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도 많고 사각도 많다? 초등돌봄의 '모순'
중복도 많고 사각도 많다? 초등돌봄의 '모순'
  • 기고 = 송지현
  • 승인 2018.07.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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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지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송지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지난 19일 서울연구원에서 주최한 민선 7기 서울시 정책제안 공개토론회에서 발표한 ‘초등 2학년 학부모, 9년 차 워킹맘의 돌봄 수난사’ 사례에 이어 ‘현행 돌봄 사업의 문제점을 짚고 제언한 정책’을 베이비뉴스에 보내왔다. - 편집자 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은 부모와의 직접적 유대가 가장 중요했던 유아기와 달리 사회 속에서의 물리적, 정신적 관계성이 점차 확대된다. 또한 학령기 아동의 학부모 역시 사회에서 보다 중추적이고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시기를 맞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적 돌봄 사업은 오히려 유아기보다 학령기에 대폭 축소되는 기형적 형태를 보인다. 학령기의 돌봄이 사회적으로 당위성‧시급성‧중요성을 모두 갖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돌봄의 시간‧대상‧공급량‧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한정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까닭이다.

자녀가 학령기에 들어서면 이른바 ‘돌봄 절벽’이라 할 만큼 급격한 돌봄 공백이 시작된다. 이를 사회가 아닌 가정에서 해소해야 하는 구조는 곧 부모의 경력 단절, 나아가 부모 대체 역할 위한 조부모의 경력 단절 또는 저임금 돌봄 노동, 불필요한 사교육비 과다 지출, 다수의 틈새 시간 돌봄을 위해 비효율적인 보조양육자 고용 등 연쇄적인 사회적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초등 돌봄 개선을 통해 초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려는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육아정책연구소에 주최한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 정책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초등 돌봄 개선을 통해 초저출산 시대를 극복하려는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육아정책연구소에 주최한 '지역사회 돌봄체계 구축' 정책토론회.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초등 돌봄교실, 3학년 이후 교내 돌봄 공급은 증발 상태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령기 돌봄 사업은 크게 초등 돌봄교실과 지역아동센터로 나뉜다. 각각의 사업을 시간, 대상, 공급량, 내용 등의 측면에서 문제점을 살피고자 한다. 먼저 초등 돌봄교실로 대표되는 교내 돌봄의 시간적 측면이다. 풀타임 맞벌이 부모의 현실적인 부재 시간은 통근시간, 식사시간, 그리고 야근 등의 초과노동 시간을 합해 하루 약 10시간에서 15시간에 이른다. 하지만 현행 공적 돌봄 사업은 부모의 부재시간을 대체하지 못할 만큼 한시적으로만 운영돼 저녁 돌봄, 아침 돌봄 등의 틈새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 학교에서는 방학 중 돌봄 교실을 학기 중 정규수업 종료시간과 비슷한 시간대로 단축 운영한다. 결코 가정 차원에서 대응이 어려운 수준의 장기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가구 등의 1~2학년 아동을 입소 자격으로 하고 있는 초등 돌봄교실의 대상 역시 한계를 지닌다. 수요자 전원을 수용할 수 없어 추첨 등으로 선별적 시혜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빈번하다. 명확치 않은 지침 및 학교별로 다른 대상 기준으로 인해 불공정한 사례도 발생한다. 명백한 한부모 가정임에도 2018년 기준 월 소득 148만 원 이하의 저소득 한부모에게만 발급되는 ‘법정한부모증명서’ 제출을 요구해 오히려 한부모 가정에게만 소득 조건을 추가로 심사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가 하면, 석‧박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 부모의 직업을 풀타임으로 인정하지 않아 피치 못하게 학업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3~6학년 및 1~2학년 초등 돌봄교실 탈락자를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학교 연계형 돌봄교실’ 제도가 있으나 설치에 강제성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이기 때문에 사실상 3학년 이후의 교내 돌봄 공급은 증발한 상태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돌봄교실에 입소했다 하더라도 그 서비스의 내용적 측면에서 여전히 학부모의 갈증은 존재한다. 아동의 식사(석식 및 방학 중 중식) 공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식사 해결을 위해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식사 문제는 사교육 등의 방법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그 고충이 더욱 가중된다.

◇ 지역아동센터, 취약계층 아동만 격리돼 이용하는 시설로

다음은 전 학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의 한계다. 지역아동센터는 오후 7시까지 필수 운영하게 돼 있어 현행 돌봄 시스템 가운데 저녁 돌봄 기능을 지닌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통근 및 초과노동 시간을 감안한 풀타임 맞벌이가정의 현실적인 부재 시간 및 심야‧교대‧주말 근무 등 일부 특수직종 부모의 부재 시간을 온전히 대체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하다.

입소 대상을 취약계층 중심으로 선발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취약계층 우선 선발 조건과 공급량 부족 현상이 결합하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아동만 격리돼 이용하는 시설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입소 아동에게 피치 못하게 낙인 효과가 발생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돌봄 수요는 맞벌이‧한부모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소득조건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수요로서 그 대상 또한 확대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지역아동센터의 공급 자체가 적다 보니 센터 대부분이 아동이 도보로 이동할 수 없는 원거리에 위치하게 된다. 이 접근성 때문에 애초에 이용을 포기하거나, 이동을 위해 등하교 도우미와 같은 보조 양육자를 추가 고용한다. 셔틀버스 이용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도록 하는 등 불필요한 낭비와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현재도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인데 만약 취약계층 외 보편적 수요를 포괄하게 될 경우에는 수요 대비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초등학교 방과 후 센터 종료 시간까지 저학년의 경우 하루 최소 6시간을 이용하는 곳이 바로 지역아동센터다. 만일 현행보다 저녁 돌봄 시간이 연장된다면 그 이상으로 상당히 장시간 동안 이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센터들은 외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물론 안전과 관리의 이유로 아동의 출입에 제한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만, 사실상 센터 내부 교육 외의 교육에 접근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센터 내 교육이 질적으로 크게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수영, 축구, 피아노 등 특정 시설을 전제로 하는 예체능 교육이 사실상 불가해 센터 입소 아동의 다양한 학습 추구권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 사각지대 해소 못하면 근본적 문제 해결엔 한계

서울연구원은 2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공모를 추진, 서울형 돌봄 모델을 개발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 취지와 내용, 현실적인 절차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당위성과 중요성, 무엇보다도 시급성에 있어서 안이한 접근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며칠 전 여름방학이 시작돼 학부모들은 ‘온종일 돌봄 공백’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당사자들에게는 돌봄 사각지대 해소가 당장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의미다. 없는 걸 만들려면 테스트베드가 필요하겠지만, 이미 있는 것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정책 결정자의 결단뿐이다. 이미 있는 시설의 운영시간 및 대상 등을 확대하는 단기적 긴급처방과제와 새로운 기관과 시설, 인력을 마련하는 장기적 시범추진과제를 분리 선별하여 두 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업 주체가 다른 각 기관 간의 100% 연계체계를 구축해 공백을 제로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에도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있지만 사업의 대상, 내용, 운영시간 등의 측면에서 중복이 많으며 물론 그 중복만큼 사각도 많다. 때문에 각 기관 및 사업 주체 간 단순 연계 및 협력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면 결국 시간, 대상, 공간, 공급량 등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해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통합적인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하위기관의 역할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일종의 콘트롤타워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는 자치구별 최소 1개의 지역 거점형 돌봄센터를 두고 최근 서울 시내 4곳에 개소한 우리동네 키움센터를 약 400개로 확대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관의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신규 기관 설립 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초등학생 눈높이의 접근성이다. 아무리 양적 확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초등학교 숫자 이상으로 기관이 분포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린 아동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기관이 위치하기는 어렵다. 차량 운행과 같이 아동의 이동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반드시 치밀하게 마련해야만 쓰임 있는 기관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전시성 사업에 예산 낭비하는 일이 절대로 없기를 진심을 다해 고한다. 서울연구원의 제안 과제에는 방과 후 돌봄 지역자원 지도 작성 및 온라인 플랫폼 구축이 무려 4대 과제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으면 좋다는 걸 누가 모르나. 그러나 수요-공급 불균형 상태인 온종일 돌봄이 오늘날 당면한 과제는 ▲신규 시설 및 인력 확충 ▲운영시간 확대 ▲기존 시설 개선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식사 제공 방안 마련 ▲차량 운행 등 접근성 강화 ▲교육 콘텐츠 질적 강화 등 나열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많다.

◇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이상적 모델'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 사진. (왼쪽 위 부터)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강행 규탄대회, 비리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기자회견, 6.13지방선거 공약 지키기 기자회견,  성평등복지국가 개헌 촉구 기자회견 등. 최대성·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 사진. (왼쪽 위 부터) 보육교사 휴게시간 지침강행 규탄대회, 비리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기자회견, 6.13지방선거 공약 지키기 기자회견, 성평등복지국가 개헌 촉구 기자회견 등. 최대성·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이 온종일 돌봄을 주제로 주고받은 토론 속에는 다양한 새로운 모델도 등장한다.

첫째는 지역아동센터가 초등학교 안으로 유턴한 형태의 교내 지역아동센터다. 학령인구 자체가 감소세에 있다 보니 일부 지역의 초등학교는 교실이 남기도 한다. 애써 건물을 신축 또는 임대하거나 마을도서관, 교회 등을 찾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빈 공간을 돌려주는 게 어떨까. 실제로 초등학교 안에 위치한 ‘성남시립 도담 청솔 지역아동센터’가 올 초 문을 열었다. 성남시가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한 초등학교 유휴교실 3칸을 무상으로 임차받아 놀이방‧공부방 등의 프로그램실, 급식실, 사무실 등을 갖춘 지역아동센터 시설로 리모델링해 운영 중이다. 안정적이고 친숙한 공간에다 접근성까지 높으니 아이들 입장에서야 이보다 지내기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 운동장 등 학교 시설과 연계한 활동도 가능하니 급조한 돌봄 시설보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을 듯하다.

둘째는 역시나 접근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지역자치에 특화한 지역아동센터다. 마을도서관, 교회 등 주거지 및 초등학교와 근거리에 위치한 다양한 주민 주체들과 협업해 규모는 작지만 접근성이 높은 소형 지역아동센터를 다수 구축하는 것이다. 지역별 새로일하기센터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보육교사, 간호사 자격 등을 소지한 지역 내 경력단절 여성을 전문성 있는 돌봄 인력으로 고용할 수도 있다. 또한 마을 커뮤니티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 지역 어르신, 학부모, 중고생들이 보육에 참여할 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온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이상적인 모델이 아닐까.

끝으로 내놓는 아이디어는 당장 지금 이 순간에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 처방의 성격이다. 방학 중 초등돌봄교실 단축 운영 때문에 치명적인 돌봄 공백을 맞은 아동을 대상으로 민간기업(또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서 운영 중인 시간제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민간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민간 서비스 협력은 단기적 대책으로서 의의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현행 기관의 운영시간을 연장하여 방학 중 돌봄을 공보육 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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