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차별하는 장애여성 지원? "홈헬퍼 정책 수정하라"
장애여성 차별하는 장애여성 지원? "홈헬퍼 정책 수정하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8.09.19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18일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서울시 홈헬퍼 사업의 차별적인 지침들의 수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여성들이 서울시 홈헬퍼 사업의 차별적인 지침들의 수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인운동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서울시 홈헬퍼 사업의 차별적인 지침들의 수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홈헬퍼 사업 지침 내용 중 차별요소 두 가지를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 홈헬퍼 사업은 장애여성을 위해 임신·출산·양육 관련 서비스를 수행하는 돌보미를 파견하는 정책이다. 1~6급 등록 여성장애인으로 전국가구 평균소득 100% 이하이며, 임신·출산 예정이거나 만 9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단, 지적·자폐·정신 여성장애인인 경우 만 12세 미만 자녀까지 예외로 인정한다.

출산 두 달 전부터 일 4시간 월 30시간, 생후 100일 이내 신생아는 일 6시간 월 120시간, 100일 이후 만 9세 미만 자녀는 일 4시간 월 70시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날 파란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 홈헬퍼 사업에 대한 차별 지침 중 특히, ‘모의 상시 부재 시 서비스 제공 불가’, ‘장애 유형으로 자녀의 나이를 차등 지원’ 두 가지의 지침을 수정하라고 촉구했다.

◇“'母'를 한정적으로 명시, 차별적인 성역할 견고히 할 수 있어”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차별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박지주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대표는 “우선 ‘여성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녀의 양육이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차별적인 성역할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서울시 홈헬퍼 사업 지침 내용 중 ‘모의 상시 부재시 서비스 제공이 불가’라는 항목과 장애 유형에 따라 자녀의 나이를 차등 지원하는 항목은 삭제되고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모의 상시 부재 시 서비스 제공 불가’라는 항목에 대해 "이는 홈헬퍼 지원이 이뤄지는 시간 동안 자녀의 어머니인 장애여성이 서비스가 지원되는 공간에 상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애여성은 육아에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모’를 한정적으로 명시해놓은 것은 자녀의 양육이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차별적인 성역할을 견고히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성평등에도 위배되는 지침으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표는 장애유형에 따라 지원시간에 차등을 두고 있는 지침과 관련해서도 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두 같은 시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지적·자폐·정신 여성장애인은 만 12세까지 지원하고, 그 외의 여성장애인에게는 만 9세까지 지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장애여성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과 관계없이 지원이 필요하다.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자녀의 수, 육아 조력자의 유무 등 개인적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장애유형만을 가지고 자녀의 나이를 다르게 제한하는 건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특히 신체장애가 있는 장애여성의 경우 양육을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육체노동이 90%를 이루는 육아 현장에서 지원시간에 차등을 두는 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모든 장애유형에 지원되는 자녀 나이를 동일하게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든 장애유형 차별 없이 만 12세까지 지원돼야"

이날 현장에는 20여 명의 장애엄마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현장에는 20여 명의 장애엄마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기자회견 현장에는 20여 명의 장애엄마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고 참석했다. 당사자 발언에 나선 이승연 씨(뇌병변장애 1급)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면서 차별 지침 내용에 대한 수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장애부모에서 태어난 비장애인 아이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홈헬퍼가 있다는 사실도 몰라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아이가 만 9세가 되기 때문에 지금의 홈헬퍼 제도에서는 지원받지 못합니다. 홈헬퍼 서비스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내 권리임에도 지금까지 장애인복지관에서도, 동주민센터에서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많이 속상합니다.

여러분들은 아이가 만 9세가 되면 모든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 조심한다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아이들은 만 9세 이후에 더 활동적이고 생활에서 모든 것을 경험하며 모험하기 때문에 더욱 사고나 위험에 취약해집니다. 왜 지적장애인은 만 12세까지 지원해주고, 왜 뇌병변장애는 만 9세까지 지원해주는 것입니까? 장애유형에 상관없이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모의 상시 부재 시 서비스 제공 불가' 항목도 삭제돼야 합니다. 홈헬퍼 선생님이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휠체어를 탄 엄마도 같이 가야 한다면 선생님의 역할도 불분명해지고 일이 과중해집니다. 홈헬퍼 선생님이 아이에 집중할 수 있고, 엄마의 휴식도 보장돼야하기 때문에 이 항목은 삭제돼야 합니다.”

현재 서울시 여성장애인 홈헬퍼지원 사업에서 지적·자폐·정신 여성장애인은 만 12세까지 지원하고, 그 외의 장애여성에게는 만 9세까지 지원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서울시 여성장애인 홈헬퍼지원 사업에서 지적·자폐·정신 여성장애인은 만 12세까지 지원하고, 그 외의 장애여성에게는 만 9세까지 지원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두 아이의 엄마인 김기애 씨(뇌병변장애1급) 역시 경험담을 말하면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은 모든 장애유형에 차별 없이 만 12세까지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는 두 살과 다섯 살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연 600시간의 홈헬퍼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저와 남편은 모두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고, 남편은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을 할 수 없습니다. 바로 어제도 아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집에 가실 때 저는 배웅하기 위해 문 밖 복도로 나와 있었고, 남편과 아이들은 집 안에 있었습니다.

그때 20개월 지난 막내가 문을 열고 나와 계단 쪽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아이를 잡아 다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만일 그때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없었다면 아이는 계단을 인지하지 못해 다쳤을 것입니다. 장애부모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일상인데, 어떻게 지적·자폐·정신장애가 아니란 이유로 만 9세까지만 지원하는 것입니까.”(김기애 씨, 뇌병변장애1급)

한편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은 지난 11일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전면수정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서울시에 전달한 바 있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대표가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대표가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