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신이 기쁘지 않습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아내의 임신이 기쁘지 않습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 칼럼니스트 이화수
  • 승인 2018.08.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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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파파의 소통 설명서] 아빠의 임신은 엄마의 임신과 다릅니다

Q. 아내와 함께 임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테스트기로 함께 확인했을 때 기쁘지 않고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기쁘지 않은데 아내 앞에서 기쁜 척하는 제가 어색했습니다. 첫 경험이기도 하고 몹시 기뻐 얼떨떨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기분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제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혹시나 이런 내 마음 때문에 아내가 실망할까 걱정입니다.

아내의 임신이 기쁘지 않고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런 내 마음 때문에 아내가 실망하진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아내의 임신이 기쁘지 않고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이런 내 마음 때문에 아내가 실망하진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A. 무엇보다 한 생명을 잉태하고 보살피며 함께하기로 결심한 두 분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아마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셨다면 많은 축하와 응원을 들으실 거 같습니다. 또는 아이가 있는 친한 친구들에게는 ‘너도 이제 끝이다(?)’라고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나만 이 고통을 겪지 않아 기쁘다'는 우정 같지 않은 우정이 숨어 있어 기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분의 마음 상태라면 주변의 축하나 장난에도 함께 기뻐하거나 받아치기가 힘들어 고민이실 거 같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이를 갖는 것은 그 자체로는 기쁘지 않습니다. 질문자분께서 사연에서 표현해주신 감정이 아마 다른 예비아빠들이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실감이 안 난다’입니다. 또는 ‘걱정이 앞선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임신 사실을 알고도 아빠들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 핀잔을 듣는 장면을 왕왕 볼 수 있습니다.

남자에게는 특히 임신으로 내 몸이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의 존재를 느끼기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감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여 감정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예비아빠들은 조금의 노력과 연기가 필요합니다. 아이에 대한 존재와 애정을 느끼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리는 아내의 임신과 남편의 임신 사이의 차이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남편의 임신이라고 하니 다소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도 임신을 합니다. 아내의 임신은 아이가 착상하고 자라며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내의 몸과 호르몬이 변화를 보입니다. 하지만 남편의 임신은 내 배 속에 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니 상상 임신과 같습니다.

남편의 임신은 몸의 변화보다는 호르몬과 감정 변화가 주를 이릅니다. 아내의 임신은 배 속의 아이에 맞춘 변화입니다. 하지만 남편의 임신은 무엇에 맞춘 변화일까요? 바로 아내의 호르몬입니다. 남편의 임신은 아내의 호르몬 변화에 맞춰 남편의 호르몬이 변하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아내의 임신 기간 내 아빠가 입덧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를 ‘쿠바드 증후군’이라 합니다.

그리고 자녀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이해해야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자녀 사랑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자녀 사랑이 ‘본능’이라는 관점과, 이런 본능을 넘어선 ‘의미’가 존재한다는 관점입니다. 첫째 관점을 대표하는 분야가 진화심리학 분야이며, 두 번째 관점을 대표하는 분야가 실존주의 심리치료 분야입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더 많은 유전자를 대물림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사랑함으로써 고독을 넘어선 의미를 느끼게 한다고 봅니다.

◇ 아빠의 임신을 이해해야 태어나지 않은 자녀와 소통이 가능합니다

질문자분께는 진화심리학 관점을 좀 더 설명드리겠습니다. 그게 질문자분을 위로하기에 더 직접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자녀 임신이 자신의 유전자의 대물림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일부일처제를 법제화한 현대 대한민국에서 부부 간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물론 내 자녀라는 근거는 확실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수렵과 채집을 하던 선사시대의 뇌와 같습니다. 그래서 머리로는 알겠지만 감정이나 행동 수준에서는 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임신 즉시 기쁘기보다는 자신의 자녀라는 확신이 커짐에 따라 자녀에 대한 존재와 애정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에게는 이를 근거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는 말기를 권합니다.

아빠가 자녀 임신을 기쁘게 수용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답을 드리기 위해 두 가지를 설명드렸습니다. 아빠의 임신과 진화심리학입니다. 이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아빠는 임신 사실을 듣는 동시에 기쁘기는 어렵습니다. 임신이 자신의 유전자 대물림인지를 확인하기 어렵기도 하고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임신 즉시 자신의 유전자 대물림이라는 데 의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엄마가 아닌 아빠인 저희는 아이가 태어나 자신을 얼마나 닮았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 감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걸까요? 잊지 마세요. 아빠들도 임신합니다. 스스로가 임신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자식에 대한 확신이 커지겠죠. 그러기 위해 우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아내와 소통하셔야 합니다. 아빠의 임신은 아내의 호르몬에 달려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아내의 호르몬 변화를 아빠가 몸소 체험하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신체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으셔야 합니다.

저는 아빠가 특별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태교와 아이를 맞을 준비를 함께 해가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아내에게 이를 전적으로 맡기시는 것보다는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기분 상태를 잘 묘사하시고 이렇게 질문까지 해주신 열정을 보면 더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합니다. 아빠가 되기로 결심하신 질문자분을 응원합니다.

지금 당장 질문자분께서 느끼시는 감정은 많은 보편적인 아빠들이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특별히 공감을 잘 못해서 그렇거나 자녀를 사랑하지 않으셔서 그런 것이 아니니 마음을 놓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자녀에 대한 애정이나 임신의 기쁨을 누리시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아빠의 사랑은 아이가 존재할 때부터가 아니라 함께해가면서 커집니다. 지금은 스스로를 위로하시거나 주변으로부터 응원 많이 받으시고 아내와 함께 임신 과정을 나누시고 태교하시면서 기쁨을 키워가시길 기원합니다.

만일 위에 쓴 감정적 이유 외에 다른 불안한 이유가 명확히 있으시다면 이를 해결하는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쁨을 방해하는 불안감을 느끼시고 이 경험이 이전 삶에서도 꾸준히 느껴오신 감정이라면 심리치료를 권해드립니다.

*칼럼니스트 이화수는 한양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현재 동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양상담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성인과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왔다. 현재는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라는 사설 심리상담센터에서 대인관계 집단상담 및 개인 상담자로 일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심리학 강연과 기업 리더십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두 자녀의 아빠이다. 우리 아버지 시대에는 아빠의 역할이 단편적이었다. 하지만 변화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아빠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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