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까지 허용하는 외국 숲유치원… 왜?
'칼'까지 허용하는 외국 숲유치원… 왜?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8.08.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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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위험하게 놀아본 아이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지는 나무에 오르기 등 12세가 되기 전에 해봐야 할 '위험부담' 놀이를 소개한 바 있다. ⓒ베이비뉴스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지는 나무에 오르기 등 12세가 되기 전에 해봐야 할 '위험부담' 놀이를 소개한 바 있다. ⓒ베이비뉴스

나는 유아의 안전에 대한 생각을 할 때,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가 떠오른다. 공주의 첫 생일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공주는 열일곱 살이 되는 해에 물레에 찔려 죽을 것이다”라는 저주를 내린다. 왕은 공주가 물레에 찔리는 저주를 피하기 위해 성안에 모든 물레를 치워버렸지만, 열입곱 살의 공주는 성 안 어느 구석에 치워져 있는 물레에 결국 찔리고 만다.

열일곱 살이 돼 물레를 난생 처음 보는 공주는 이 물레라는 물건을 어떻게 다뤄야 안전한지도 몰랐고, 결국 물레에 찔리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유아에 대한 안전의식이 마치 이 동화속의 왕처럼, 아이의 위험에 대해 너무 과잉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위험부담 놀이의 긍정적 측면

유아는 놀이를 하면서 세상을 배운다. 특히 신체적인 놀이를 통해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인식하면서 힘을 조절하고 신체의 균형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은 약간 위험해 보이는 놀이에 흥미와 매력을 느끼는데, 이는 위험에 도전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성취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이들은 징검다리를 보면 건너려고 시도하고, 경사진 언덕을 보면 기어 올라가려고 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려고 한다. 유아들이 이렇게 어려워 보이는 활동에 도전하는 것은 유아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면서 자신의 신체한계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과제를 달성했을 때 유아들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고 또 다음 단계를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위험한 놀이는 실패의 경험을 수반한다. 물레를 안전하게 다루려면 물레를 다루다가 찔려본 경험도 필요할 수 있고, 언덕을 오르다가 미끄러지거나,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중간에 발을 헛디디는 실패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유아 스스로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모험을 즐기는 놀이, 이전에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어떤 것을 시도하는 것,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것보다 약간 빠른 속도감과 높이 등을 즐기며 노는 것을 위험부담(risk-taking)놀이라고 한다. 위험부담놀이는 위험에 도전하고 이를 극복했을 때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 칼과 불의 사용까지 허용하고 있는 외국 숲유치원

외국의 숲유치원에서 유아들이 숲활동을 하면서 칼을 사용해 나뭇가지 자르기나 다듬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칼에 베여본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이들은 당연히 “있다”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에게 위험한 물건에 대해 인식시키고 유아에게 단계적으로 위험한 도구를 다룰 수 있도록 가르친다.

이를 통해 유아들은 위험에 대해 인지할 수 있고, 예를 들어 칼을 어떻게 사용했을 때 위험한지, 어떻게 사용하면 안전한지, 위험한 도구이지만 인간에게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배우게 된다. 오히려 유아의 안전사고는 유아가 자신의 신체한계를 모른 채 갑자기 허용된 환경에 놓였을 때 더 잘 일어난다.

자녀가 높은 데서 뛰려고 하면 “위험해, 뛰지 마!”라고 말하고, 아이가 칼을 잡으면 얼른 달려가 칼을 뺏아버릴지도 모르겠다. 또 놀이하다가 넘어지거나 상처가 나면 너무 과하게 반응할지도 모른다. 유아의 성장과정에 긁히고 찢어지고 까지고 넘어지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필요한 경험이다. 아이가 다칠까봐 거친 신체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넘어져서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 안의 모든 공간에 안전매트를 깔고 보호장치를 단단하게 해두는 것은, 마치 물레에 찔리지 않도록 모든 물레를 치워버리는 동화 속 왕의 행동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의 평가인증컨설팅에서도 어린이집 마당의 장미 가시, 현관 입구의 선인장 가시 등도 부적절한 사례로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유아는 안전한 기관 생활을 위해 아름다운 장미를 볼 권리도 없구나”라고 한탄한 적이 있는데, 이는 유아 안전에 대한 과잉보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식물에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고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배울 기회를 아예 차단시키고 있는 방식이 우리나라 유아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인 듯하다.

◇ 12세가 되기 전에 해봐야 할 위험부담 놀이들

2012년 4월 영국 '내셔널트러스트'지는 아동들이 자연과 더불어 좀 더 활동적으로 놀도록 권장하면서 12세가 되기 전에 해봐야 할 놀이목록을 50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한다. 소개된 활동들은 높은 데서 떨어지거나, 넘어져서 상처가 나거나, 손에 가시가 박히거나, 칼에 베이거나, 곤충에 쏘이는 등의 위험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와 유아교육기관에서 유아들이 좀 더 활동적으로 놀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벼운 상처와 사고에 좀 더 초연해지는 것이 아이의 발달과 안전의식에 유익하다.

▲나무에 오르기 ▲엄청 커다란 언덕에서 굴러내리기 ▲자연에서 야영하기 ▲나무 은신처나 동굴 같은 아지트 만들기 ▲물수제비 뜨기 ▲비 맞으며 뛰어다니기 ▲연날리기 ▲그물로 고기잡기 ▲나무에 달린 사과 직접 따먹기 ▲상수리 열매 쪼개기 ▲암벽등반 ▲개울에 둑 쌓기 ▲눈 뭉치 던지기 ▲해변에서 보물찾기 ▲진흙으로 파이 만들기 ▲바다에서 수영하기 ▲썰매타기 ▲모닥불 피워 음식 만들기 ▲밧줄을 이용해 비탈길 내려가기 ▲밤에 자연관찰 나가기 ▲채소를 직접 키워서 먹기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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