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부작용, 노출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른 연구결과와 뉴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 순서나 ▲하루 스마트폰 사용시간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부작용 등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편리’를 위해 만들어놓은 온라인 세상에 “아이들만 접근하지 마라” 방지하는 것에만 온통 골몰하는 것이 옳을까? 가능할까? 왜 “골라보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을까. 물론 접근 ‘양’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접하고 있는 ‘스마트한 세상’을 올바로 볼 줄 아는 시각을 길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도 이미 세상의 일부라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 아니, 요즘 신문을 구독하는 집은 흔치 않다. 시간에 맞춰 텔레비전 9시 뉴스를 보는 시대도 지났다. 부모들도 인터넷으로 뉴스를 본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거나 SNS 세상에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링크를 공유하며 정보를 얻는다. 제아무리 좋은 어린이 잡지와 신문을 구독하며 부모가 노력해봐도 그 양에서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러다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를 찾아가는 것은 아닐까? 꼭 일베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얼마나 많은 유해한 정보들이 많은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는가. 그것을 부모나 교사가 막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조·중·동은 보지 말고, 한겨레, 경향신문, JTBC만 보라고 할 수 있나? 아이들은 다음, 네이버, 구글 같은 포털을 통해 궁금한 것을 검색한다. 그것이 어느 언론사인지 아이들 세계에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언론민주화에 대해 경험하거나 싸워본 세대가 아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그 어디에서도 “하지 말라” 말고, “어떻게 보라”는 것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비슷한 경우일지 모르겠지만, “너는 노동자가 되지 마라”는 것만 있었지, 대다수가 결국은 노동자가 되는 현실을 외면했을 때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 스스로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다.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저임금도 텔레비전 광고에서 ‘걸스데이 혜리’가 말해줘서 배운 아이들이다. 이처럼, 언론에 대한 자기판단력을 훈련받지 못했을 때 가짜뉴스, 해악한 언론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얼마 전 tvN ‘외계통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무려 각국의 언론인) 패널들이 가짜뉴스 골라보기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아무도 가짜뉴스를 모두 구분해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가짜뉴스를 공급하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짜뉴스를 분별해내지 못하는 언론 소비자도 나쁘다.”
포털이나 SNS를 통해 접한 뉴스나 정보를 조금만 찾아가보면 가짜뉴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의도적으로 (풍자의 의미로) 가짜뉴스를 만들고 기사 서두에 반드시 ‘이것은 가짜뉴스임’을 적시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얘기다. 물론 대다수의 가짜뉴스는 악의적으로 왜곡된 경우가 많아 그렇게 원본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분별해내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의 정보만 알려줘도 아이들에게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뉴스라고 해서 모두 사실(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라. ▲뉴스나 정보의 출처나 작성자(기자)를 확인하는 습관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좋은 글이나 기사가 있으면 자녀들과 공유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을 대하는 태도’, ‘언론을 분별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노동교육’만큼이나 중요한 ‘언론교육’. 공교육에 하루 빨리 ‘언론교육’을 도입하기를 희망한다.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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