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는 밖에 두고 들어오세요" 장애엄마 울리는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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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는 밖에 두고 들어오세요" 장애엄마 울리는 편견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9.13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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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특별기획] 바퀴 달린 엄마-⑨장미경·박윤종 씨 부부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지난해에 이어 창간 8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바퀴 달린 엄마’ 시즌2를 연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첫 아이가 돌 지날 때까지 말을 못했어요.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은 제 장애가 아이에게 유전되는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됐어요. 아이에게 혹시나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병원에 가서 뇌파 사진도 찍고, 초음파 사진도 찍었어요. 다행히 이상은 없다고 했어요.

그래도 아이가 말을 못하니까 급한 마음에 동사무소로 찾아가서 직원에게 관련 바우처가 있냐고 물어보니까, 언어치료 바우처가 있다고 해서 바로 신청했어요. 선생님이 집에 방문해서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두 달 만에 말문이 트였어요. 첫 마디가 ‘물고기’였는데, 정말 감동이었고 안심했어요.”

은하(7)·장수(5)·은서(4)를 낳기까지 장미경(34) 씨 부부에겐 쉽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미경 씨에게 결혼과 임신 그리고 육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뇌병변장애 1급인 미경 씨의 삶, 그리고 그의 결혼·육아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미경 씨의 집을 찾았다.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아내의 부탁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주고 있는 남편 박윤종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아내의 부탁으로 관련 자료를 찾아주고 있는 남편 박윤종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전북 전주시에서 장애인운동을 하고 있었던 미경 씨는 전북 익산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남편 박윤종 씨를 2011년 5월 25일 운명처럼 만났다. 당시 서울에 있던 보건복지부 앞에서 부양의무제 폐지 촉구 집회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처음 만난 것. 한눈에 서로를 인연으로 알아본 부부는 1년간의 알콩달콩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1년 뒤 사랑의 결실인 첫째 은하를 임신해 출산했다. 남편 윤종 씨는 비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을 만나게 되고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결혼까지 가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세 살 때 시설에 맡겨져 부모님 없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온 미경 씨와 달리 남편은 부모님이 있었는데, 결혼을 강력히 반대했다. 윤종 씨는 대학 졸업 후 광주에 살고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미경 씨를 다시는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경 씨가 있는 전주로 왔다. 결국 부모님의 승낙 없이 둘은 결혼했다.

“남편 집에서도 반대가 심하고,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서 확실한 결심이 서지 않았는데, 잘 해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믿음을 가지고 결혼을 하게 됐어요.”

◇ '네 몸도 힘든데 아이를 어쩌려고 가졌냐'는 모진 말…

뇌병변장애 1급인 미경 씨의 삶, 그리고 그의 결혼·육아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일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자택을 방문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뇌병변장애 1급인 미경 씨의 삶, 그리고 그의 결혼·육아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일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자택을 방문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미경 씨는 누구보다 행복했다. '내가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이가 혹시나 장애를 물려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거의 두 달간 두려움에 묻혀 살았다.

“의사 선생님은 제 장애가 유전적인 부분은 없다고 하시면서도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어요.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네 몸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우려고 가졌냐'며 모진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미경 씨는 아이를 낳고 싶어서 당당하게 출산을 결심했다. 첫 아이만 낳고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면 외롭고, 나중에 아이가 커서 혹시나 장애인인 엄마를 혼자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까봐 둘째를 낳기로 결심했다. 동생이 있으면 서로 기댈 수 있고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둘째인 장수와 셋째인 은서까지 낳았다.

세 아이를 키우려다 보니 생활비는 매번 아껴 써야만 했다. 현재 미경 씨 가족의 수입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160여만 원과 장애연금으로 받고 있는 30여만 원을 합친 190여만 원이 전부. 다행히 보건복지부의 출산장려금은 세 아이 모두 지원받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면 한 아이당 100만 원씩 주는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출산장려금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원을 못 받을 뻔했는데, 다행히도 주위 사람들이 정보를 알려줘서 동사무소에 신청하고 받을 수 있었어요. 그래도 수급비만 받고 있는 저희로서는 분유 값이나 기저귀 값도 부담이 많이 되더라고요.”

미경 씨는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다. 아이를 낳아 행복하지만 그만큼 따라오는 고충도 있었던 것. 자기 스스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줄 수도 없고, 옷을 입히는 것도, 씻기는 것 어느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신생아 때는 안아준 적이 없어요. 제가 안으면 아이가 떨어져 다칠까봐서요. 남편이 안아보라고 한 적이 있는데, 거부했어요. 저도 제 힘이 조절 안 되는데, 아이를 어떻게 안을 수 있겠어요.”

◇ "너네 엄마 못 걷는다며?" 아이들을 향한 차별도 

은하(7)·장수(5)·은서(4)와 함께 만화영화를 시청 중인 남편 박윤종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은하(7)·장수(5)·은서(4)와 함께 만화영화를 시청 중인 남편 박윤종 씨.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미경 씨는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집 원장에게 차별을 받았다.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도착 후 전동휠체어를 타고 건물로 들어서려던 순간 어린이집 원장이 “휠체어는 밖에 두고 남편이 안고 들어오면 안 될까요?”라고 말한 것. 그 말을 듣고 미경 씨는 ‘휠체어는 더러운 게 아니고 내 발인데 왜 놓고 오라고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건물 출입을 두고 어린이집 원장과 옥신각신 하던 와중에 어린이집 바로 옆에 있던 유치원 원장이 와서 '어린이집 원장이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이해해달라. 대신 이야기를 잘 전달해주겠다.' 하면서 휠체어는 들어와도 아무 상관없고 더러워지면 우리가 닦으면 된다고 친철하게 말해줬어요.”

차별은 미경 씨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향하기도 했다.

“첫째가 또래 친구들한테 놀림 받은 적이 있어요. 저한테는 아이가 이야기를 못하고, 이웃 할머니한테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가 저한테 이야기를 전해줬는데, 아이 친구들이 '너네 엄마 못 걷는다'고 놀렸다고…. 그 말을 듣고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했고 바로 조치를 취해줬었어요.”

미경 씨는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데리고 오고 갈 때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는 8일 전에 예약을 하면 요금이 무료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요금을 받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미경 씨는 이에 바로 시청에 전화해 수급자가 무슨 돈이 있냐면서 따졌고, 결국 요금을 다시 안 받겠다는 시청의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 “장애인 지원하는 홈헬퍼 제도 없어… 아이돌봄서비스도 자부담 커”

남편 윤종 씨는 아내 미경 씨 곁을 24시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미경 씨가 옆에 아무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남편 윤종 씨는 아내 미경 씨 곁을 24시간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미경 씨가 옆에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동사무소에 가서 물어보니, 활동보조 말고 아이돌보미를 이용하려면 활동보조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이돌보미는 한 아이당 세 시간에 불과해 활동보조 시간 다섯 시간보다 적어요.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아이돌보미를 포기하고 활동보조를 선택했어요.”

남편 윤종 씨는 아내 미경 씨 곁을 24시간 떠나지 않는다. 미경 씨가 옆에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시간에 다섯 시간 정도를 활동보조인이 집으로 찾아와 아이를 돌봐주고 있다. 그 이유는 남편이 아내를 돌본다고 하면서 활동보조인에게는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활동보조인과 아이돌보미를 이중적 수혜라고 보고 있어요. 아이돌보미는 활동보조와 엄연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이중적 수혜로 보고 있으니,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힘들죠.”

서울시는 장애여성들의 육아 지원을 위해 홈헬퍼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주시에는 홈헬퍼 제도가 없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에서는 육아 중인 장애여성들에게 우선제공 시 가점을 주지만 자부담이 커 이용이 어렵다.

“아이돌보미서비스가 있으면 뭐해요. 자부담이 큰데 어떻게 쓰겠어요. 한 달에 많이 내면 30만 원 정도 내게 돼 있는데, 수급비로 살아가는 저희는 어림도 없죠. 그리고 구청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어요. 진짜 국가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살아가고 있지 아무것도 없어요.”

정부는 아이를 낳으면 장애인 모·부성권 지원 제도에 따라 추가로 80시간의 활동보조 시간을 지원해주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은 없다 시피하다. 활동보조시간 추가 지원 제도는 6개월 동안만 이용 가능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이 있다. 또한 정부는 가사도우미 제도도 활동보조제도와 이중 수혜라며 이용할 수 없게 해놨다.

“(장애여성 활동보조 추가시간 지원의) 문제는 6개월만 지원된다는 거예요. 아이 낳고 6개월 후에는 그게 없어지는건데, 솔직히 아이가 6개월만 크나요?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해요. 법을 개정해서 적어도 하루에 활동보조시간이 여덟 시간은 돼야 하고, 제도 중복 사용을 인정해주는 식으로 완화해야 된다고 봐요.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경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힘들지만, 아이가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미경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힘들지만, 아이가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나중에 제가 죽고 나서도 저하고 똑같은 사람들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장애인 가정, 아이가 어리거나, 아이가 많은 가족들에게 많은 서비스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미경 씨. 미경 씨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힘들지만, 아이가 있어서 매일매일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제가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다가와 안아주고 '호~' 해주면서 ‘엄마 괜찮아?’ 해주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것조차 미안한 마음도 들었죠. 아이들이 철이 없는 거 같으면서도 깊은 생각이 있더라고요.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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