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도 연구도 없다… 정책 사각지대 속 '엄마'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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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도 연구도 없다… 정책 사각지대 속 '엄마'장애인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09.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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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주년 특별기획] 바퀴 달린 엄마-⑫장애여성 모성권, 보장받고 있을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장애가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까?’ 베이비뉴스는 지난해에 이어 창간 8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바퀴 달린 엄마’ 시즌2를 연재합니다. 장애가 있는 부모들의 삶과 육아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듣고, 우리 사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김기애 씨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이 주최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의 차별적인 지침들의 수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기애 씨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이 주최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의 차별적인 지침들의 수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동사무소에 가서 물어보니, 활동보조 말고 아이돌보미를 이용하려면 활동보조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어요. 정부는 활동보조인과 아이돌보미를 이중적 수혜라고 보고 있어요. 아이돌보미는 활동보조와 엄연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이것을 이중적 수혜로 보고 있으니, 저희 같은 입장에서는 힘들죠.”

지난 1일 베이비뉴스 '바퀴 달린 엄마' 기획 인터뷰에서 장미경 씨는 장애인 모성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지적했다.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활동보조와 보육지원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복지’라는 큰 틀로 인지하고 장애부모들의 ‘이중적 수혜’를 막을 뿐이다.

육아를 하는 장애인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인 동시에, 자녀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출산과 양육을 선택했다면, 정부는 헌법에서 명시한 ‘모성보호에 대한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5일 심의·확정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에서 “장애인의 14.4%는 일상생활에서 대부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며, 활동보조인 등 공적 돌봄서비스 제공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여성장애인들은 임신·출산·양육 과정에서 정부에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아봤다. 

◇ “출산비용 현실화 추진”뿐… 방향만 있고 방법은 없는 여성장애인 지원책

정부가 출산과 자녀 양육을 결심한 여성장애인을 위해 마련한 제도는 두 가지다. 태아 1인당 지급하는 출산비용 100만 원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매월 추가로 80시간 늘려주는 것이다. 여성장애인이 자신과 자녀를 돌보기에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정부 정책의 바로미터이자, 정부의 여성장애인 모성권 지원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이곳도 속을 들여다보면 방향만 있고 방법은 없다.  

종합계획은 네 번째 전략 ‘다중적 차별을 겪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보장’ 아래 위치한 ‘여성장애인 지원 강화’에서 여성장애인과 관련한 정책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정부는 여성장애인을 “남성장애인에 비해 교육수준, 고용률, 소득 등이 낮게 나타나는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문제점으로 “여성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비용 지원 현실화 및 지원 대상 확대 필요”와 “모성보호에 대한 전문 의료서비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장애이해 부족, 정보 부족 등으로 경제적·정서적·신체적 어려움 경험” 등을 짚었다. 

이 같은 분석을 거쳐 정부는 ‘여성장애인 임신, 출산, 양육 지원 확대’를 정책 방향으로 결론지었다. 우선 정부는 2017년 현재 1인당 1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출산비용을 2019년까지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시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통해 임신·출산에 대한 의료적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장애가 아닌 ‘여성’에 방점을 맞춰도 정책의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는 ‘여성장애인의 건강권 보장’ 아래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과 같은 내용인 ‘여성장애인의 의료서비스 접근권 강화’가 명시돼 있다.

◇ 17개 중 15개 지자체, 장애인 모성권 조례 있지만 제도는 미미

정부 부처의 정책 방향이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자체는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서울·부산·대전·울산·경기·강원·충북·경남·제주 등 9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홈헬퍼 서비스(서울), 장애인 맞춤형 도우미(경기), 여성장애인 가정도우미(제주) 등은 지역별로 명칭은 다르지만 도우미를 파견해 가사지원·산모지원·육아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지원사업으로 묶을 수 있다.

경남은 1·2급 및 3급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중증장애인 도우미 지원사업’ 서비스 내용에 ‘돌봄(보육)’을 포함했다.

지방자치단체별 여성장애인 모성권 관련 조례 및 제도 현황.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지방자치단체별 여성장애인 모성권 관련 조례 및 제도 현황. 김재희 기자 ⓒ베이비뉴스

조례는 지자체에서 여성장애인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근거가 된다. 17개 광역시·도 조례를 모두 확인한 결과,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을 한 줄이라도 가지고 있는 곳은 15곳으로 확인됐다. 서울·대전·경기·충남·전남은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양육 지원 조례’를 별도로 가지고 있다. 제주는 ‘장애인가정 임신·출산·양육 지원 조례’를 둬 그 대상을 여성장애인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반면 여성장애인 지원에 장애 정도를 조건으로 둔 지자체도 있었다. 부산·대구·인천·울산·세종·충북·경북 등 지자체 7곳은 ‘중중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마련하고 그 속에 “중증장애여성의 출산, 육아 지원 서비스” 사업을 지원한다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 중증장애인 지원 조례와 별개로 산후조리 지원에 관한 조례 속 지원 대상에 장애인을 포함시킨 것이 확인됐다. 광주는 ‘광주광역시 건강도시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조례’에서 여성장애인 산부인과 지원사업을 명시했다. 전북은 ‘장애인가정 출산지원금 지급 조례’만 있었고, 강원·경남 등 2개 지역은 어떤 조례에서도 여성장애인 모성권 지원과 관련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 10년 내 연구 건수 ‘0’… 장애인 모성권 관심 없는 국책연구기관

정부는 여성장애인의 욕구를 정책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정부출연 연구기관은 국가 정책의 기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정부는 연구 결과를 정책에 참고하고 반영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여성장애인의 양육권과 관련 있는 연구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그리고 육아정책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연구기관에서도 여성장애인과 관련한 연구가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연구결과물을 검색한 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는 0건, 한국여성정책연구원도 1건(「여성장애인의 자녀양육 지원방안 연구(2007)」) 확인되는 데 그쳤다.

그 외에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와 관련한 최근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발표한 「여성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법안 연구(2017)」와 「여성장애인 모성권 증진을 위한 임신, 출산 지원 정책 연구(2016)」 등 두 편을 찾을 수 있었다.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6조2항)

‘아이는 사회가 키우는 것’이라는 전제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부도 나서서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의미다. 국가의 ‘모성보호에 대한 책임’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바다. 국가의 보호 없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분투하고 있는 ‘모성’이 존재한다. 여성장애인이 바로 그들이다. 

2012년 19대 국회 당시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여성장애인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여성장애인지원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두 법률안 모두 여성장애인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 법률안이 국회임기만료로 폐기된 이후, 20대 국회 들어 여성장애인 관련 법률안을 둘러싼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뭐든 스스로 알아서 정보를 얻고 신청해야 했어요. 당시 장애인(1~6등급)에게 출산지원금 100만 원(보건복지부)을 줬는데, 저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알아서 주지 않더라고요.”(김기애 씨)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병변장애 1급을 가진 김기애(46) 씨는 대민이(7)·대현이(19개월)를 키우는 엄마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 베이비뉴스 '바퀴 달린 엄마' 기획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털어놨다. 장애가 있는 엄마는 사회적 편견에 한 번, 정부의 무관심에 또 한 번 좌절한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2항은 “누구든지 장애여성에 대하여 임신·출산·양육·가사 등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그 역할을 강제 또는 박탈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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