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점점 단맛은 좋아하고 쓴맛은 싫어합니다. 쉽게 마시는 음식은 좋아하고 물컹거리고 많이 씹어야 하는 음식 앞에서는 머뭇거리죠. 아이와 엄마가 실랑이를 하면서 엄마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알았어, 이번 한 번만이야”라고 거래 아닌 거래를 끝내면 결국 엄마가 제어당하고 맙니다.
심리학 용어 중 심리적 저항이라는 의미는 강하게 금지하면 할수록 그만큼 소유욕이 커진다는 것인데, 눈앞에 과자가 보이는데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인지적으로 참기 힘든 고통이므로 그 심리적 저항으로 아이들의 음식 선호도는 더 증가합니다.
아이들마다 식습관의 문제점은 매우 다양한데 특히 편식, 그리고 채소를 싫어하는 것은 교정하기 위해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즉, 이미 편식 습관을 형성한 아이들에게 단계별로 같은 재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푸드브리지(Food bridge)를 추천합니다. 푸드브리지는 싫어하는 음식을 여러 방법을 통해 노출시켜 처음에는 5~10%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90% 이상 노출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싫어하던 음식도 친숙해지고,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푸드브리지의 단계를 호박의 예를 통해 살펴봅시다. 호박은 물컹거리는 질감과 풋내, 특유의 향으로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입니다. 다른 음식 안에 몰래 넣어 먹여도 민감한 아이는 바로 토해내기도 하죠. 호박을 안 먹는 편식, 푸드브리지로 해결해보세요.
▲1단계 : 호박을 오감으로 느껴보게 해주세요. 아이와 마트에 가서 돼지 호박, 애호박, 단호박, 늙은 호박, 조롱박까지 다양한 호박을 직접 보고 만지게 해주세요. 또 호박마차가 나오는 ‘신데렐라’, 박에서 온갖 금은보화가 나오는 ‘흥부 놀부’ 동화를 읽거나 할로윈 축제 때 호박의 의미도 설명해주고 소품도 이용해보세요.
▲2단계 : 호박의 싱그러운 녹색으로 여러 반죽놀이를 합니다. 밀가루 반죽에 호박을 갈아넣었다고 얘기하지 말고 국수, 수제비, 만두피 등을 함께 만들어보면서 어떻게 고운 색이 나왔는지 대화를 하며 아이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합니다.
▲3단계 : 맛이 강하지 않다고 느끼도록 조금씩 섭취를 시도해봅니다. 즉, 아이가 좋아하는 채소를 함께 튀겨도 좋고, 호박죽을 먹일 때도 처음에는 호박속만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껍질을 넣어 호박죽이 노란색이 될 수도, 연두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4단계 : 다른 재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호박에 고기를 갈아 넣어 샌드 모양의 호박 지짐을 만들거나, 단호박 안에 아이가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피자치즈를 듬뿍 올려서 보기도, 먹기도 좋은 음식을 제공해주세요.
채소편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채소를 꼭 먹는 것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채소 중에서도 아이가 더 흥미를 보이는 채소로 우선순위를 잡으며,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서 아이의 편식 성향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임희숙은 대학병원 임상영양사를 거쳐 현재 연성대학교의 식품영양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 영유아 및 이유식, 여성건강질환에 대한 영양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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