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를 따먹은 여우는 정당한 것일까?
포도를 따먹은 여우는 정당한 것일까?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8.09.1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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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개념코칭으로 책 읽는 방법
'여우와 포도' 이야기로 개념코칭에 대해 알아볼까요? ⓒ베이비뉴스
'여우와 포도' 이야기로 개념코칭에 대해 알아볼까요? ⓒ베이비뉴스

필자는 개념코칭으로 하브루타 질문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개념은 우리가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이면서도 그 의미를 알고 쓰는 사람이 드물지요. 일례로 우리는 ‘개념 없다’는 말을 참 싫어합니다. 개념 없는 인간이라는 말이 매우 불쾌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개념 있는 인간이 어떤 사람인가는 잘 정리하지 않고 삽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개념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나의 개념을 찾아가는 핵심질문이기도 합니다.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 상황에 맞는 대처법은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을 우선 정리하고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구분한 다음, 입장에 따른 질문을 해보면 문제의 원인과 감정의 색깔, 그리고 대처하는 법을 찾게 됩니다. 현명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바로 개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테지요.

개념을 길러가는 것은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독서를 통해서건, 학습을 통해서건, 대화를 통해서건, 관계형성을 통해서건 끊임없이 인생을 가치롭고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 준비를 해가야 하는 중요한 교육입니다.

우리 교육에는 이것이 빠져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개념교육을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아이들과의 개념을 적용한 독서는 실제상황에서 일어났을 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번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여우와 포도'라는 이솝우화가 있습니다. 배가 고픈 여우가 포도밭의 포도를 따먹으려고 하지만 담이 높아 결국은 사흘을 굶어 구멍으로 들어가 포도를 따먹는 이야기입니다, 포도를 실컷 따먹은 여우는 나올 때 구멍으로 나오기 위해 다시 사흘을 굶는다는 것이 줄거리입니다.

이 내용을 가지고 유아들과 독서활동을 하는 것은 참 재미가 있습니다. 창의적인 부모들은 많은 질문을 해줄 수가 있습니다. 부모들과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여우가 포도를 먹을 수 있을까?"

"구멍으로 들어가지 않고 포도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은?"

"포도를 다 먹고 난 다음 굶지 않고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여우가 포도를 따는 방법은?"

◇ 개념 있는 질문이 개념 있는 아이를 만든다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여우가 담을 넘어가지 않고도 포도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질문하자 아이들은 119에 전화해서 소방서 아저씨들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고 했고, 마트에 가서 사서 먹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또 주인 아저씨가 올 때가지 기다려서 포도를 먹고 싶다고 이야기하거나, 포도밭 일을 해서 포도를 먹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굶지 않고 빠져나오는 방법에는 포도를 조금만 먹고 나온다거나, 포도를 따서 구멍 밖으로 내어놓고 포도밭 밖에서 먹으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단순한 질문인데도 책을 읽어가는 방법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게 됩니다.

여기에서 개념코칭이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발단을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여우는 배가 고팠고, 포도가 먹고 싶었으며, 게다가 포도는 남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구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올바른 질문은 내용파악을 확실하게 할 수가 있습니다. 이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여우가 잘한 점은 무엇일까요?"

"여우가 잘못한 점은 무엇일까요?"

"여우가 포도를 따기 위해 세운 전략은 무엇일까요?"

"여우가 전략을 잘못 세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떻습니까? 유아들에게 어려운 질문인가요? 단순한 책 읽기에서 질문이 있는 책 읽기, 그리고 개념을 코칭할 수 있는 질문하기로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책을 이렇게 읽을 필요는 없겠지만 책에서 개념을 파악해서 질문을 할 수가 있다면 아이들은 다각도로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또 질문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여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포도밭 주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정직이라는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옳은 방법과 옳지 않는 방법이라는 관점에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바로 개념코칭입니다. 개념 있는 아이로 성장하는 아이들은 개념 있는 질문을 하는 아이들일 것입니다. 개념 있는 질문을 하는 어른들이 개념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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