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둘이라 행복한 이유… '둘째맛'이 따로 있다
아이가 둘이라 행복한 이유… '둘째맛'이 따로 있다
  • 칼럼니스트 신은률
  • 승인 2018.08.31 08:4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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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의 일곱살 인생] "윤우는 우리집 귀염둥이야~"

지금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보채던 두 아이가 다행히 평온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밤잠에 들 무렵, 폭풍 같던 하루가 한꺼번에 그를 덮쳐왔던 걸까. 겨울이라 붙여놓은 전구들이 눈치없이 반짝이는 고요한 밤, 아빠는 돌이 안 된 아이 둘을 한꺼번에 둘러메고는 서성이며 흐느꼈다.

언제쯤 울어봤을까, 언제라도 주먹 쥔 팔뚝으로 눈물 한 번 재빨리 닦고 말았을 다 큰 아저씨가, 아이 둘을, 하나는 업고 하나는 안은 채, 속을 모를 아이들이 갑자기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르니, 오르락내리락 무릎 장단을 멈추지 못 하고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으며 조용히 우는 것이다.

홀로 아이를 맡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인간적인’ 한계를 그도 느낀 걸까. 종일 아이를 보던 사람의 심리적, 체력적 한계가 느껴졌다. 아이 하나 보는 일도 결코 쉽다고 할 수 없을 텐데 혼자서 갓난아이 둘을 보는 게, 아빠가 아니라 누구였다 해도 녹록지는 않았을 터이다.

비슷한 시절, 나에게도 복받쳐 울게 되는 여러 날들이 있었다. 쌍둥이는 아니어도 윤우가 태어났을 때 연이도 두 돌 갓 지난, 기저귀 찬 아기였으므로.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무지해서 그랬는지, 남편이 일 때문에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에도 홀로 어린 것들을 오롯이 돌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산후 도우미의 도움을 오래 받아도 됐을 법한데, 그때는 다정한 손길에도 눈빛이 매섭게 변하고 마는 핏덩이 품은 짐승처럼 평소보다 더 용감하고 애틋했다. 말 그대로 ‘어미’였던 낯설고 신기한 시절. 그나마 연이가 어린이집에 잘 다녀줘서 낮 동안은 윤우만 돌보면 됐다. 쉴 틈은 없지만 그럭저럭 할 만한 육아.

그러나 연이가 하원을 하는 순간부터 매일매일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고된 시간이 펼쳐졌다. 조그만 것은 뭘 아는 건지 누나만 오면 안아달라고, 누워 있고 싶지 않다고 목놓아 울었고, 12월생이라 나이만 허울 좋게 네 살이 되어버린, 25개월 연이도 먹고 입고 씻는 모든 일들에 엄마 손길이 필요했다.

몸은 하나인데 보채는 건 둘. 신생아용 슬랭으로 윤우를 품에 안고 연이를 먹이고 씻겼다. 그 다음은 윤우, 또 연이, 또 윤우. 그날 하루에 해야 할 모든 벅찬 일을 끝내고 한쪽에 연이, 다른 한쪽에 윤우를 끼고 눕던, 지쳐버린 밤. 하나는 내 안섶 깊은 곳에 있는 부드러운 옷감을 만지며 잠이 들려 하고 하나는 꼬박꼬박 무섭게 먹고도 하루 종일 굶은 것처럼 달려들어 젖을 빨며 눈을 감았다.

그러면 아, 오늘도 하루가 끝났다, 하는 안도감과 함께 폭풍이 지나고 난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어디까지, 얼마나 더 내어주어야 하는 건가. 더 이상 내어줄 게 없을 때가 되어서야 내 속에서 나온 것들은 겨우 잠을 허락하는 듯했다.

◇ 두 아이 독박육아… 도대체 언제쯤 편해지는 거냐고!

어린 연이와 윤우. 둘이라서 벅찼던 시절. ⓒ신은률
어린 연이와 윤우. 둘이라서 벅찼던 시절. ⓒ신은률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빠를 울린 서언이, 서준이는 어느덧 유치원생이 됐다. SNS에 올라오는 서언이, 서준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방송에서나마 그때 그 시간을 버티다 울어버린 쌍둥이 아빠가 떠오르며, 둘이라서 힘들었을 이들도 지금은 나처럼 둘이라 더없이 행복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중 수유를 하느라 매일 아침 제대로 떠지지 않는 벌건 눈을 비비며 연이를 등원시키고서는, 때마침 만난 동네 언니들을 붙잡고 도대체 언제쯤 편해지는 거냐고 하소연을 하면 언니들은 하나같이 둘째가 다섯 살쯤 되면 좀 나아질 거라고 내 등을 두드려줬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윤우가 다섯 살을 지나고 있는 이때, 더없이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 두 녀석이 종알종알 노는 모습, 서로 엉겨 자는 모습, 술래잡기 한다고 이 방 저 방 쌩쌩 오가는 모습(다행히 1층에 산다), 싸울 때도 있지만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이제 조금 컸다고 둘째 몫을 하고 있는 윤우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심쿵’ 하는 것이다.

무언가 깨달은 사람처럼 더 이상 연이를 ‘아따’라고 부르지 않게 된 다섯 살 윤우는, 이제는 연이가 아이다운 두려움을 느낄 때 “누나, 내가 있잖아~!”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의젓해지고 있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엄마로서 연이를 대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면 남편은 동생을 낳아주었으니 우리는 할 일을 다 한 거라며 내 서툰 걱정을 가볍게 만든다. 확실히 윤우가 있어 연이에게 더 너그러워진다.

연이에게는 ‘어미’의 본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데, 그건 아마 외동이나 첫째를 키우는 엄마라면 비슷할 것 같다. 연이의 말투나 행동이 바른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슨 교육을 시켜야 하는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처럼 날이 설 때가 많다. 그런데 누나만큼 신경쓰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하는 둘째를 보며, 연이도 마찬가지로 ‘놔두면 알아서 하겠구나’ 하는 한 템포 늦은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둘째가 있어 특히 좋은 점은 누군가를 찾지 않아도 놀이 상대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윤우가 젖먹이였을 때, 아이는 아이대로 푹 자야 할 테고 나는 나대로 쉬어야 하니, 지금보다 어려 혼자 놀기 어려웠던 연이에게 뽀로로나 타요 같은 만화를 틀어주곤 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가는 날은 피하고, 주로 우리 셋이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주말에는 그렇게 조금씩 만화를 보곤 했다.

요즘 연이가 “엄마, 오늘 쉬는 날이니까 만화 보고 싶어”라고 얘기하면, “연아~ 만화보다 더 재미있는 윤우가 있잖니”라고 짐짓 연이를 떠본다. 그러면 연이는 잠깐 아쉬워하고, 오래 즐겁다. 윤우랑 둘이서 숨바꼭질을 하며 깔깔깔, 뭐가 그리 재미나는지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한참을 숨고 찾는다.

연이에게 윤우가 있어 좋냐고 물으니 “응~ 윤우는 우리집 귀염둥이야” 한다. 옆에 있는 윤우에게도 누나가 좋냐고 물으니 요새 자주 하는 말로 “또옹꼬~”라고 말한다. 미워할 수 없는 눈웃음을 지으며.

◇ 몇 번은 울게 되겠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감사한 일

두 말 하면 입 아픈 얘기지만 아이라는 존재는 참 신비롭다. 일단 생기면 더 이상 아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되는, 존재의 특별함이 있다.

남편에게는 이모가 많은데, 나에게는 시이모님 되시는 분들을 가끔 만날 자리가 생기면 재미있는 말씀을 하신다. 곧 장가를 드는 장성한 외아들이 있는 이모님은 아이가 하나라서 너무 좋다 하시고, 두 아들을 키우는 이모님은 아이가 둘이라 너무 좋다고 하시고, 삼남매를 키우는 이모님은 아들딸 모두 있어서, 세 명이어서 또 좋다고 하신다.

하나일 때는 한 명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둘일 때는 든든해서, 셋일 때는 다복해서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이는, 하나든 둘이든 몇이든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럼, 이토록 소중한 아이야말로 ‘다다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우리 부부도 물론 여러 가지 사정상 가족 계획은 여기까지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하나도 좋지만 그보다는 둘, 둘보다는….

연이를 가지고 정기검진을 하러 갔던 작은 동네 산부인과 간호사는 “둘째를 안 낳으려다가 낳았는데 지금은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나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말했다. 당시 그 둘째가 중학생이라고 했으니 지금쯤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갔을 것이다.

그때는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럼 없이 긴 얘기를 하는 간호사가 좀 호들갑스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윤우를 키우다 보니 역시 경험한 것만큼 이해하게 된다고 '둘째맛'이 따로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엄마는 내 꺼야” 하며 와락 안기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콱 깨물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누가 보면 호들갑 떤다고 하겠지’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일곱 살 연이, 다섯 살 윤우.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파주 블루메 미술관에서. ⓒ신은률.
일곱 살 연이, 다섯 살 윤우.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 파주 블루메 미술관에서. ⓒ신은률.

이제는 잠시 안고 있고 싶어도 그 잠깐을 못 참고 온몸을 비틀며 품을 빠져나가는 연이와 윤우를 아쉬운 듯 놓아줄 때, 까르르 웃으며 뛰어가는 두 녀석과 나 사이에 생기는 거리를 느낄 때, 고생 끝에 낙이 온 듯 행복하다. 크면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에 혹여 부모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생긴다 하더라도 둘이 의지할 수 있다면 안심이다.

지금 둘째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민이 된다면, 감히 낳기를 권한다. 어쩌면 몇 번은 울게 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감사한 일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칼럼니스트 신은률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일반대학원에서 정치학을 배웠다. 일 년에 절반은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드라마PD의 아내로 살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믿으며 7살, 5살 남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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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y1**** 2018-09-21 17:55:07
아직 육아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있는 예비맘이에요
혼자는 외로울것같은데
육아의 어려움을 들을때마다 고민하게되네요

pinkwhi**** 2018-09-13 00:44:05
형제 많으면 너무 좋을것 같아요
저는 둘째를 가지고 싶지만 많이 어렵게 첫째를 가지다 보니
둘째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ㅠ

ssan**** 2018-09-10 10:46:49
저도 둘째맘이라 공감이가네요~

db**** 2018-09-10 09:18:29
아이가 많을수록 여러모로 힘들지만  다복하니 좋아요^^ 값진 선물이죠

so**** 2018-09-05 11:36:09
저도 지금 고민을 계속 하고있어요.. 둘째를 낳을까..
낳아도 될까.. 이러나저러나 돈문제가 포함되어있으니까요
ㅜㅜ.. 아휴.. 근데 정말 조카들보면 너무너무
둘이 있어 행복해 보여요.. 서로 의지하며..
조금 더 긍정적이게 생각해 봐야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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