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판치기’, '가판치기'를 아시나요?
‘진판치기’, '가판치기'를 아시나요?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8.08.03 1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딱지, 도박성에 위험성까지… 장난감 아닌 ‘무기’되다

【베이비뉴스 김윤정 기자】

과거 딱지치기는 신문지나 달력 등 못 쓰는 종이로 딱지를 만들어 노는 놀이였지만 이제 이런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 요즘 아이들이 갖고 노는 딱지는 말랑말랑한 질감에 캐릭터가 찍혀 나온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중엔 일반 딱지를 비롯해 ‘한정판’, ‘대왕’, ‘소장판’ 등의 수식어를 단 비교적 높은 가격의 딱지들까지 다양하게 판매된다. 딱지를 구입한 아이들은 ‘진판치기’, ‘가판치기’, ‘뿌린다’ 등의 속어를 사용하며 사행성을 조장하는 놀이문화를 형성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캐릭터 플라스틱 딱지 장난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캐릭터 플라스틱 딱지 장난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진판치기’·‘가판치기’… “금전적 보상 있다면 사행성 조장”

7세 아들을 둔 주부 김윤진(가명, 33세) 씨는 “아이가 딱지치기 얘기를 하며 ‘진판치기’란 단어를 사용해 깜짝 놀랐다. 아이들끼리 통하는 하나의 용어겠지만 어감도 좋지 않고 딱지치기가 도박 같단 생각이 들어 혼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됐다”고 말했다.

‘진판치기’란 아이들끼리 딱지치기를 했을 때 이긴 사람이 딱지를 가져가는 게임을 뜻하는 말이다. ‘진짜 딱지를 걸고 하는 판’이란 의미인데, 반대로 ‘가판치기’는 딱지를 따도 가져가지 않는 ‘가짜 판’이란 뜻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플라스틱 소재의 딱지 가격은 1000원 이하부터 5000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크기가 크거나 ‘프리미엄’, ‘소장판’ 등의 이름을 단 딱지일수록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아이들은 딱지치기를 하며 더 비싼 딱지를 갖기 위해 게임을 이어간다.

업체들의 상술은 아이들의 소비심리를 더욱 자극한다. 딱지와 딱지를 합칠 수 있는 이른바 ‘합체 딱지’와 딱지에 동전과 같은 코인을 끼워 힘을 더하는 ‘동전 딱지’는 도박성과 사행성을 조장한다. 특히 동전 딱지엔 코인이 아닌 진짜 동전을 끼울 수 있어 돈을 따먹는 상황이 아이들에게 노출돼 해당 유해성이 2013년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품들은 판매 중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측 관계자는 “도박은 금전적인 요소가 있을 때 성립되기 때문에 딱지와 같은 놀이도 사행적 요소를 포함한다면 도박이라 볼 수 있다”며 “불확실한 제품구성과 내기로 획득한 금전적 보상은 사행성 놀이 행위를 반복하게하고 도박 행동 습관화를 유발한다. 아이들의 뇌가 다른 사람의 돈을 따는 강한 자극에 노출되면 정서적, 인격적 성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딱지치기가 단순 놀이가 아닌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딱지는 동전과 같은 코인을 끼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딱지 제품 표기면
일부 딱지는 동전과 같은 코인을 끼울 수 있게 만들어졌다. ⓒ딱지 제품 표기면

◇ 플라스틱 제조·날카로운 디자인, 딱지 아닌 ‘무기’로…

경기 시흥시에서 5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오지은(가명) 씨는 “아이들의 딱지치기 문화 중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필요 없는 걸 바닥에 던지는 게 있다. ‘뿌린다’고 표현하는데 딱지를 갖고 싶은 아이들이 가져가거나 받는 문화다. 예전엔 그래도 딱지가 작았지만 지금은 접시만한 것도 있는데,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멀리, 세게, 높이 힘 조절을 하지 않고 던지니 무기가 된다. 우리 아이는 딱지가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날카로운 부분에 미간을 맞아 다섯 바늘을 꿰맸다. 제조업체에서도 날카로운 부분 없이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거나 안전을 보장하는 규격을 따라야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나 맘 카페에선 딱지로 아이가 다쳤다는 엄마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말랑말랑한 질감 때문에 ‘고무 딱지’라 불려 고무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딱지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이다.

딱지를 제조하는 A업체 관계자는 “딱지로서의 기능 때문에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플라스틱으로 제조해온 것도 있고 밝히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선 고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털어놨다.

플라스틱 딱지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딱딱한 재질은 아이들의 놀이에서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플라스틱 딱지의 날카로운 디자인과 딱딱한 재질은 아이들의 놀이에서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재질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딱지의 위험성이 나타난다. 캐릭터 모양 때문에 끝이 날카로운 제품도 있고 이른바 ‘표창 딱지’는 실제 표창처럼 생겨 끝이 뾰족하다. 딱지의 사용연령은 5세 이상, 7세 이상 등으로 표기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따르면 96개월 미만의 어린이제품엔 위해한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없어야하지만 소비자들이 시험 및 평가 기준을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린이제품은 2015년부터 시행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에 의해 안전인증을 받아야한다. 딱지를 비롯한 어린이제품들을 구매하고자한다면 KC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