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잘 못 그리는 아이, 뒤처지는 건가요?
사람을 잘 못 그리는 아이, 뒤처지는 건가요?
  • 칼럼니스트 안린지
  • 승인 2018.09.17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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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알아보는 아이의 마음] 사람 형태를 못 그리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Q. 아이가 일곱 살인데 아직 사람 형태를 잘 그리지 못합니다. 인체 비율을 설명해주고 드로잉 자료를 보면서 그려도 또래와 비교했을 때 실력 차이가 큽니다. 공부는 제법 잘하는 편이고 아이도 산만하지 않고 얌전합니다. 일곱 살이 사람을 못 그리는 건 많이 뒤처지는 건가요? 어떻게 가르쳐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그림을 잘 그리려고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베이비뉴스
아이들은 그림을 잘 그리려고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베이비뉴스

◇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아이가 사람을 잘 못 그려요”

“아이가 자꾸 사람 머리만 크게 그려요.”

“사람 비율을 신경 써서 그리게끔 지도 부탁드려요.”

예닐곱 살 된 우리 아이가 사람 형태를 또래보다 서툴게 그려서 걱정인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체 비율과 같이 인물 드로잉 지도를 원하시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인물 드로잉 수업으로 아이들이 사람의 몸에 호기심을 갖고 바르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형태를 그리기 힘든 다른 이유는 없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내적 혹은 외적인 이유로 아이가 사람 형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반복적으로 강요하듯 “비율을 잘 맞춰 그려라”, “팔은 이렇게, 목은 이렇게 그려줘야 한다”, “넌 왜 얼굴만 자꾸 크게 그려?”라고 말하는 것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 사람을 그리는 것은 자아를 반영하는 것

그림을 통해 대부분의 아이는 무의식 속에 자아를 반영합니다. 사람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A 학생은 사람을 그릴 때면 좌우대칭이 불분명합니다. 한쪽 팔다리는 길고, 다른 한쪽은 짧은 식입니다. 어깨도 늘 삐뚤게 그립니다. 필압도 약하고 선이 똑바르지 않습니다.

A 학생은 평소에 자신감이 부족합니다. 질문을 던지면 입술을 꾹 다물고 눈을 피하며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앉아 있을 때도 삐뚤게 앉습니다. 고개를 늘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여서 그림을 그립니다. 칭찬과 격려로 드로잉 지도를 할 때는 얌전히 잘 배우고 이해하지만,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B 학생은 주로 졸라맨을 그리거나 사람을 잘 그리지 않았습니다. 질투심도 강하고 친구들과 스스로 비교하면서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잠시 미술학원 공백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는 스스로 사람 비율과 동작을 생각하며 질문도 먼저 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더니 실력이 날로 좋아졌습니다. 물론 감정 기복에 따라 들쑥날쑥한 실력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는 자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A와 B 학생이 평소에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떤 점 때문에 자신감이 위축되고 질투심이 많은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감정과 경험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거나, 무언가 신체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억눌렸던 경험이 있다면 고스란히 표현됩니다.

◇ 아이가 스트레스 받는 것은 아닌지 먼저 파악하세요

동생 및 친구와의 비교, 질투심, 부모님의 강요, 의사 결정권을 거부당함, 슬픔, 숨고 싶은 마음 등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쉽게 상처받고, 반응합니다.

B 학생의 경우 잠시 쉬는 동안에 마음에 담았던 스트레스를 조금은 내려놓고 왔기 때문에 그림이 점점 좋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학부모님께서 B 학생이 그동안 아주 어른스러워졌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 아이가 사람 형태를 못 그리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그림을 잘 그리려고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잘 그리기를 원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입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온전한 사람 형태를 그리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이 미술에 금방 흥미를 잃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아이들의 그림 속 이야기에 집중하시고, 형태에 대한 욕심을 버리신다면 미술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소통 창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 스스로 사람 형태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면 먼저 가르쳐달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 사람 형태를 이해하고 다양한 동작 표현을 알려주고 싶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적당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인체를 많이 보고, 경험하고, 따라 그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서로 번갈아가며 다양한 포즈를 잡고, 인체의 움직임을 스스로 보고 파악하며 실제 몸을 눈으로 보고, 무릎과 팔꿈치가 꺾이는 위치를 만져보며, 따라 그리는 방법을 진행해보세요.

아이가 좋아하는 운동을 골라 운동선수들의 동작을 검색한 뒤 아이와 함께 보면서 그려보세요. 피겨 스케이팅, 야구, 발레, 축구, 달리기, 배드민턴 등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보고 그린다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교육은 호기심과 경험, 그리고 칭찬입니다.

*칼럼니스트 안린지는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하고 그림 속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하여 미술학원 강사로 2년간 근무하면서 미술심리상담 공부를 지속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한 꿈을 갖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며 소설 및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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