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아이 뇌 발달 '골든타임' 뺏는다
스마트폰, 아이 뇌 발달 '골든타임' 뺏는다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8.24 17: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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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세 살 버릇’은 왜 여든까지 갈까?
아이들로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할 이유는 뭘까 ⓒ베이비뉴스
아이들로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할 이유는 뭘까 ⓒ베이비뉴스

키가 자라는 데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처럼 뇌가 발달하는 데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3세에서 6세 사이에 ‘우리 아이가 천재는 아닐까?’ 착각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외부로부터 오는 다양한 감각적 자극과 정보들을 쉽고 빠르게 습득하는데, 이를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 또는 민감기라고 한다. 6세 정도가 되면 뇌 활동을 담당하는 시냅스(뇌신경회로) 연결은 성인의 두 배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가장 빠르게 시작되는 영역은 감각적 인지능력들이다. 전적으로 부모의 돌봄에 의존하는 갓난아기는 눈과 귀, 그리고 입술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 청각, 촉각의 자극을 인지하고 해석하여 자신의 욕구충족과 생존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뇌를 발달시키는 일에 집중한다.

연구에 의하면 10개월 된 아기는 모든 원숭이의 얼굴을 식별한다고 한다. 시각을 통한 인지능력이 민감하게 작동한다는 뜻이다. 반면 성인이 되면 원숭이 얼굴은 물론이고, 낯선 외국인의 얼굴조차 구별하기 쉽지 않다. 성인의 뇌는 처리해야 할 고차원적인 과제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안전과 욕구충족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시각자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감각적 자극과 함께 일찍 시작되는 중요한 뇌 발달 영역은 언어소통능력이다. 청각과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언어적 소리를 인지하여 해석하고, 그 소리를 따라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간다. 연구에 의하면 생후 3일 된 아기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별한다. 아기에게 모국어를 들려주면 소리에 반응을 보이고, 외국어를 들려주면 관심이 없다. 아기들은 이미 태내에서부터 부모의 말소리를 듣고 반응했다는 증거이다.

러시아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생후 10주 된 아기에게 엄마의 젖을 물리고 모국어를 들려주면 엄마 젖을 빠는 힘이 강해지고 외국어를 들려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감각인식과 언어발달에 이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여 자신의 욕구를 참아내고 주의를 집중하며 통제력을 발휘하는 뇌 영역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3세 전후에 시작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결정적 시기는 더 늦게 6세 전후부터 발달한다. 그리고 논리적, 추상적, 고차원적 사고력은 10세 이후에 결정적 시기가 시작된다. 

무게 1.4kg, 주먹 두 개 크기의 대뇌 바깥부분 2~4mm에 해당하는 대뇌피질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감각, 언어, 운동, 인지능력, 주의통제력, 사고력, 사회적 기술 등 인간으로 살아내는 데 필요한 1천조 개의 시냅스가 프로그램화 되어 있는 각각의 결정적 시기에 적절하게 생성되고 연결되어 자리를 잡는다.

◇ 시각장애인이 각막이식 뒤에도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한 까닭

결정적 시기를 놓치면 그 자리를 다른 영역의 시냅스들이 차지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각각의 시냅스 연결망들은 자신의 자리를 선점하고 확장하기 위해 뇌 속에서 치열한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숲 속의 식물들은 수많은 씨앗들이 그 자리에 날아들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치열한 자리싸움을 통해 조성된다. 이러한 자리 차지하기 싸움 끝에 승리한 식물들이 당당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뇌도 1천조 개의 시냅스들이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하고 있는 시냅스들의 각축장이다.

결정적 시기란 그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6세 이전에 인간사회에서 격리되어 원숭이와 살아온 한 소녀는 13세 사망할 때까지 만 7년 동안 집중적인 언어교육을 받았으나 결국 몇 개의 단어만을 익힐 수 있었다. 

미국의 시각장애인 스키 국가대표인 마이크 메이는 생후 3년 6개월경에 각막이 손상되어 시각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사업가로 성공했고,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40세가 넘어 그는 줄기세포 치료법으로 각막이식 수술을 통해 눈의 손상을 복구했다. 수술 후 붕대를 풀었을 때의 경험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빛이 ‘쉬익’ 하는 소리를 냈고, 이미지들이 눈으로 쏟아져 들어왔어요. 느닷없이 나는 시각 정보의 홍수에 쉽쓸렸죠. 압도적이었어요.”

마이크의 새 각막은 계획대로 빛을 받아들여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뇌는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정보를 이해하지 못했다. 외과의학적으로는 완벽한 수술이었지만, 그는 가족들의 모습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순식간에 지나가는 차들, 건물들, 사람들, 눈으로 들어오는 광경들을 이해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시각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후두엽 공간은 시각을 잃고 살아온 지난 40년 동안 이미 청각정보와 촉각정보를 비롯한 나머지 감각들이 빈 공간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은 카메라 렌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카메라는 사물의 정보를 그대로 투사하지만, 인간의 뇌는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고 인지하여 선택적으로 지각하는 시냅스가 발달해야 한다. 결정적 시기에 이러한 기회를 잃었기 때문에 수술 이후로 그는 15년 이상 빛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종이에 적힌 단어들을 읽고 사람들의 얼굴을 식별하며, 사물들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시기별로 발달해야 할 뇌의 영역… '골든타임'이 있다 

그는 지금도 스키를 타려면 눈을 가려야 한다. 그는 불완전한 시각으로 포착한 정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다른 감각들을 이용하여 그 정보를 대조·검증해야 한다. 이를테면, 만져보거나 들어올려 보거나,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감각들을 대조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주 어릴 적에 우리의 뇌가 처음으로 세계를 이해할 때 했던 일이다. 우리가 지금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의식하지도 않은 채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결정적 시기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두엽에 시각인지 시냅스를 발달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감각인지, 언어, 운동, 주의집중력, 사회적 기술, 고차원적인 사고력, 추론능력, 창의력, 도덕적 분별력 등이 뇌 속에 적절하게 자리를 잡아야 성숙한 삶을 살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그 자리를 확보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뇌 발달 영역의 결정적 시기는 곧 꼭 필요한 영역의 발달에 있어 골든타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필자가 지금 나이에 키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닫고 키를 좀 더 키우겠다고 칼슘우유를 열심히 마시고, 키 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약을 먹는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장판이 닫혀 키가 크는 결정적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성숙한 인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시기별로 발달해야 할 뇌의 영역들이 있는데, 그 적절한 시기를 놓친 후에 다시 회복하려면 쉽지 않고 때때로 불가능하다. 지금 아이가 스마트기기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면,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아이의 뇌에는 단지 자극적이고 감각적 재미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시냅스들이 자리를 선점한다. 

시각장애인 마이크가 각막수술을 통해 의학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시각을 회복했지만, 그의 뇌에서는 시각인지능력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차지할 자리가 존재하지 않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이 스마트기기에 빠져 살아가는 동안 감각인지능력, 언어능력, 운동능력, 주의집중력, 사회적 기술, 고차원적 사고력 등은 결정적 시기를 놓쳐 그들의 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성장한 후에 다시 회복하려고 할 때, 마이크처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잘 살아냄으로 결정적 시기에 맞는 여러 영역에서 건강하게 시냅스가 발달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스마트기기에 빠져 있는 아이를 보면서 그의 뇌 속 시냅스들의 각축장에서 오락실 시냅스가 승리자가 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가? 결정적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로부터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할 이유이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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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2018-09-03 09:20:35
놀이로 배워가도록 해야하겠어요

ha79p**** 2018-08-31 20:39:32
다른 놀이 많이해줘야겠어요

00**** 2018-08-29 23:13:40
카스로 같이보려고 모셔갔어요♡

poren**** 2018-08-28 16:16:33
안보기 시작하면 처음 힘들어도
금새 적응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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