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쇼핑카트 안전수칙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대형마트·복합쇼핑몰 안전사고 652건 중 쇼핑카트 관련 사고가 166건(25.5%)으로 가장 많았고, 이 중 연령이 확인된 사고 건수(145건)의 대부분인 60.0%(87건)가 만 6세 이하 영유아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건수만 봐도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라면 쇼핑카트 안전사고에 민감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다수의 부모는 쇼핑카트 안전수칙에 대한 질문에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분명한 건 안전수칙을 모르거나 심지어 알고 있는 사람도 '다들 그렇게 하니까'란 이유로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쇼핑카트 안전불감증입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행동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위험하게 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대형 마트에서 포착된 우리의 모습을 통해 쇼핑카트 안전수칙을 돌아봤습니다.
- 쇼핑카트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첫 번째 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아빠와 함께 마트에 온 아이가 쇼핑카트 좌석에 앉아있는 모습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띕니다. 사진처럼 아이들은 쇼핑카트 손잡이 부분에 부착된 접이식 의자에 앉아야 합니다. 그리고 버클 형태의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당장 수칙을 지키지 않은 어린이가 보입니다. 부모가 잠시 상품을 고르는 사이 안전밸트를 하지 않고 좌석에 앉아있던 아이가 앞으로 몸을 내밀고 있습니다. 무게가 앞으로 쏠리며 카트가 전복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장의 아이 중 안전벨트를 한 아이는 매우 적었습니다.
- 어린이가 쇼핑카트 짐칸에 타거나 일어서지 않도록 한다.
건너편 빙과류 판매대를 보니 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카트 짐칸에 앉아있던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고르려 일어선 것입니다. 보호자가 카트를 잡고 있지만, 시선은 아이가 아닌 상품에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균형을 잃는다면 안전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두 번째로 들른 마트에선 두 명의 아이가 카트 짐칸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부모와 함께 무빙워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요. 가끔 무빙워크에서 카트 잠금장치가 풀리는 경우도 있기에 무척 위험해 보입니다.
- 쇼핑카트 좌석에는 4세 미만 또는 몸무게 15Kg 이하의 어린이만 태운다.
갑자기 주류코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립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카트로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요. 카트를 이용할 수 있는 나이와 몸무게를 위반했습니다. 만약 이 모습을 지나던 아이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쇼핑카트 안전수칙에 '장난금지'라는 문구를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이가 쇼핑카트의 앞쪽이나 옆쪽 위로 오르거나 내리지 못하도록 한다.
세 번째로 들른 마트에선 더욱 위험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아이가 마치 곡예를 하듯 카트 손잡이 위에 앉아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순간입니다.
이용객의 쇼핑카트 안전수칙 준수가 중요하듯 시설관리자도 안전한 쇼핑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세 곳의 마트를 직접 확인한 결과 몇몇 파손된 쇼핑카트가 이용되고 있었고 그중에는 의무적으로 있어야 할 안전밸트가 없는 경우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일은 이용객들이 안전수칙을 위반해도 마트 내 직원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아이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로 카트에 탑승해 마트 출입구를 지나갔지만, 입구에 선 직원은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두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엄마는 "마트를 자주 이용하지만, 쇼핑카트 안전수칙이 따로 있는지 전혀 몰랐다. 평소에 아이들이 짐칸에 탄 모습을 볼 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직원들이 안전수칙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에서 쇼핑카트 안전수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적극적인 제지는 한계가 있다. 결국 고객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한 것 같다"며 쇼핑카트 안전수칙에 대한 이용객의 무관심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11월 부터 한국소비자원과 주요 대형마트 사업자 3개사가 전국 매장 내 쇼핑카트의 안전벨트, 바퀴, 주의사항 표시 등을 점검하고, 인식 개선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시설관리자와 이용객의 쇼핑카트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보입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