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의 대물림을 막을 수 없을까?
회초리의 대물림을 막을 수 없을까?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18.09.17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과거는 문단을 마무리하듯 마침표 찍길

Q. 10세와 6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저는 자랄 때 언니 동생과 비교되면서 어머니로부터 매를 많이 맞았고 지금까지도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제가 맞고 자라서 아이들을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과 달리 아이들이 말을 안 듣거나 말썽을 피우면 매를 들게 됩니다. 특히 첫째 아이에게 유독 더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해야 회초리를 대물림하지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어떻게 해야 회초리를 대물림하지 않을까요? ⓒ베이비뉴스

◇ 왜 대물림이 되는 걸까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데 경계를 분명하게 하기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이어져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대물림이 되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삶의 흐름은 멈추거나 끊어지지 않고 연속되기 때문이고, 대체적으로 대물림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훨씬 더 부각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 세대가 중심이 될 때 경험되는 다양한 내용 중 어떤 부분은 해결되지 못한 채 다음 세대로 넘어가게 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부정적인 대물림의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미해결된 문제는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서는 흡수를 잘하는 스펀지처럼 경험된 내용들을 저장합니다. 물에 적셔진 스펀지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지만 들어보거나 짜보면 무겁고 물이 흐르게 되는 것처럼, 정서는 인식하고 이해되는 부분보다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정서 깊숙한 곳으로 저장되어 표면상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인식하고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이 되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되는데, 그때는 대체적으로 관계의 갈등을 겪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단절되었다면 그 부분이 정서 깊숙한 곳에 들어가게 되는데, 표면상으로는 관계가 단절되었으므로 해결된 듯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의 경험이 다시 반복되면서 깊게 들어 있는 미해결 문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미해결된 문제는 정서에 부정적인 악순환을 만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물림을 하지 않으려면 3단계로 나누어 사고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3단계는 과거, 현재, 미래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가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나는 고집이 있고, 과거의 부모님은 고집이 강했고, 미래 나의 자녀는 고집이 셀 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대 간의 전이라고 하는 대물림을 막으려면 세대 간의 경계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버지가 고집이 세니 나도 당연히 그렇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전 세대는 마침표를 찍고 현재는 새로운 문장을 쓰는 것처럼 자신이 주체가 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아버지와 무관하게 자신이 고집이 강해서 불편하다면 변화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자녀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세대 간 경계선의 핵심은 주체성입니다. 과거의 주체는 부모님, 현재는 자신, 미래는 자식입니다.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것은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의미이고, 지금 이 순간에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서 정서적, 심리적 분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 경계선을 분명히 하려면 이해와 용서가 필요합니다

질문자님이 '내가 맞고 자라서 아이를 때리지 않고 싶은데 자꾸 때리게 된다'고 하셨는데,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분명하게 하려면 자신의 부모님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미움과 원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자신이 주체가 되어 판단하고 행동하게 되므로, 아이를 때리게 되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과거의 부모님을 이해하고 심리적으로 해결이 된다면 현재 아이를 훈육하는 목적이 아이의 잘못을 지도하기 위한 것으로 설정될 것이고, 그래서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이게 됩니다.

반대로 질문자 님의 경우라면 아이를 훈육하는 상황이 미해결된 자신의 문제가 감정적으로 드러나게 되므로 적절한 훈육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올바른 훈육은 부모-자녀 간에 상호 작용, 친밀도가 상승되지만, 질문자 님의 훈육은 죄책감과 마음의 상처를 남기며 반복하게 됩니다. 힘드시겠지만 과거의 부모님을 가슴으로 이해하며 용서한 후 마음으로부터 떠나보내시기 바랍니다.

◇ 새롭게 만들어가는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정합니다

과거는 한 단락의 문단을 마무리하듯이 마침표를 꾹 찍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로운 단락,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가야 합니다. 자신이 주체이자 주인공인 이야기를 말입니다. 과거는 현재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지만 과거가 현재가 될 수는 없듯이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주체인 현재를 살아간다면 미래에 아이도 역시 그러하리라 확신합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한양아동가족센터 상담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