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육아휴직하기, 돌봄서비스 찾기
미국에서 육아휴직하기, 돌봄서비스 찾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07.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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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어설픈 엄마의 우왕좌왕에도 명랑하게 잘 자라준 큰 아이. ⓒ이은
어설픈 엄마의 우왕좌왕에도 명랑하게 잘 자라준 큰 아이. ⓒ이은

첫째를 가지고 아이를 전적으로 내 힘으로만 키워보겠다는 다짐과 의욕에 넘치던 기간이 있었다. 큰 수술을 하신 적이 있던 친정 어머니는 걱정말고 언제든지 아이를 맡기라고 하셨지만 죄송스런 마음이 너무 컸고, 시어머님은 아이를 봐주실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임신 전에 이미 에둘러, 하지만 충분히 분명하게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게 당연하지만 둘 다 공부 중인 가난한 유학생 입장에선 염치없지만 도움이 절실했다. 하지만 일단은 가지고 있는 얼마 안되는 돈과 장학금을 쪼개고 쪼개서 최소한으로 맡길 수 있는 차일드케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고, 아이와 오래 떨어져 있을 자신도 없었다. 당시만해도 아직 철이 덜 들었던(혹은 여전히 철이 덜 든) 남편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큰 걱정도, 준비성도 없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기르는 일이 시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준비와 희생이 필요한지 아직 알지 못하는 듯 싶었다. 당장 통장에 잔고는 거의 없고, 아이 기저귀 값에 출산병원비 준비에 내 속은 끓고 또 끓었다(결국 육아를 비롯해서 병원비와 육아비용까지 나중에는 친정의 도움을 받았다. 불효녀의 정석인 셈이다.). 남편도 혹시나 스트레스 받을까봐 내색도 못하고 하루하루가 지났다. 나는 큰 배를 내밀고 뒤뚱뒤뚱 캠퍼스를 누비며 연구실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하고, 조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수업을 했고 남는 시간에는 뭉치는 배를 쓰다듬어 달래가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믿을 만한 차일드케어(Childcare: 한국의 어린이집 같은 곳으로 영유아부터 미취학 아동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돌본다) 찾기 시작했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평이 좋은 차일드케어는 당장 예약대기를 걸어야했다. 특히 대학이나 연구소의 직장어린이집 같은 곳은 1~2년 대기는 기본이라고 했다.

한국의 일부 국공립어린이집처럼 삼년 이상씩 대기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국도 인기있는 곳은 당장 이용하기 힘들었으며 종일 아이를 맡길 경우는 우리 형편에 감당하기 힘든 비용을 내야했다(결국 아이는 친정 어머니가 봐주셨다).

하지만 나는 일단 추가비용이 들더라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소에 따라서는 유연하게 아무시간대나 원하는 시간만큼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도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6주 이상의 아이라면 영유아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또한 내니나 베이비시터를 찾는 일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정말로 신뢰할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느 곳에서나 힘들다.

보통 미국에선 아이를 출산하거나 아이를 입양하고 난 후 12주까지 출산휴가를 허용한다. 물론 이 중 유급휴가는 3주 이하에 불과하고, 이 때문에 미국 역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육아정책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고 복지제도 역시 그 미비함이 끊임없이 노출된다. 하지만 미국 공립대학의 비정규직 조교로 일한 경험이 있는 학생으로서, 출산휴가를 사용할 때 어떠한 외압이나 눈치보기도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사한다. 당연한 일이 감사해야하는 일로 느껴진다는 것이 좀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기도 했다. 적어도 미국 사회에서 학생으로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한국에서 느끼기보다 더 환영받고 장려받는 느낌이었다.

첫 아이의 백일이 지나고 나서 이제야 겨우 조금은 엄마가 되는 일이 익숙해지나보다 시작했었는데 백일이 지나고서도 엄마로서 배울 일이 참 많았다. 다시 어린 둘째를 키우는 요즘도 새롭게 배울 일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때때로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엄마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작은 것에도 걱정하던 내게 미국 소아과 의사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괜찮아요. 아이는 잘 크고 있어요. 엄마가 아기를 바라보고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이는 사랑받는 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 말이 여전히 머릿 속에 남아 힘이 되고 또 든든하지만 아직도 나는 배울 것이 많은 엄마다. 아이 넷을 낳고 싶다는 창대한 꿈이 있던 과거의 나는 다음 생에 육아가 아내의 일이나 장모님을 돕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같이 할 일을 당연히 함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 자신의 아이는 자신이 책임지려는 사람을 만나거든 그 때 꿈을 이루기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아이 둘을 데리고 유모차를 끌고 은행에 들어서는데 멀리서부터 한 청년이 뛰어와서 문을 잡아준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아이는 혼자서는 절대 키울 수 없다. 육아는 가족의, 사회의, 커뮤니티의 (혹은 오늘 같이 어느 훈남 청년의), 그리고 기타 돌봄노동자들의 도움과 참여와 인내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오늘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 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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