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엄마의 체력 vs. 세 살 아이의 체력
세 살 엄마의 체력 vs. 세 살 아이의 체력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8.08.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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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엄마, 세 살 아기] 힘들지만 '완벽한 행복'을 느끼게도 하는 시간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성빈이가 다리에 매달려 “엄마, 설거지 하지 마! 성빈이랑 놀아.”라고 말한다. “엄마 이것만 하고…. 엄마 기다리는 동안 잠깐 책 보고 있을까?”라고 하자 “싫어! 엄마랑 놀고 싶은데~에. 왜! 왜! 설거지를 해~에에!”라고 말하며 더욱 체중을 실어 다리에 매달린다. ‘그래 이깟 설거지, 성빈이 잠들면 하자’라고 생각하고 잠시 설거지를 미뤄뒀다.

“우리 뭐하고 놀까?”라고 묻자 성빈이가 “풍선”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풍선꼬리잡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내가 “엄마 풍선 잡아라~”라고 말하며 달려가면 성빈이가 따라와 풍선을 잡고 “잡았다!”라고 외치며 깔깔대고 웃었다. 반대로 내가 “성빈이 꼬리 잡자~”라고 외치면 성빈이가 기겁을 하고 달려갔다.

거실을 사이에 두고 20m 정도의 거리를 한 시간 정도 왔다갔다 뛰기를 반복했다. 거실을 지날 때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5분밖에 안 지났다니…’라며 더딘 시간과 지쳐가는 나의 체력을 원망하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성빈이는 한 시간 전 모습 그대로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성빈이의 천진한 웃음에 에너지를 받아 다시 뛰었지만 정말 지치는 체력은 어쩔 수 없었다. 정신력까지 동원했지만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성빈아, 우리 그림 그릴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빈이는 속수무책으로 “엄마, 꼬리 잡자”라며 다시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렇게 다시 30분을 뛰었다. 성빈이가 슬슬 지쳤는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찰나의 순간을 놓칠세라 “성빈아, 우리 별 볼까?”라고 말했고 성빈이도 흔쾌히 “그래!”라고 말했다. 우리는 집 앞에 나가 숨을 몰아쉬며 별을 보았다. 성빈이는 곧바로 잠이 들었고 나는 미뤄둔 설거지와 마주했다.

성빈이와 즐겁게 놀이하며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 마주할 땐 ‘엄마’로서 뿌듯함으로 가슴이 벅차지만, 늦은 밤 남아 있는 설거지와 바닥이 난 나의 체력을 마주할 때는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움으로 밀려온다.

비 온 뒤 집 앞에서 물웅덩이를 뛰어다니며 풍선꼬리잡기놀이를 하는 성빈이.
비 온 뒤 집 앞에서 물웅덩이를 뛰어다니며 풍선꼬리잡기놀이를 하는 성빈이 ⓒ조은희

◇ 아이로 인해 바닥도 되고 강철도 되는 엄마의 체력

왕성한 에너지의 세 살 아이와 함께 노는 일은 정말 힘들다. 놀이가 아닌 일상적인 일도 마찬가지다. 빨래를 널고 있으면 “엄마 내가 해볼게”라며 곱게 널어놓은 빨래를 다시 바구니에 넣고 바닥에 뿌린다. 식사 준비를 할 때면 “엄마 밥하지 마. 나랑 놀아.”라며 다리에 달라붙는다. 막무가내로 안아달라고 떼를 부리면 한 팔로 아이를 안고 집안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10분이면 끝낼 일상적인 일들을 아이와 함께 하면 한 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대형마트에 가서는 이곳저곳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통에 ‘다시는 너랑 안 온다’라는 결심을 하고 나오기 일쑤다. 종일 아이와 몸을 같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나면 체력은 바닥이 난다.

하루는 신랑이 '아이랑 맨날 노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 하냐'고 물었다. “당신이 하루 종일 당신 몸을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봐”라고 대답했다. 맞다. 내가 힘든 것은 바로 내 몸의 주도권이 아이에게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움직이니 에너지가 상승하지만, 나는 아이에 의해 움직이니 쉽게 피로하고 지치게 된다. 특히 영아기에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하여 같은 동작을 되풀이함으로써 즐거움을 추구하는 반복놀이를 즐겨한다. 하지만 성인에게 단순한 동작을 되풀이하는 반복놀이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증가된다.

피곤해진 몸과 마음으로 아이에게 “이제 그만할까?”라고 말하고 싶지만 “엄마 나 잘하지? 엄마 파이팅! 엄마, 나 안아줘.”라고 말하며 팔을 벌리는 아이를 보면 아이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이 미안함으로 밀려온다. 그리고 아이로 인해 바닥났던 내 체력이 다시 강철체력으로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일은 힘이 들기는 하지만 마음껏 뛰어놀며 즐거워하는 아이를 바라보면 완벽한 행복을 느끼게도 된다. 그리고 나도 어느샌가 진심으로 함께 즐기게 된다.

매일 저 표정으로
매일 저 표정으로 "엄마, 놀아줘"라고 말하는 성빈이. 어느 엄마가 놀아주지 않을 수 있을까? ⓒ조은희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한 오늘도 몸은 힘들지만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가 태어나 누워만 있다가 눈을 뜨고 목을 가누고 뒤집고 구르고 앉고 일어서고 걷고… 이 모든 과정이 아이 입장에서는 기적일 것이다. 손가락 하나도 까닥 하기 힘들었는데 이제 온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나 신나겠는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왔으니 그 자유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일들이 조금은 지치지만 이 또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이라며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내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아마도 조금만 더 크면 “엄마, 이 놀이 모르잖아. 친구랑 할래.”라며 바닥난 체력이 아닌 쓸쓸함으로 바닥에 주저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잠든 아이에게 속삭인다.

“성빈아, 천천히 자라라. 매일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라. 엄마가 내일은 더 힘차게 놀아줄게.”

잠들기 전까지도 침대를 뒹굴며 놀이하는 성빈이. 이불로 김밥을 백번을 말아주면 잠이 들 수 있을까?
잠들기 전까지도 침대를 뒹굴며 놀이하는 성빈이. 이불로 김밥을 백 번을 말아주면 잠이 들 수 있을까?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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