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조심해서 잘 다녀와!"
22일 오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앞에 노란색 어린이집 차량이 정차합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차량에 탑승한 후 엄마는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러나 차에 탄 아이의 모습은 짙은 선팅 때문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순간, 지난달 17일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차량에 갇힌 4세 여아가 사망한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안전불감증이 만든 사고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물론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사이 정부는 IT기술을 이용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연말까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적했던 어린이집 차량의 짙은 선팅 규제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능동 어린이대공원을 찾았습니다.
서울 능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찾는 인기 야외수업장입니다. 매일 아침 대공원 주차장은 노란색 어린이집 차량으로 만원입니다. 이날 오전에도 크고 작은 어린이집 차량이 25대 이상 주차됐습니다. 차량들을 둘러보니 대부분 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팅이 되어 있습니다. 그중에는 내부 확인이 어려울 만큼 짙게 선팅된 차량도 눈에 띕니다. 비교적 옅게 선팅이 된 차량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내부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기온은 30도. 어김없이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 체감온도는 33도에 육박합니다.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 당시 낮 최고기온인 32.2도와 비슷합니다. 그날의 사고가 또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차량의 짙은 선팅은 운전자의 시야를 좁혀 사고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고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년 반복되는 어린이집 차량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선팅 규정이 완화돼 단속의 실효성이 없다거나 어린이집 차량이 임대가 많아 특정해서 규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은 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안전장치 설치는 분명 아이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기기가 고장 난다면 결국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건 차량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 안에 전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차량 선팅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차량에 탑승한 아이들의 안전이 불법 선팅에 가려지지 않길 바랍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