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후! 저 인간 저거!! 언제 사람 되려나?!!"
제가 어린 시절 집에서 많이 듣던 말이었습니다. 이미 인간이긴 한데, 사람이 안 됐다는 거죠. 그런데, 당시엔 인간과 사람이 다른가, 하는 생각을 했었네요.
아무튼 우리는 결혼을 하면 인간을 사람으로 바꾸던 뭐로 바꾸던 간에 나에게 더 편하게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내 눈과 내 몸과 마음에 더 편하게 말이죠. 하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쉬운가요? 사람은 절대 분노와 압력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분노와 압력이 두려워서 안하는 척을 하는 것일 뿐 변한 것은 아닙니다. 그 힘이 없어지면 다시 본 모습으로 아니면 더 반대쪽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더 크죠.
제가 고등학교 시절 흡연을 하다 걸리면 단순 징계 수준을 넘어서 이대호 선수 같은 선생님이 풀스윙으로 허벅지에 사랑을 주셨습니다. 진짜 무시무시했죠. 그런 상황에서 그 흡연학생들이 담배를 끊었느냐? 아니죠. 그걸로 담배를 끊은 학생은 보지 못했습니다. 더 산 속에 숨어들었죠. 저도 군대에 가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9년 가까이 피웠는데, 하루에 4갑씩 피웠네요. 4갑이면 거의 15분마다 한 대씩 피워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름! 그냥 훅 끊었습니다. 땀에 절은 티셔츠를 벗는데, 그 냄새가 내 냄새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자기애가 강해서 스스로 되게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제게 이딴 냄새가 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끊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변화하는 방법 3가지 정도 있습니다. 진정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이 방법을 사용해 보세요. 첫 번째,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변합니다. 아!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은 아니네요.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우리 같이 성질 급한 민족은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재미있으면 변합니다. 재미는 없다가 생기는 거죠. 저는 요리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우리 아내에게 라떼를 만들어주고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주고, 아이에게 아침을 챙겨주다 보니 뭔가 재미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타이머도 사고 쉐프들이 끼는 실리콘 장갑도 샀습니다. 그랬더니 진짜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요리의 부수적인 것들. 타이머, 장갑 같은 것들은 아내 입장에선 쓸데없는 것을 산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내는 귀엽다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게 제게 더 재미를 더해줬죠. 만약 우리 아내가 그딴 것은 뭐 하러 샀냐고 했다면 저의 요리 재미는 없어졌을 겁니다. 그때부터는 아침의 라떼도 없고, 도시락도 없는 겁니다.
세 번째는 멋져 보이면 됩니다. 내가 원빈처럼 머리를 자른다고 원빈이 되는 것이 아님을 알지만 미용실에서 원빈 사진을 고르며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 사람이 멋져 보이니까요. 우리가 광고를 보면서 왜 뻔히 아는 상술에 말려듭니까? 그 사람들이 멋져 보이고 부러우니까 겠죠. 예전에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이상한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아니죠. 부러우면 닮는 겁니다. 충분히 멋지게 생각하고 부러워하세요. 좋은 롤모델만 고르면 됩니다.
지금 당신의 배우자나 아이를 변화 시키고 싶다면 재미가 생기게 도와주거나 좋은 롤모델이 생기게 도와주면 그만입니다. 그 다음은 스스로 변할테니까요. 괜한 분노로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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