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선물해주세요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08.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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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아빠 어디 가?" "응, 여름 캠핑!"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여름마다 몇 년째 빠지지 않고 챙기는 우리 집 연례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빠와 아이들만 떠나는 여름 캠핑입니다. 엄마에게는 오랜만에 혼자만의 휴가를, 아이들에게는 자연 속에서의 자유를 선물해주는 캠핑입니다.

출발 전, 무거운 캠핑 장비며 며칠 먹을 음식들을 잔뜩 차에 싣습니다. 집에서 차로 몇 번씩 이삿짐 옮기듯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이 더운 날씨에 무슨 짓이냐고 살짝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몇 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한 강원도 평창의 한 캠핑장. 우리의 단골 캠핑장입니다. 숨이 컥컥 막히는 무더운 도심과는 달리 도착한 강원도 캠핑장은 마치 딴 계절에 온 것 같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숲속의 선선한 공기가 콧속으로 확 들어옵니다. '역시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그제야 듭니다.

폭염은 어디 있나요?
폭염은 어디 있나요? ⓒ노승후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제 집인 양, 숲속 이곳저곳을 목줄 풀린 강아지 마냥 뛰어다닙니다. 캠핑장에서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도 게임기도 필요가 없습니다. 놀아달라고 보채는 일도 없습니다. 숲속 자연과 생물이 아이들의 천연 장난감이고 친구이니까요.

그 사이 저는 세 식구의 오늘 밤 보금자리를 천천히 준비합니다. 손재주가 '1'도 없는 아빠라 텐트 치는 일은 매번 어색하고 낯설기만 합니다. 몇 번씩 텐트 치는 동영상을 돌려 보고서야 비로소 감을 잡습니다. 고정 핀을 한 손에 쥐고 망치로 흙바닥에 툭툭 박다 보면, 어느새 땀이 등줄기에서 줄줄 흘러내립니다. 슬슬 지치기도 하고 덥기도 하지만 곧이어 뛰어들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을 생각하며 이겨냅니다.

혼자서 치기 힘든 타프는 아이들의 조막손을 빌려서 함께 칩니다. 큰아이가 한쪽 기둥을 잡고 있는 사이 아빠는 반대편 기둥을 위로 치켜세웁니다. 마치 돛단배의 돛이 펴지듯이 긴 타프 자락이 한순간에 활짝 펴집니다. 3박 4일 동안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우리들을 지켜줄 시원한 그늘이 우리 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시원한 여름 캠핑.
시원한 여름 캠핑 ⓒ노승후

해가 어둑어둑 질 때가 되면 아빠는 슬슬 고기를 구울 숯을 피웁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과 따뜻한 밥도 준비합니다. 고기가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갈 때쯤 아이들을 부릅니다.

"얘들아, 저녁 먹자!"

쉼 없이 숲속 자연과 벗하던 아이들은 그제야 아빠에게 얼굴을 보여줍니다.

"아빠, 배고파요."

"고기 빨리 구워주세요. 너무 배고파서 쓰러질 거 같아요."

평소 집에서는 밥투정하던 아이들이 사자 새끼들 마냥, 구워진 고기에 부리나케 달려듭니다. 아빠는 아이들의 먹는 속도를 맞추느라 연신 고기를 뒤집습니다. 마지막 밥 한 톨까지 벅벅 긁어먹은 아이들은 다시 숲속으로 사라집니다. 아이들이 걱정된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밥투정할 때마다 숲속에 보내야겠다고 농담을 합니다.

오늘 하루의 마지막 일정은 바로 텐트 안에서 하는 잠자리 대화입니다. 어둑해진 숲속 캠핑장에서 우리만의 조명이 텐트 안에 켜졌습니다. 아빠는 두 아이를 양옆에 뉘였습니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얘들아, 아빠는 지금 너무 행복하네. 시원한 밤바람이 솔솔 불고 상쾌한 공기가 콧속을 간지럽히고 사랑하는 두 딸들이 내 옆에 있으니."

"아빠, 저도 오랜만에 캠핑 오니 정말 좋아요. 낮에는 숲속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밤에는 이렇게 자연과 함께 잠잘 수 있어서 좋아요. 밥도 정말 맛있고요."

"그래, 내년에도 우리 꼭 여름 캠핑 다시 오자. 약속!"

"네, 약속!"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둘째가 조용합니다. 돌아보니 어느새 깊은 잠에 푹 빠졌습니다. 두 딸을 재워놓고 아빠는 슬며시 텐트 밖으로 나옵니다.

아빠만의 시간.
아빠만의 시간 ⓒ노승후

화로에서 천천히 꺼져가는 붉은색 재를 조명 삼아 밤늦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이 맛에 캠핑 온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래, 내년에도 아빠와의 여름 캠핑 콜!'

이제는 아빠가 더 기다려집니다.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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