놀아요」 등 20여 권의 책을 썼다.

이날 강연은 ‘강서구 놀이터 개선을 위한 주민모임’에서 주최했다. 이들은 강서구에 서울시 창의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놀이터 실태조사와 주민 의견수렴을 위한 모니터링단 활동 등을 펼쳐가고 있다.

화곡본동 주민들의 작은 자치공간인 ‘공간 짬’이 40여 명의 엄마·아빠들로 가득 찼다.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온 엄마도 있었고, 여성 참가자가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다섯 명의 남성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편 작가는 ‘놀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 이전에 놀이의 주체인 ‘아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화두는 ‘한 방울의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한 아이를 성장시키는 힘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강연에서 나온 다섯 가지 열쇳말로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 [기다림]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부모”

아이의 ‘첫 뒤집기’ 이야기로 강연은 시작됐다. 부모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뒤집기를 한 번에 성공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아이들은 첫 뒤집기에 성공하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노력하고, 그만큼 실패 또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편 작가는 청중들에게 아이가 언제 뒤집기를 하는지 질문했다. 청중들 사이에서 “100일 전후”라는 대답이 나왔다. 편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숫자들은 잊어주길 바란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들은 다 다릅니다. ‘이때쯤 아이가 뭘 할 수 있을 거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부모에게는 어려움이 생깁니다. 아이들은 100일이 됐기 때문에 뒤집는 게 아니라 준비가 됐을 때 뒤집는 겁니다. 부모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여기 있습니다. 한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바로 부모라는 겁니다.”

‘기다림’과 함께 강조한 것은 ‘신뢰’다. 그는 “믿고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를 어디론가 밀고 재촉한다는 것”이라며, “가까이에 있는 어른이 아이를 믿지 않으면 아이가 어떻게 자라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보기] “아이들은 나를 봐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

편 작가는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생각할 때, 뭘 사다 입히는지 아이를 어디에 보내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첫 번째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덕목은 바로 “부모가 아이를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부모는 아이들을 보고 있어야 한다”며, 답답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과 오래 지낸 사람들, 교사나 이른바 전문가들과 같이 지낼 때 참 어려운 것 있습니다. 그분들이 물리적으로는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때. 오래 있었지만 보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봐야 압니다. 교육은 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편 작가는 “아이들을 봐주지 않기 때문에 고독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부모들은 아이를 어딘가에 보낼 궁리만 점점 더 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나를 봐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들을 보고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배움]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아이, 왜 그럴까?

‘첫 뒤집기’를 할 때와 같이, 아이들은 처음으로 홀로 서기까지도 수없이 실패를 겪는다. 넘어지고 멍들고 다치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도전한 결과로 아이들은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편 작가는 그 이야기 끝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한국 사회에서 교사나 부모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뭘까요”라는 것이었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것.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치원만 가도 그런 아이들이 보여요. 불과 몇 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아무리 실패해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뭐든 다 하려고 하던 아이들이었단 말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동안 아이가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죠.”

이어서 편 작가는 “초등학교 고학년 부모들을 만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마치 ‘배운다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 건지 알게 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편 작가는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과 동기를 당연히 가지고 있고 그 열망은 오래도록 써야 하는 것”이라며, “배움에 대한 열망을 소진시키고 진절머리 나게 만드는 길로는 절대 들어서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화곡본동 주민들의 작은 자치공간인 ‘공간 짬’이 40여 명의 엄마·아빠들로 가득 찼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화곡본동 주민들의 작은 자치공간인 ‘공간 짬’이 40여 명의 엄마·아빠들로 가득 찼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균형] “성장의 힘은 아이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편 작가는 강연 머리에 던진 화두를 다시 꺼냈다. ‘한 방울의 작은 물방울에서 시작한 아이를 성장시키는 힘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성장의 힘이 아이 밖에 있다는 생각, 즉 어디론가 아이를 보내고 누구를 만나게 하고 참여시키고 체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물방울에서 아이로 성장시키는 힘은 아이 안에 있다”는 점 역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힘이 아이 밖에만 있다’는 사람이 이 사회의 절반을 넘어서 점점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아이는 어떻게 됩니까? 늘 물어보게 됩니다. ‘엄마, 나 이거 해도 돼?’ 아이 안에도 절반의 성장의 씨앗이 있다고요! 성장하는 힘은 아이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습니다.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균형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학습과 놀이의 균형도 마찬가지다. 편 작가는 “지금 놀이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학습이라는 한쪽 날개만 강조해온 것에 대한 반성 때문”이라며, “자유라는 또 다른 날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미래세대에는 ‘균형을 가진 한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며, “기계적인 50:50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디가 조금 넘치고 부족하더라도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안정] “부모의 안정 속에 아이는 ‘진짜 놀이’를 꺼낸다”

편 작가는 놀이에 있어서도 “아이 안에 있는 진짜 놀이”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아이와 함께 어떤 놀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 부모의 이야기를 전했다. 열심히 프로그램을 따라 실컷 놀아줬다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이 다 끝난 뒤 아이가 부모에게 묻더라고 한다. “아빠, 근데 우리 언제 놀아?”

편 작가는 “놀이는 키즈카페, 체험장, 놀이터에 가면 있다는 생각, 놀이는 아이 밖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하지만 어마어마한 놀이가 아이 안에 있다는 것을 봐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유치원에서도 “기획된 놀이”를 많이 한다며, “철저한 자유놀이” 중심의 외국과 비교하기도 했다.

“아이는 언제 아이 안의 진짜 놀이를 꺼내게 될까요? 좋은 놀이터, 좋은 놀잇감이 있는 데서 꺼내는 게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안정돼 있을 때. 부모의 안정이 보육, 교육, 양육의 전부입니다. 이렇게 금강석처럼 귀한 것이 있는데 이것들을 그 허접한 것들, 돈 들어가고 시간 들어가는 것들과 바꾸고 있습니다.”

편 작가는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주기만 기다리다가는 아이들이 다 크고 만다”며, “우리는 아이들을 ‘지금’ ‘여기’서 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편안한 곳, 간섭과 제지는 적고 허용이 많은 곳”이 최고의 놀이터이며, “아이들이 있는 곳, 아이들이 모이는 모든 곳이 놀이터”라고 덧붙였다.

◇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탐험대’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

편 작가는 “놀이터는 모순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놀이터를 만드는 데 가장 힘이 없다. 반대로 놀이터에서 놀 리가 없는 구청장은 놀이터를 만드는 데 가장 힘이 세다. 편 작가는 “그 관계를 역전시켜야 한다”며, “놀이터에 누구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편 작가가 총괄기획을 맡아 만든 ‘순천 기적의 놀이터’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어떻게 하면 순천 기적의 놀이터 같은 놀이터를 우리 동네에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편 작가는 “결국 참여가 중요하다”며, “누가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달동네 아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책 「놀이터를 만들어주세요」를 추천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같이 ‘놀이터 탐험대’ 같은 것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죠.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겁니다. 놀이터 실태를 아이들하고 같이 조사하고 어떻게 개선할지 제안한다면, 아이들과 같이 그런 민의를 만들었을 때 구청장이 피해갈 수가 있을까요? 현대 행정은 모든 것이 협치로 이뤄집니다. 오히려 반가워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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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 2018-07-30 11:31:42
진짜 놀이를 아이에게 경험하게 해줘야겠어요

db**** 2018-07-30 09:41:43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는게 발달에 좋으니 더욱 노력해야 하겠어요

black**** 2018-07-23 00:30:16
좀더 안전하고 좋은환경에서 놀게할수있도록 다같이노력해야될것같아요

so**** 2018-07-19 14:36:32
아하.. 정말 좋은 정보이네요. 어렸을 때에는 저도 위험한지 모르고 막 놀았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까 지저분한것 같고.. 위험한것 같고... 쓸데 없는 것 같고..하하... 조카들 노는거 보면 그렇더라구요ㅎㅎ 이 글을 읽으니 그게 다 좋은 거였네요.. ㅎㅎ 크면 자주 놀아주고 자주 봐주고 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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