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은 11년 동안 지속됐고 그 상처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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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은 11년 동안 지속됐고 그 상처는 여전하다
  • 칼럼니스트 김경옥
  • 승인 2018.09.07 08:5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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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 "사회가 빈곤할수록 혐오는 오락이 된다"

방송 중에 청취자가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중년에 접어든 그분은 학창시절만 생각하면 진저리 쳐진다고 했다. 집안이 어려워 등교 전 늘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그분은 지저분해진 옷을 입고 그대로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런 그녀를 놀려댔고 그렇게 시작된 따돌림은 11년 동안 지속됐다.

그녀는 끝내 학업을 포기하고 자퇴했으며 그제야 지옥 같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기억은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에게 학창시절은 가슴 찡하게 그리운 시절이 아니라 그녀의 삶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이 됐다.

따돌림을 당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무리에서 발길질 당하는 것이, 그렇게 홀로 견딘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누군가는 그냥 재미로 한 일이겠지만, 남들이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한 일이었겠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깊게 할퀴고 지나가는지를.

그녀의 문자를 읽으며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나를 맘에 들지 않아 하던 친구 하나가 나를 '개구리'라 놀려대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눈이 크고 튀어나온 데다 입도 커서 개구리라 놀림을 당했는데 지금은 너무 유치해서 말하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랬더니 그 친구 눈에 들고 싶어 했던, 아니 엄밀히 말하면 눈밖에 나기 싫었던 친구 몇이 그 놀림에 힘을 보탰다.

나는 순식간에 왕따의 피해자가 됐다. 그 1년은 나에게 몹시 힘든 시기였다. 잔뜩 위축된 나는 특히 수련회를 가거나 수학여행을 가면 어디 마음 둘 곳 없이 불안한 2박 3일을 보내야 했다. 누군가에게는 그립고 아련한 추억일 터인데 나는 '수학여행' 하면 불쾌하고 비굴한 몇몇 기억만 떠오를 뿐이다.

괴로운 1년이 지나고 졸업을 하면서 나는 그 친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놀랍게도 제법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도 어디서 '개구리'라는 단어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곤 했으니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이건 그나마 낭만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소했던 것 같다. 요즘 따돌림은 개구리 같은 별명 따위로 곤란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다. 반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그 친구를 초대해놓고 반 아이들이 단체로 인신공격을 한다. 견디다 못한 아이가 대화창에서 나가면 다시 불러와 입에도 담기 힘든 욕을 해댄다. 그게 수십 차례 반복된다.

지나가는 아이 불러놓고 돈을 빼앗던, 그러다 아이가 돈이 없으면 난감해하며 "야! 돈 좀 갖고 다녀라~" 하던 그런 시대가 아니란 말이다. 점점 악랄해지고 있다. 솔직히 무섭다.

방송 중 문자 하나를 받았다
방송 중 문자 하나를 받았다 ⓒ김경옥

◇ 누군가를 혐오해야만 내가 무사할 거라는 생각이 아이 마음에 스밀까…

'카운터스'라는 다큐영화가 상영 중이다. 일본의 혐오 집회 '재특회'와 누군가를 혐오하는 그 집회를 당장 때려치우라고 반대하는 '카운터스'의 이야기다. 재특회의 혐오 표적은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이었다.

혐오 집회 참가자들은 한인타운으로 들어와 "좋은 한국인도 나쁜 한국인도 모두 죽여라. 일본 내 코리아 타운 대학살을 실행하자."라고 한마음 한뜻으로 외치며 행진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국인 아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울었다.

전직 야쿠자인 다카하시는 이런 혐오 집회를 접하고 비밀결사대를 조직한다. 당신들이 누군가를 혐오할 자격이 있느냐고 왜 이래야만 하느냐고 온몸으로 싸운다. 그들의 표현법을 다소 과격하고 폭력적이어서 반발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취자가 생각났고, 나 어릴 적이 생각났고, 그보다 더 고통받는 지금의 아이들이 그려졌다. 요즘 '혐오 문화'라고 불릴 만큼 누군가를 경멸하고 혐오하는 분위기가 도를 지나친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 간, 계층 간, 남녀 간 갈등이 혐오로까지 심화됐다. 왜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하고 있는가. 왜 그래야만 하는가. 그럴 권리가 있는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카운터스'에 등장하는 재일동포 3세이자 인권운동가 신숙옥 씨는 말한다. "사회가 빈곤할수록 그러하다고. 사람들은 돈 안 드는 오락이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혐오와 차별은 쾌락이고 오락이 된다고." 한숨만 나올 뿐이다.

아이가 곁에 누웠다. 엄마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험난할 것이 불 보듯 뻔한 그 세상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는 아이. 혐오와 따돌림의 피해자가 될까, 그것의 가해자가 될까, 혹은 방관자가 될까, 모두 걱정이다.

누군가를 따돌려야만,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척해야만 내가 무사할 거라는 생각이, 더 나아가 그래야만 우리가 좀 더 단단해지고 나아질 거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아이 마음에 스밀까 걱정이다.

*칼럼니스트 김경옥은 아나운서로, ‘육아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방송인’이다. 현재는 경인방송에서 ‘뮤직 인사이드 김경옥입니다’를 제작·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라이크 홍보대사’로서 아이들의 말하기와 책읽기를 지도하는 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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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y1**** 2018-09-21 01:35:49
누군가를 혐오해야만 내가 무사할 거라는 생각...
이 말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지 않았으면 합니다

db**** 2018-09-17 12:26:19
따돌림이 없이 모두가 잘 지낼수 있게 교과처럼 교육도 필요한 것 같아요

bonjui**** 2018-09-17 11:50:04
따돌림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