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9개월 아기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는데, 옹알이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아기처럼 옹알거리는 듯이 아기말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아기에게 표준어를 들려줘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기처럼 아기말을 따라해도 되는 건지요?
A. 옹알이는 아기가 입에서 혀로 놀이하듯이 ‘옹알옹알’한다고 해서 옹알이라고 합니다. 언어발달의 초기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 엄마가 아기와 언어적으로 반응하면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언어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흔히 엄마들이 인터넷에 ‘우리 아기, 첫 옹알이해요’라면서 동영상을 올리는데, 그것들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그 옹알이는 쿠잉(cooing)인 경우가 많습니다.
옹알이는 쿠잉(cooing)과 배블링(babbling)으로 구분합니다. 쿠잉은 생후 3~4개월경, 목젖소리처럼 모음 소리만 나는 것으로, 초기 옹알이라고 합니다. 쿠잉은 대부분 백일경에 나타나서 “오올, 오옹~” 등의 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에 엄마는 매우 기뻐 날뛰면서 아기가 옹알이를 했다고 감동을 하곤 합니다.
어느 날, 아기가 엄마를 바라보며 옹알이를 하면, 엄마는 반갑게 그에 반응합니다. “아이구~ 우리 아가, ‘엄마’라구? ‘엄마’라고 했지?”라며 호들갑을 떨곤 하지요. 저녁에 퇴근해 들어오는 식구들에게 아기가 첫 옹알이를 했다고 한껏 자랑을 늘어놓기도 하고,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지인들에게 자랑하기도 합니다. 엄마들이 올리는 옹알이는 대부분 이러한 쿠잉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옹알이는 배블링(babbling)입니다. 배블링은 쿠잉 이후 7~8개월경에 나타나는데, 비로소 자음이 출현합니다. 모음소리만 있는 쿠잉과는 달리, 배블링은 “부부부, 바바바~” 등의 자음과 모음 소리가 같이 나타납니다. 이것을 진정한 옹알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소리 이후에 한 단어식 언어가 출현하기 때문입니다.
옹알이가 나타날 때, 그 옹알이에 반응해주는 엄마의 반응이 차후 한 단어, 두 단어 식의 언어로 이어지는 데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마의 언어를 모성어(motherese)라고 합니다. 흔히 아기말이라고도 합니다. 엄마가 아기처럼 하는 아기말은 아기와 옹알이를 매개로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옵니다. 아기 봐주시는 할머니가 전화로 아기 옹알이를 들려주면,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금방 어조가 달라집니다. “아이구, 우리 ○○이, 할머니랑 놀았다구?” “오옹~ 오옹” “아이구, 그랬쪄요? 재밌어요?” 아기 목소리는 그저 단순히 옹알거릴 뿐인데, 엄마 혼자서 마구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 옹알이와 모성어, 이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행복입니다
어느덧, 엄마는 스스로 그 재미에 빠져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길게 늘어뜨리곤 합니다. 동료가 듣기에는 너무 낯선 장면이지요. 방금 전까지도 아주 냉철하고 이지적인 분위기의 직장인이 갑자기 아기랑 통화를 할 때의 소리는 너무 낯설지요.
‘아줌마들은 참 이상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소리가 아기의 언어발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정입니다. 집에서는 아기와 눈빛을 교감하면서 옹알이에 반응하면, 그 효과는 더욱 배가(倍加)됩니다. 이런 엄마의 말투를 모성어라고 합니다.
모성어는 어조가 짧고 속도는 느리면서 고음의 톤으로 반복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아이구~⤿” “그랬쪄요?↝↝” “누가?⤿” “우리 ○○이가?↝” 라면서 엄마의 모성어는 리듬을 타고 아기에게 입력됩니다. 아기는 마치 자기 옹알이를 엄마의 언어로 다시 듣는 것입니다. 동시에 엄마와 눈과 입을 마주보면서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아기의 언어발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과정입니다.
엄마와 아기의 옹알이를 통한 상호작용은 차후 언어적인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며, 동시에 눈빛교감은 엄마와 친밀감을 더해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아기는 더욱 엄마의 모성어를 듣고 싶어하게 됩니다. 이때의 행복감이 아기에게 옹알이를 더욱 촉발하는 효과를 제공하므로, 엄마는 옹알이에 능청스러울 정도로 아기처럼 연기(演技)를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문제행동을 보이는 유아의 경우, 전문가들은 그 엄마에게 아기가 옹알이는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마가 옹알이 시절에 아기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엄마들은 그 시절을 잘 모릅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글쎄요. 우리 아이가 옹알이를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육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나 등의 이유로 옹알이에 반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기의 옹알이에 엄마의 모성어로 반응하는 것은 아기의 언어발달은 물론이고,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매우 행복한 추억으로 남겨집니다. 이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행복입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석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 동덕여대와 서울한영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학교 밖에서는 부모교육전문가로,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자녀와 싸우지 마라」, 「꼬마영웅 레니」, 저서로는 「봄의 요정 보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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