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아이로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땅땅땅!
외동아이로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땅땅땅!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8.09.07 13:3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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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자식이 하나든 둘이든 행복한 우리

우리 부부는 올해 여섯 살인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다. 다음 달이면 아이가 만 다섯 살을 꽉 채우는데, 키울수록 하나만 잘 키우자는 생각이 확고해진다. 남자아이지만 여자아이였다고 해도 우리의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로서 나와 남편이 어떤 환경을 제공해 주는지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많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형제보다는 건물, 그리고 상속”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속없이 웃어넘길 수도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이에게 대단한 재산을 물려줄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평범한 부부가 아이 하나를 낳고 남들만큼 키우려 할 뿐인데도 경제적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형제와 함께 성장하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다. 형제는 유년 시절을 공유하며 성인이 된 후로는 배우자와는 다른 의미로 서로에게 인생의 지지가가 되어준다. 우리 부부도 여러 형제들과 어울려 자랐고 성인이 된 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외동아이를 마음먹기까지 자녀를 여럿 두기로 결심한 이들처럼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사실 외동아이로 키우자는 데는 주 양육자인 내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남편은 2세 계획에, 전이나 지금이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여섯 살이 되도록 회사 일로 세상 바쁜 사람이 남편이고, 그 때문에 나의 독박육아는 현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씩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남편이 나를 떠볼 때는 있다. 어린 자식과 다투고 토라져서는 딸 타령을 한다. 아이와 한바탕 몸을 쓰며 진을 빼고 난 뒤에도 아들과 놀아주는 게 힘들다며 딸아이를 찾는다. 이렇듯 농담 속에 뼈 있는 진심을 전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둘째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서 별달리 신경 쓰이지는 않는다.

남편은 그렇고 나도 둘째 생각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백하건데 외동아이 선언을 번복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둘째를 기대하는 이들, 즉 시어머니와 남편이 눈치 채면 그대로 현실이 될까봐 겉으로는 늘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실 시어머니는 지금도 둘째를 무척 바라신다. 아이를 낳고 한두 살 터울이 지자 둘째 이야기를 꺼내셨다. “○○ 동생은 안 낳을 거냐?” “그래도 둘은 있어야지” “△△ 닮은 딸 낳으면 참 좋겠다” 등 대체로 유하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혼자는 외로워서 안 된다”거나 혼자인 아이가 어떠어떠하다며 강한 어조로 압박하실 때는 무척 괴로웠다.

다행인 점은 시어머니 말씀은 어쩌다 한 번이니 그 순간만 참고 넘기면 된다는 것이었다. 정작 내 마음을 흔든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였다.

◇ 하나든 둘이든 혹은 낳지 않기로 했든, 부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놀이터에서 만난 또래 무리에 끼려고 애를 썼다. 형제자매거나 혹은 친구 사이인 아이들은 낯선 내 아이를 놀이에 끼워줄 때도 있었지만 외면할 때가 더 많았다. 아이는 속상해 하면서도 어울리고 싶어 한참을 서성거렸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아이가 자연스레 성장하는 것임에도 번번이 거절당하는 아이를 지켜보자니 안타까웠다.

그럴 때면 더 힘껏 아이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었지만 결국 엄마가 아이에게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없다는 내 결심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건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은 아기 동생이 아니라 자신과 눈높이가 맞는 또래, 자신에게 도움을 줄 누나나 형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인지한 뒤였다.

그림책 [형이 태어날 거야]의 한 장면
그림책 「형이 태어날 거야」(박규빈, 내인생의책, 2015년)의 한 장면 ⓒ내인생의책(한희숙 재촬영)

그림책 「형이 태어날 거야」(박규빈, 내인생의책, 2015년)에는 자기를 위해 온갖 일을 대신해줄 든든한 형을 바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제목 그대로 아이는 임신한 엄마의 배 속에 형이 들어 있어 조만간 형이 태어나리라 믿는다.

그러니 동생이 생겨서 좋겠다는 사람들의 덕담에 아이는 “우리 엄마 배 속에는 형이 들어 있어요. 내가 형을 낳아 달라고 했다고요.”라며 성을 낼 수밖에 없다. 아이의 엉뚱한 말에 어른들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지지만 아이는 한없이 진지하다. “너희 집에 동생이 둘이나 태어났다고 우리 집에도 꼭 동생만 태어나란 법은 없잖아!”라는 어린 아이를 어떤 설명으로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분명히 아기 동생을 원하고 동생이 태어나면 기대했던 만큼 살뜰히 보살피며 우애를 자랑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그림책 속 아이처럼 막연하게 형이나 언니를 낳아달라고 엄마를 조르는 아이도 꽤 많다. 그렇기에 출산은 부부가 의논할 몫이지 아이가 원한다고 혹은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다만 아기 동생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동생의 탄생으로 아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그림책에서도 형을 기대하던 아이가 정작 자신이 형이 되면서 성장해나가는 결말을 보여준다. 앞으로 그림책 속 형제의 미래가 늘 핑크빛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기 동생이 건강하게 태어났고 주인공 아이도 형으로서 의젓하게 동생을 맞게 되었으니 일단은 해피엔딩이다.

지나간 시간에 만약을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아이를 낳고 여러 면에서 여유가 있었다면 우리 부부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다보니 아이는 어느새 여섯 살이 되었다.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한 아이에게만 부부가 오롯이 집중하고 정성을 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안정적인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생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어머니의 질문에 아이는 단 한 번도 시어머니가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았다. 엄마의 시름을 덜어주려고 속 깊은 대답을 할 나이는 아니니 우리 아이는 아기 동생에게 별다른 관심은 없는 것 같다.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혹은 낳지 않기로 했든 부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니 각자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여섯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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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ju**** 2018-09-23 03:06:55
요즘 제가 고민하는 내요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공감도 많이 되었고, 한편으로 위로도 많이 됐습니다. 
이제 갓 두돌 지난 녀석이 놀이터에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 부여잡게 되는데, 기사 글처럼 형을 원하는거지 동생을 원하는게 아니란 말에,,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요.
육아로 고민 많은 맘들을 위한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

lc**** 2018-09-21 12:54:38
형재나 자매가 안전하게 부모님퇴근전까지
마음편히 지낼수있는곳
일하는워킹맘들을해 아동교육쪽 지원확대가 필요합니다

lsy1**** 2018-09-20 14:26:13
하나만 생각하는데 많이 외로울것 같긴해요

db**** 2018-09-17 12:22:05
아이들 보면 형제들과 외동인 아이들을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보게 되잖아요
그럼 형제들 아이들이 다복하니 좋아 보이더라구요

bonjui**** 2018-09-17 11:48:01
저희도 외동만 키우고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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