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 위기보다 '국회의 수준'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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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 위기보다 '국회의 수준'이 더 무섭다
  • 칼럼니스트 조성실
  • 승인 2018.09.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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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중생활] 1억을 주면 아이를 낳겠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일단… 그러면 1억을 주면 (아이를 더) 낳기는 낳으실 거에요? 뭐라고들 하세요?”

진행자가 내게 물었다.

“1억을 줘도 안 낳을 것 같은데요.”

일말의 주저 없이 답이 튀어나왔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출산주도성장’ 발언과 김학용 의원의 ‘청년 출산 기피’ 발언을 계기로 출연했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의 일이다.

김성태 의원의 ‘출산주도성장’을 처음 들었을 때도, 김학용 의원이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내가 여행 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아이를) 덜 낳는 것”이라며 저출생의 원인이 청년들의 이기심 또는 가치관 변화 때문인 양 이야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다만 잠시 울컥했고, 조금 더 잠시 섬뜩할 뿐이었다.

◇ “1억을 줘도 아이 안 낳을 것 같은데요”

사실 국회는 우리의 ‘아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이들의 삶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단지 정치적 이해 관계, 즉 정략적 효용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만 반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마저도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밖으로 밀려남과 동시에 찬밥 신세가 된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정치 생리다. 정치적 발언권을 갖지 못한 ‘아이들’과 세력화되지 못한 ‘부모들’은 그래서 언제나 무능하다. 어처구니없게 아이들이 연달아 사망해도, 어느 것 하나 바꿔내지 못 한다. 결국 우리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움켜쥔 채,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내 아이의 안전을 되묻고 일말의 안도감과 커다란 자괴감을 움켜쥐고 그저 견딜 뿐이다. 아이들이 빨리 자라기만을 바라면서.

그런 선배들의 위태로운 삶을 목격한 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니, 아이를 낳지 ‘못’한다. 사상 초유의 ‘0%대 출산율’을 목전에 둔 대한민국의 자화상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지난 7월 어린이집 차량 사고 및 아동학대로 이틀 연속 영유아 두 명이 사망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국회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잠자는 아이 확인법’이 발의되었고 모두가 조속한 통과를 약속했다. 여야 3당 정책위 의장의 합의를 얻은 비쟁점 법안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사건의 유일한 후속 조치로 여겨졌던 ‘잠자는 아이 확인법’은 8월 국회에서 처리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 의사 일정을 고려해 누구 하나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일사천리로 통과될 법안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실만 10여 곳에 달했음에도, 어린이집 통학 차량 안전 장치 의무화 관련 법안은 지역구 관련 법안들에 밀려 법사위 본회의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그 법사위는 지난 7월 김성태 의원이, 여야의 지난한 원구성 협상 난항 끝에 자유한국당의 몫으로 쟁취해낸 것이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좌)/베이비뉴스(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좌)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좌)/베이비뉴스(우)

◇ 사실 국회는 ‘아이들’과 이들을 돌보는 삶에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출산주도성장’이 언급되었다. 그러니 섬뜩할 수밖에.

결국 아이들은 ‘돈’이 되거나 못해도 ‘표’는 되어야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 거구나 싶어질 때면,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은 일이 부모로서 과연 잘 할 인인가 되묻게 된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행복은커녕,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할 수 없는 이 나라에서,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걱정하고 기다린다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을까.

고갈될 기성 세대의 연금을 걱정해, 돈 줄 테니 아이를 낳으라는 공수표를 날린다. 우리는 아동수당 10만 원 도입을 둘러싼 지난한 싸움을 기억한다. 고로, 이 모든 게 토론할 가치조차 없는 공수표 발언이란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이 모든 발언들이 사실은 정치적 환멸과 혐오를 재생산 하려는 고도의 전략은 아닌가 의심스러워진다.

정녕 1억 원을 위해 안 낳으려던 아이를 낳게 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출산 축하금 2000만 원을 제외하고는 20년에 걸쳐 매달 30만원가량씩 분할 지급 받는 방식으로 말이다.

한켠 고마운 것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젠더 불평등 해소’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요구가 저출생의 핵심 화두로 대두되었다는 점이다. 한바탕 논란이 결국 보수 정당의 정략적 자충수가 된 셈이니, 그 대목에서나마 토론의 가치를 찾았다 자위해본다.

◇ ‘돈’이 되거나 못해도 ‘표’는 되어야 사람으로 대접받는 아이들

지난달 21일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 비중은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 분만관련 급여건수(출산건수)를 분석한 결과다. 소득뿐 아니라 양가 부모로부터 실질적인 양육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결혼과 출산만큼 우리 사회 경제적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출생 관련 행사에 가보면 김학용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들이 적지 않게 들린다.

바야흐로 기승전-저출생의 시기다. 주제를 막론하고 저출생 위기 언급이 안 되는 행사를 찾기 어려운 요즘이다. 우리 시대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일까.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인가? 급변한 청년들의 가치관 또는 이기심인가? 아니다. 가장 위험한 문제는,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다.

자식에게 흙수저 부모란 원망을 들을까 두려워 아이를 못 낳겠다는 이들의 절망을, 잠에서 채 깨지도 않은 아이를 들춰 업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시 잠든 아이를 보며 일터에서 돌아와야 하는, 결국 그마저도 어려워 경력단절녀로 쏟아져 나오는 숱한 엄마들의 한숨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평균 연령 55.5세, 평균 자산 36억 7218만 원, 평균 부동산 1인당 16억 2676만 원의, 남성 평균 83%로 기울어진 국회가, 나는 저출생 위기보다 더 무섭다.

숱한 엄마들의 한숨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나는 저출생 위기보다 더 무섭다 ⓒ조성실

◇ "엄마 그래도 우리랑 같이 있어서 행복했지?"

엊그제 밤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하루 힘들었지? 그래도 우리랑 같이 있어서 행복했지?”

아이를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그런데, 아빠가 될지 말지 생각해볼 거야.”

이유를 묻는 내게 아이가 답했다.

“엄마 아빠들 보면 힘들어 보여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아주 솔직하게 아이 낳은 걸 후회해보신 적도 있습니까?”

며칠 전 김현정 피디에게 들었던 질문이 오버랩되었다.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정후야, 며칠 전에 엄마가 방송에서 비슷한 질문을 들었거든. 그런데 엄마는 '엄마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엄마가 된 걸 후회하느냐고 더 이상 묻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엄마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어.”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우아. 엄마, 좋다.”

어쩌면 아이는 내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고맙다거나, 혹은 다행이란 말. 그런 아이를 보며 차마 "그러다가도 가끔 '내가 어쩌자고 아이를 둘이나 낳았을까'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참았던 눈물과 함께 그 말마저 꼴깍 삼킨 밤이었다.

*칼럼니스트 조성실은, ‘육아(育兒)가 육아(育我)’인 사회를 꿈꾸는 전업활동가다.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엄마가 된 일이라고 믿는 필자는, 아이 키우는 일의 중요성과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기에 엄마 개인을 소진해야만 아이를 길러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바꿔야 한다고 믿는다. 때론 엄마라서 벅차고, 때론 엄마라서 보람찬 양가 감정들. 이 모든 경험과 문제의식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하나마을 공동육아 교사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여섯 살 세 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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