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맘 말고 서핑맘… “자기 파도를 타는 아이로 키워라”
내비맘 말고 서핑맘… “자기 파도를 타는 아이로 키워라”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8.09.0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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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저자 차상진·하태욱 강연회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창전동 마포구립서강도서관에서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저자 차상진·하태욱 강연이 열렸다. 강연 시작에 앞서 ‘사과 발견’ 활동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30일 서울 창전동 마포구립서강도서관에서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저자 차상진·하태욱 강연이 열렸다. 강연 시작에 앞서 ‘사과 발견’ 활동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세 명씩 한 조가 돼서 사과를 가지고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어보세요. 잘라도 좋고 먹어도 좋고, 무엇이든 좋아요. 눈으로 입으로 손으로 오감을 충분히 이용하셔서 무엇이든 다 발견해보세요.”

사과와 칼이 강연을 ‘들으러’ 온 청중들에게 전달됐다. 곳곳에서 당황스럽다는 표정들을 볼 수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두세 명씩 마주 앉은 청중들 사이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저마다의 방법으로 사과를 ‘발견’하기 시작하면서 금세 강연장은 활기를 띄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창전동 마포구립서강도서관에서 열린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차상진·하태욱, 한겨레출판, 2018년) 저자 강연회 현장이다. ‘아이 주도 육아법’에 대한 강연답게(?)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30여 명의 청중들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강연을 시작했다.

저자인 차상진 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영유아센터장과 하태욱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는 유아교육과 대안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육학자 부부다. 이들은 「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에서 ‘대한민국에서 보편화된 교육방식과 육아지침이 대부분 부모의 욕망만을 반영한다’고 꼬집었다.

차상진 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영유아센터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차상진 건신대 대안교육센터 ‘우리동네’ 영유아센터장.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표 수업’에는 아이는 빠져 있고 엄마만 있다”

차상진 센터장은 청중들에게 사과에서 발견한 것들을 물었다. ‘동그랗다’, ‘가로로 잘랐을 때 씨 배열이 꽃 모양 같다’, ‘자르고 나면 향이 강해진다’, ‘씹을 때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등 여러 가지가 나왔다. 차 센터장은 다시 물었다. 그 가운데 사과 실물이 아니라 사과 모형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들은 무엇인지.

또 사과 모형이 아니라 사과 사진일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줄었다. “사과”라는 글씨만 보여줬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예 없었다. 차 센터장은 이 같은 활동의 끝에 “그런데 우리는 이런 교육만 하고 있다”며, “사과를 모형으로 사진으로 글씨로만 가르치면서 ‘왜 모르니?’라고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능동적 배움을 위해서는 ‘아이의 생각과 말’, 그리고 ‘어른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교육의 교재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권리가 아이들한테 살아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마음대로 만지고 알아볼 권리가 아이들에게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어 차 센터장은 교육은 ‘지침’이 아니라 ‘지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지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읽어내는 기준을 갖는 것”이라는 것이다. 지침은 “수직적 관계”를, 지표는 “수평적 이해”를 전제로 한다. 결국 “아이와 같이 움직여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말이다.

그에 따라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이 아이와 부모의 ‘관계’다. 차 센터장은 “(부모가 아이의 생각과 말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해주는 게 중요한데 관계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에게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지 않는다”며, “부모와 아이가 좋은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부모교육의 전부”라고 역설했다.

“이른바 ‘엄마표 수업’에는 아이는 빠져 있고 엄마만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게 아이들의 주도적 배움이에요. 놀이조차 엄마가 계획하고 있는데, 그건 정말 아니에요(잘못됐어요). 아이의 놀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이해하세요. 아이가 주도하고 부모는 따라하는 것입니다.”

하태욱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하태욱 건신대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는 아이로 키워라”

이어 연단에 오른 하태욱 교수는 우리 교육의 병폐로 자주 지적되는 ‘주입식’, ‘서열화’ 교육의 원인을 근대학교의 출발에서 찾았다. 근대학교는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근대산업사회에 맞게, 아이들에게 읽고 쓰고 셈하는 지식만 빨리빨리 가르쳐서 공장으로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뒤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후기근대산업사회를 지나 지금은 ‘탈근대’의 정보화사회를 맞았다. 하 교수는 삼성과 페이스북을 비교하며 새로운 사회에 맞는 새로운 학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텔레비전부터 핸드폰, 자동차, 아파트까지 만들어 파는 삼성과 달리 정보를 유통하는 것만으로 성공한 페이스북.

“뭔가 만들어서 파는 시대가 아니에요.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교육이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죠. 근대학교가 ‘학교1.0’, 후기근대산업사회가 ‘학교1.x’라면, 이제 ‘학교2.0’의 시대가 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서 청춘을 보내는 우리 사회의 N포세대들. 하 교수는 “우리 사회는 4차산업혁명이란 파도를 앞에 두고 ‘제일 앞에서 도망가는 사람’이 돼라 말한다”고 비판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세상으로 도망가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 교수는 아이에게 길을 가르쳐주는 ‘내비맘’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파도를 타게 하는 ‘서핑맘’이 되라고 말한다. “맨 앞에서 도망가는 아이가 아니라 파도를 타고 노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아이를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하 교수는 “인공지능이 해결 못하는 영역은 욕망과 욕구”라며,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묻지 않고 내가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아는 아이, 자기 파도를 타는 아이”로 키우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교육의 결과가 세월호의 비극이었다”라며, “남들같이 살지 않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안은 있습니다. 용기가 없을 뿐이지요. 누군가가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학교와 제도의 변화는 매우 느리고, 오래된 질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힘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부모들이, 교사들이, 마을이,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고 요구해야 합니다. (…) 예전에는 아이를 다르게 키우고 싶으면 ‘옆집 아줌마를 조심하라’라고 말했습니다. 학원 정보를 잔뜩 듣고 나면 나도 보내야 하는 건가 흔들린다는 우스갯소리였습니다. 이제는 ‘옆집 아줌마를 찾아라’라고 말합니다. 아이를 다르게 키우겠다고 생각하는 부모, 함께 손잡고 그 길을 걸어줄 친구가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남들처럼 육아하지 않습니다」 311~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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