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손 씻는 아이, 강박증인가요?
틈만 나면 손 씻는 아이, 강박증인가요?
  • 칼럼니스트 전승혜
  • 승인 2018.08.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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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행동 속, 감정 코칭] 횟수가 아니라 이유가 중요합니다

Q. 일곱 살 딸 쌍둥이를 둔 부부입니다. 저희 부부가 맞벌이라서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유치원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으니 첫째보다 둘째 딸이 손을 자주 씻으러 간다고 합니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손을 씻으러 가고 싶어 합니다. 우리 아이가 결벽증이나 강박증인 것일까요? 쌍둥이 언니와 같은 반인 것이 문제가 될까요? 엄마인 제가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데 유전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심리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손을 씻으려는 아이, 강박증인 걸까요? ⓒ베이비뉴스
한 시간에 한 번은 손을 씻으려는 아이, 강박증인 걸까요? ⓒ베이비뉴스

손을 씻는 횟수가 많다고 무조건 강박증은 아닙니다. 그러나 행동의 이유는 중요합니다. 손을 씻는 것은 청결을 위한 좋은 습관이며 외출 후에 손을 씻는 습관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사람마다 청결을 유지하는 횟수와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꼭 물로 씻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물티슈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손을 씻는 것이 세 번이면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열 번이 넘어도 아직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횟수 자체만으로는 특정 질환(disorder)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특정 사건 이후, 당장 손을 씻어야 한다는 사고는 손을 씻는 행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강박증상인지 아닌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강박(obsessive compulsion)은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하여 특정 행동을 반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자 하는 행동의 형태입니다. 강박에는 강박적인 사고와 강박적인 행동으로 나뉩니다. 강박사고(obsession)는 “지금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많이 불안하다”라고 느끼는 침투적인 사고이며, 이것은 자신의 의식 속에 떠오르는 생각하고 싶지 않는 불편하고 불쾌한 생각을 의미합니다.

강박행동(compulsion)을 하는 것은 “현재 느낀 불안으로 특정한 행동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회피로 인해 특정 행동을 지속하는 것에 있습니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 또는 강박행동 중 하나만 속할 수도 있고 둘 다 속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하루 한 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아동 개인의 일상생활 및 대인관계에 지장을 준다면 강박장애일 수 있다고 DSM(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5에서는 진단합니다.

특정한 행동이 보이는 것은 유전적이거나 아이의 기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스트레스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는 부모를 닮습니다. 그것이 눈에 드러나는 외모일 수도 있고 성격이나 기질일 수도 있습니다. 유전적인 것은 자녀의 삶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전적인 것만 환경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부모는 키가 큰데 자녀는 잘 먹지 않아서 키가 작을 수 있고, 부모는 외향적인데 자녀는 내향적일 수 있는 것처럼 유전과 기질, 환경적인 요인은 서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차이를 보이기도 하면서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형제의 사이가 좋을 경우는 관계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손을 자주 씻으러 가는 것이 강박의 원인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한쪽에서 간섭이나 무시를 한다거나, 자신의 뜻대로 다른 형제가 하기를 원한다면 힘을 가진 형제가 형제순위에 상관없이 상하관계처럼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요구받은 쪽은 스트레스로 특정 사고와 행동이 반복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손을 자주 씻는 것 이외에도, 순서를 매긴다거나 물건을 똑바로 놓아야만 마음이 안심이 되는 경우 등도 이에 포함됩니다.

◇ 전문가 솔루션 코칭

▲행동의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정 행동이 하루이틀 보인다고 해서 강박증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순간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사용했을 수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의 특정 행동이 관계형성이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가 크고 자주 자녀의 행동이 어색하고 불편해 보인다면, 이면에는 자녀에게 그런 행동을 할 만한 충격적인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녀가 생각하기에 과한 요구를 받았을 때, 통제를 당했다고 느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혼이 났을 때 등 어느 때에 자녀가 손을 씻으러 가는 특정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꾸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이때 자녀와 대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손을 자주 씻으러 가는데 그 이유가 뭐야?”라고 단도직입적이고 직접적으로 묻는 것보다 “요즘에 힘든 일이나 속상한 일 있었으면 엄마와 아빠가 들어주고 싶은데”라고 우회적이고 간접적으로 부드럽게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강박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때 빨리 해결하려고 들면 불편해하고 오히려 피해갈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사고나 행동을 하는 욕구를 파악하고 다스려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불안 회피를 위한 아동의 반복 행동의 이유를 알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있을 때에는 생각보다 빠른 시기 내에 개입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자녀와 긴장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놀이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손을 자주 씻으러 가는 자녀의 특정 행동이 부모의 기질적인 성향이 유전된 것에 의한 것이라면 함께 놀아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감 놀이나 지점토, 물을 섞은 모래 놀이, 진흙 놀이, 로션 바르고 놀기 등은 치우기 힘들기 때문에 엄마들이 기피하는 놀이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놀이들은 아동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며 긴장을 완화시켜줍니다.

지점토를 주무르고 반죽하고, 물감으로 손발도장 놀이를 하며, 로션이나 진흙 팩을 서로 몸에 발라주기도 하고 로션 위에 그림을 그리고 논 후 함께 치우고 씻는 행동은 부모와 함께한다는 것과 촉감을 사용한다는 것에서 자녀의 심신과 정서에 안정을 줄 수 있습니다.

▲일정 시기가 지나도 특정 행동이 지속된다면 심리치료가 필요합니다.

강박은 DSM-5에 분류기준에 명시돼 있는 '강박 및 관련 장애'에 속합니다. 성인과 달리 유아기에는 이러한 행동과 사고가 과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에 유아기에는 강박증상이 병리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는 9~10살 시기에는 불안으로 인한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유아기 때부터 반복되는 특정 행동이 학령기까지 지속되는지 여부를 관찰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고 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심리진단을 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전승혜는 미국 ACU에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아동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영어 주임교사로 10년 이상 근무하였다. Healing counseling university에서 family counseling major(가족상담학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한양대학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에서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과 가족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하며 상담하고 있다. 현재 복지관, 청소년수련관에서 유아와 아동 및 청소년상담 개인 상담 및 집단상담을 하고 있으며, 아동 전문가로서 부모교육 및 교사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음악심리상담가, 놀이심리상담가, 미술심리상담가로도 현재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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