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학대' 영상 틀자… 엄마는 법정을 뛰쳐나갔다
그날의 '학대' 영상 틀자… 엄마는 법정을 뛰쳐나갔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8.08 09:11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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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 후 1년①] 부천 아동학대 사건, 수사에서 재판까지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식사 지도를 이유로 토사물을 아동 입에 넣고, 홀로 아동을 방치한 채 교실 불을 꺼버리는 등의 아동학대 사건이 지난해 7월 경기 부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했다. 그해 8월 4일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앞에서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베이비뉴스는 집회 이후 1년 동안 사건을 취재하며 5차 중 3차례 공판에 참석해 쟁점을 확인했다. 피해아동 부모들이 보낸 지난 1년은 어땠을까.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그날의 '학대' 영상 틀자… 엄마는 법정을 뛰쳐나갔다
② “친구도 기억 안 나”… 1년 전의 '학대'가 남긴 것

지난해 8월 4일 오후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학부모 10여 명이 아동 학대 피해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고 어린이집 폐쇄와 보육교사 및 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8월 4일 오후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학부모 10여 명이 아동 학대 피해에 대한 항의 집회를 열고 어린이집 폐쇄와 보육교사 및 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구호가 절규로 바뀌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폭력 교사 처벌하라, 모른 척하고 방관한 원장도 처벌하라(처벌하라)!”

지난해 8월 4일, 경기 부천시 중동에 위치한 A 어린이집 앞에서 학부모 10여 명은 피켓을 들었다. 조용했던 거리는 ‘가해자 엄중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덮였다. 이들 앞에 발길을 멈추는 사람이 생겼다. 이날부터 A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동네가 다 아는’ 사건이 됐다.

사건은 지난해 7월 18일 A 어린이집 만 3세반인 달님반(가칭)에 다니던 한 원아의 증언에서 시작한다.

“(선생님이) 엉덩이도 때리고 여기도 때리고 그랬어.”

아이가 엄마에게 어렵게 털어놓은 한마디로 담임 보육교사 이아무개(당시 26세) 씨의 학대 사실이 드러났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 영상 열람을 요구했고, 그 속에서 낮잠을 자는 아이에게 이불을 머리끝까지 씌우거나, 아동이 밥을 토하면 다시 입에 밀어넣는 교사의 모습을 확인했다. 

학부모 4명은 같은 달 22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교사 이 씨와 원장 김아무개(당시 46세)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은 CCTV 영상 50일 분량을 확보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같은 반 원아 13명 중 11명이 학대 피해를 입었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8월 9일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원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틀 뒤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신청은 기각됐다. 부모들은 법원 앞에서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했다. 어린이집과 시청, 법원을 오가던 시위는 해를 넘겨 1월까지 계속 됐다.

사건을 신고한 날로부터 8개월이 지난 3월 9일 오후 2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첫 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해를 인정받은 아동은 검찰 조사를 거치며 6명까지 줄었다. 피해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아동 중 한 명은 증인으로 재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피고인 웃음에 부모들 고성… 증거 영상 상영 때 법정 나가기도

“하이고, 웃어? 웃음이 나와?”

대화를 나누며 재판정으로 입장하는 변호사와 피고인들을 본 피해아동 학부모 B씨가 외쳤다. 함께 방청을 온 학부모들이 그를 말렸다.

“저것들 봐, 지금이 웃을 때냐고!”

급기야 근처에 있던 사회복무요원이 나타나 재판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법정에서 소란 피우시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B씨는 “아이고, 아이고” 낮은 한숨을 내뱉으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를 썼다.

피해는 아동이 입었지만 재판은 부모의 몫이었다. 학부모들은 육아와 마찬가지로 법원 출입은 처음이었다. 검사와 함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특별법) 제49조에 의거한 변호사가 국선보조인으로 따라 붙었다. 

교사 이 씨는 아동학대특별법 위반, 원장 김 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함께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씨는 검찰 기소 후 지난해 10월 18일 신체학대와 정서학대를 이유로 보육교사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 씨의 어린이집은 올해 신학기에 새 원생까지 맞이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김 씨는 재원 중인 아동의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 영업 중단을 통보했다. 2018년 8월 현재 A 어린이집으로 등원하는 아동은 없다.

지난 4월 13일 2차 공판 이후 방문한 A 어린이집. 올 3월 재원 중이던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영업 중지를 통보한 이후 A 어린이집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4월 13일 2차 공판 이후 방문한 A 어린이집. 올 3월 재원 중이던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영업 중지를 통보한 이후 A 어린이집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 사건은 ‘직·간접적 학대 피해를 어떻게 증명하는가’ 하는 쟁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8일부터 7월 14일 한 달간 달님반 교실을 촬영한 CCTV 영상이 주요 증거로 사용된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을 편집해 영상을 40여 편으로 나눴다.

CCTV 영상을 둘러싼 공방은 재판 초기부터 있었다. 교사와 원장 측 변호사는 혐의 사실 확인을 위해 영상 복제 교부를 요청했고, 피해아동 쪽도 교부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4월 16일 2차 공판에서 '(영상의) 외부 유출이 우려되고, 확인이 필요한 것이 목적이라면 공판 때 열람해도 충분하다'며 양측의 교부 신청을 거절했다. 판사는 3차 공판에서 영상을 열람하며 양측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3차 공판은 시작 전부터 긴장이 흘렀다.

◇ CCTV 증거로 '학대 피해 증명' 쟁점… 9월 중 1심 선고 예정

“어떻게 아이들한테 그럴 수 있어?”

학대 장면이 담긴 첫 번째 영상이 종료되자마자 방청석에 있던 한 부모가 원장과 교사를 향해 소리쳤다. 부모들은 자녀가 피해를 입는 장면을 보며 처음 영상을 확인한 날처럼 격앙한 반응을 보였다. 판사는 “속상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보기가 어렵다면 (재판정) 밖에 계셨으면 한다”고 중재했다. 피고인 석에 앉은 김 씨와 이 씨의 얼굴에서 변화를 감지하기는 어려웠다. 

5월 18일 3차 공판에서 열람한 CCTV 영상은 44편이었다. 변호사는 영상 속에 보이는 교사의 행동에 무죄를 위한 증거가 있다면서, 교사 이 씨의 공소사실 중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견에 판사는 “영상 자체로만 보면 문제가 있어보인다”며 “무죄를 다툰다고 하는 게 본인의 진정한 의사가 맞냐”며 이 씨에게 질문했다. 이 씨가 “네”라고 답했다. 판사는 “의견 듣고 기재하려면 메모하기가 어렵다”며 변론 의견서를 요청했다.

변호사는 교사는 아동을 지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판사는 변호사의 의견이 양형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음을 고지했다. 9번 영상까지 재생했을 때, 부모 한 명이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재판정 밖으로 나갔다. 판사는 “열람부터 하고 의견은 나중에 듣자”며 재판 진행 방식을 변경했다. 44번 영상까지 재생되는 동안, 부모들의 거친 들숨소리가 이따금 들렸다.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재촬영한 사진을 베이비뉴스가 입수했다. 교사가 아이를 몰아세워서 얼굴을 때리는 장면 중 일부이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재촬영한 사진을 베이비뉴스가 입수했다. 교사가 아이를 몰아세워서 얼굴을 때린 것으로 의심받는 장면 중 일부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원장이 교사 관리 책임을 다했는지 여부도 이번 사건 재판의 또 다른 쟁점이다. 2차 공판에서 원장 측 변호사는 ‘교사 이 씨에게 원장 김 씨가 아동학대 방지 교육을 이수하게 했고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주장을 보충하기 위해 7월에 열린 5차 공판에서 변호사는 재판부에 A 어린이집 교사 윤아무개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판사는 원장 측의 증인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피해아동 부모 측에도 증인 신청 기회를 줬다. 증인으로 학대 피해사실을 7개월 먼저 인지한 부모를 세울 계획이다. 해당 부모는 2017년 1월 경 자녀의 증언으로 학대가 있었음을 파악하고, 어린이집에서 원장 김 씨와 함께 CCTV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다른 지역 어린이집으로 옮겼다.

8월 중 열릴 6차 공판을 마지막으로 재판은 끝난다. 양측의 증인 심문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중에 1심 선고가 나면 부천 A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법정 공방은 일단락된다. 

보육교사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자로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때문에 이 경우에 해당하는 교사 이 씨는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죄가 선고되면, 아동학대관련 범죄전력자는 10년까지 학교를 포함한 아동관련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는 점도 적용받는다. 원장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경우, 원장 자격이 취소되며 10년 이내에는 자격을 재교부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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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 2018-12-26 23:27:07
아 정말 속상하네요. 제발 법적으로 처벌을 강화시켰으면좋겠어요

jre**** 2018-12-24 10:43:48
이런 끔찍한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지... 보육교사가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또 그만큼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기에. 보육 교사 자격증 만큼은 좀 많이 어려워졌으면 좋겠어요.

kimhyosu**** 2018-12-23 23:17:16
아동학대.폭력교사나오는기사 이제는쉽게 기사화되는것같아요
정말강력한 처벌받아야해요.처벌이미흡하니까 자꾸 이런일들이
생기는것같아요,힘없는아이에게 이러면 안되죠ㅠ

ha**** 2018-12-21 17:33:48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화가나고 마음이 안좋습니다. 아동학대, 폭력교사는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woghk**** 2018-12-20 22:52:41
학대는 가해자에게 그보다도 더한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읽는동안 제 일처럼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일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게 강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제발 아이들을 더이상 학대하지 못하게 강력한 법을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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