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4월 26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는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오는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도 예정돼 있다. 남북 관계의 급격한 회복과 북미 관계의 개선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성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장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에 실은 ‘북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 사업의 분석 결과와 향후 과제’를 통해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4명으로, 1000명당 3명인 남한보다 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현재의 저출산과 식량난, 그리고 열악한 의료보건 상태가 유지된다면 북한 인구구조가 고령화될 뿐 아니라 통일 이후에 노동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할 때 경제적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투자도 매우 중요하다.
조 센터장은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 상태를 짚고,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 아동의 현재 영양 문제는 아동이 성장하더라도 임신·출산을 하는 모성의 열악한 건강 상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태아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영양 상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요청되며 나아가 아동의 삶의 질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아동 지원 방안 개발과 실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북한 저체중아 비율 높고 여성과 5세 미만 아동 영양 섭취 나빠
현재 북한 영유아와 아동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조 센터장은 모성의 건강과 출생아의 생존과 건강, 심리·사회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지표인 출생아의 체중을 볼 때, 저체중아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 2010에 따르면, 북한에서 2500g 미만의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는 5.7%로 조사됐고,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평양은 3.8%인데 반해 양강도와 황해남도는 7.7%였으며, 뒤이어 강원도와 자강도는 각각 7%와 6.6%다.
북한에서 저체중아 비율이 높은 것은 임신 전후 산모의 영양 부족, 다산, 인공수정,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때문으로 보인다. 산모뿐 아니라 전 주민의 영양 상태가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2016년 세계기아지수(GHI: Global Hunger Index)에 따르면 북한은 28.6점을 받아 118개국에서 98위로 ‘심각한(serious)’ 수준으로 분류된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41%(1050만 명)가 영양 부족 상태이며, 특히 여성과 5세 미만 아동의 영양 섭취 상태가 좋지 않다. 2015년 세계기아지수(GHI)에 의하면 북한 총인구 2490만 명 중 70%인 약 1800만 명의 주민이 식량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이 하루 기준치 25% 이하의 단백질과 30% 이하의 지방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문제뿐 아니라 열악한 사회 인프라와 의료 서비스 공급의 제한으로 인해 영유아 및 아동의 질병 위험이 높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다소 높게 나타났다.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000년 76.8명, 2004년 44.5명, 2009년 41.1명, 2012년 36.8명, 2017년 24명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2017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4명으로 남한의 3명보다 8배 높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2017년 2월 발행한 ‘기억해야 할 잊혀진 위기지역 12곳’에 따르면 전체 북한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 "북한 영유아 예방 접종률 증가로 사망률이 낮춰"
북한의 모유 수유율은 높게 나타나지만 충분한 보충식 섭취 비율은 매우 낮게 조사돼 있어 영유아의 영양 상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 출생아 중 생후 6~23개월의 최소 필요식 섭취 비율은 26.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성별로는 유의미한 차이는 없지만, 지역별로는 평양 59.4%인 데 반해 양강도는 15.6%, 함경남도 19.1%, 강원도 18.4%, 자강도 17.3%, 황해북도 18.5%에 불과해 지역 간에 식량을 비롯한 경제 상황의 차이가 큰 것으로 보였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노력으로 북한의 신생아 예방 접종률이 높아져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켰던 경험은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한국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영유아 예방 접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남한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2000년 북한의 신생아 결핵 예방 접종률은 78%로 추정됐으나 2005년 94%로 증가했고 2010년을 기점으로 97~98%로 증가해 남한의 99.8%에 근접했다. 1세 이하 DTP 3차 예방 접종률은 2000년 50%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나 2005년 79%로 증가하였고 2016년에는 96%로 증가해 남한의 99.6%보다 약간 낮은 수준. 2세 이하 홍역 예방 접종률 역시 1995년 67%에서 2005년 96%로 증가했고 2016년에는 99%로 증가해 남한의 99.6%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조 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북한의 영유아 예방 접종률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 사업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남북 관계 경색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원의 양이 급감했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액의 원천을 살펴보면, 전체 지원액의 88%가 한국 정부, 즉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지원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 센터장은 "향후 대북 지원 사업의 방향에서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영양 지원, 교육 지원, 복지 개선 등 다양한 사업이 더욱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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