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난 지 1년...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대통령 만난 지 1년...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8.31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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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8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외침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헌화하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헌화하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통령과의 만남이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해자들의 문제는 실질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단체협의회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제7회 2018 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를 열었다. “가습기살균제를 원인미상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추정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발표일인 2011년 8월 31일을 기념해 매해 8월 말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도 피해인정 범위 확대와 신속한 문제 해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밀접한 책임을 맡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원인규명을 위해 꾸려진 ‘가습기살균제사건 및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회적 참사 특조위)’에서도 장완익 위원장과 최예용 부위원장 등이 함께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사망한 사람들의 넋을 기렸다.

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이 자리에서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사죄하면서 국민 안전을 위한 제도를 정비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 중 한 참석자가 추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 중 한 참석자가 추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번 행사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정부 최초로 공식적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뒤 처음으로 진행된 피해자 대회였다. 때문에 더딘 보상 절차와 정부의 미흡한 대책에 대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은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김 장관이 추도사를 마무리할 무렵, 한 피해자가 큰 소리로 “환경부 장관님, 좀 만나주세요!”, “안 만나니까 이러는 거예요!” 하는 등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김 장관은 굳은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갔고, 추도사 후 헌화식에 참여한 뒤 자리를 떴다. 추도사를 읽으며 눈물을 보였던 지난해 피해자 대회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 “근본적인 변화 없인 문제 재발”…“공정위·검찰·국회 등 각성 필요”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또 다시 같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피해 대상을 넓힐 것과 원료물질 생산 업체인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조사를 촉구했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피해자 대표로 결의문을 읽는 김미란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피해자 대표로 결의문을 읽는 김미란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피해자 대표 김미란 씨는 결의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기업의 탐욕과 국가기관의 책임 방기가 빚어낸 전대미문의 초대형 참사”라고 진단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느냐”고 반문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특별법과, 제조물 책임법 등 여러 법이 제·개정됐지만 김 씨는 “아직도 피해자들은 피해를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고통에 신음하고, 아직까지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의 공정위, 지금의 검찰, 그리고 지금의 국회와 사법부가 모두 달라져야 한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각종 위원회에 속한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의 각성도 촉구한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한 피해자가 조속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한 피해자가 조속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 자리에서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은 임명 5개월이 지나도록 닻도 올리지 못하는 특조위를 우려했다. 본격적인 활동 시작시기를 11월로 언급한 최 부위원장은 “여러분과 7년 간 싸워 특조위를 만들었다”며 앞으로의 2년이 마음에 들 정도의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줄 것을 피해자와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는데, 특조위 활동 중 피해자 워크숍을 운영할 것을 약속하며 “이 자리에 꼭 와서 관심을 가지고 요구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고성 오간 질의시간…“3자 정례보고회 만들라”

피해자들의 애타는 목소리는 환경부 측 담당자 질의응답 시간에도 터져나왔다. 질의응답 전 사회자는 개인 상담성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질환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질환 심각성에 비해 낮은 단계를 인정을 받은 참가자들이 강하게 항의를 이어갔다. 

이 중에는 병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용 병력과 간질성 폐질환을 인정받고 사망했는데도 4등급을 받은 유가족과 몇 차례 방문조사를 받고도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환경부 관계자 질의시간에 정례보고회를 요구하는 김기태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7회 2018가습기살균제피해자대회에서 환경부 관계자 질의시간에 정례보고회를 요구하는 김기태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피해자 가족인 김기태 씨는 환경부에 “청와대와 전문가 집단, 피해자 등 3자로 구성된 공식적 정례보고회를 만들어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 씨는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통보를 받으면 (그 이유를)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설명을 듣고 싶지만 그럴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소발생기를 찬 피해자들은 환경부에서 김 씨의 주장을 받아줄 것을 행사장 곳곳에서 목소리 높여 요구했다.
 
피해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피해자와 유가족이 요청하는 정례보고회에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산업과장은 “정례보고회는 여러 상황 상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안 과장은 “이 자리에서 나온 내용은 피해구제 위원에도 보고하고, 전문가 만남 기회도 마련해보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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