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인데 엄마가 좋아하는 삼계탕을?
아이 생일인데 엄마가 좋아하는 삼계탕을?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08.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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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엄마랑만 보내는 일곱 번째 생일
사랑이 생일 날, 레스토랑 음식 대신 엄마가 좋아하는 전복 삼계탕을 먹은 이유는? ⓒ베이비뉴스
사랑이 생일 날, 레스토랑 음식 대신 엄마가 좋아하는 전복 삼계탕을 먹은 이유는? ⓒ베이비뉴스

2018년 8월 6일 우리 딸이 태어난 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요즘은 눈물로 지나온 그 힘든 기억들이 하나도 안 난다. 건강하게 크고 있는 딸 재롱에 그저 웃으면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딸 생일이 되면 유독 더 아빠의 빈자리가 생각나게 된다. 일상처럼 느껴지는 평범한 일들이 나에게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가질 수 없는 추억이자 소망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남들보다 더 신경쓰이고 예민하게 보내게 된다. 남들은 생일이면 케이크과 함께 외식을 하고 선물을 사주고 함께 사진을 찍고, 그렇게 추억을 남기고 그날을 기념한다. 그런데 나는 유독 사랑이 생일이 되면 더 많이 울고 더 외로웠고 더 서럽게 보냈던 것 같다.

딸에게 미안해서, 아무리 내가 노력한들 아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어서. 불현듯 주변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의 존재와 자기 가족의 '다름'을 매일 경험하고 느끼면서 자랄 딸이, 생일 날에는 마음속으로 아빠를 더 그리워 하지 않을까 예민하게 생각하고 걱정하는 나였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속도 깊고 엄마에 대한 배려심도 깊어서 내색하지 않는 딸. 하지만 오늘 같은 생일 날에는 더욱더 아빠의 빈자리가 미안하게 느껴지는 건 평생 내 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섯 살 생일까지는 사랑이 생일이 다가오면 그렇게 아빠의 빈자리와 신세 한탄으로, 눈물로 서러움으로 미안함으로 보냈는데 이번 생일은 좀 달랐다. 예전 같으면 사랑이 생일에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선물을 사고 사진을 예쁘게 찍어서 액자에 넣어서 생일파티를 마무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사랑이를 힘들게 낳은(?) 나를 위한 시간도 같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이에게 이번 생일은 엄마가 하고 싶은 거 하나, 사랑이가 하고 싶은 것 하나를 정해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사랑아! 사랑이 생일은 엄마가 사랑이를 힘들게 낳은 날이야. 이날은 엄마를 위한 날이기도 해. 그러니까 엄마는 이번 네 생일에 엄마를 위해서 삼계탕을 먹겠어! 너는 뭘 하고 싶어?"

"그래! 엄마 좋아요! 전 신비아파트 장난감을 갖고 싶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요."

아주 기쁘게 얘기하는 딸을 보면서, 지난 6년 동안은 나와 사랑이를 위한 게 아닌, 남들에게 보여주기식 생일파티를 해온 게 아닌가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둘이 살아도 할 거 다 하면서 야무지게 씩씩하게 살고 있어요'라고 보여주기 위한 생일파티 말이다.

◇ "사랑이 생일은 엄마를 위한 날이기도 해!"

사람들의 선입견과 시선들. 우리 모녀는 꽤 괜찮게 산다는 허세라도 부리는듯,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들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생일 날 찍은 사진을 카톡 배경으로 해놓고 며칠 동안은 '그래도 우리 둘이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내 자격지심 외침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번 사랑이의 생일파티는 '이제 주변의 시선 따위는 필요없다!'라는 내 당당한 생각과 치유와 용기의 결과물이었다. 온전히 나와 내 딸을 위한 생일파티를 하자는 마음에, 나는 그동안 몸보신 차원에서 먹고 싶었던 전복 삼계탕을 혼자 한 그릇 뚝딱 하고, 그 길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실컷 배 터지게 사랑이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오는 길에 사랑이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신비아파트 장난감을 사들고 돌아왔다. 사랑이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시간, 기분이 꽤 괜찮았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매너와 배려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꽤 괜찮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멋진척 코스프레'를 하고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내 마음속에는 '남들이 무시할 거야. 남들이 비웃을 거야. 그러니 이럴 때라도 더 멋있게 남들 이상으로 잘해야 해.' 하는 무의식이 나의 연약함을 감추고 있지 않았나 싶다.

지난 6년 동안 사랑이 생일은 그 어느날보다 가장 우울했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게 됐고, 전 남편의 빈자리와 억울함, 사랑이에게는 미안함과 답답함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는 1년 중 가장 짜증 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곱 살 생일에는 나와 사랑이의 방식으로 사는 법을 만들어간 것 같아서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낸 것 같다.

내년 생일에는 정말 사랑이가 하고 싶은 생일파티를 열어줘야겠다. 사랑이가 그날만은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사랑이가 원하는 사랑이만의 생일파티! 내년이 더 기대된다. 엄마와 함께 보낼 사랑이의 신나는 생일 파티!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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