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아이의 비결… '2단계' 두뇌를 사용하라
공부 잘하는 아이의 비결… '2단계' 두뇌를 사용하라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09.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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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두뇌 만들기 ①
잠도 안 자고 게임도 안 하고 공부만 하면 당연히 공부를 잘 하게 될까? ⓒ베이비뉴스
잠도 안 자고 게임도 안 하고 공부만 하면 당연히 공부를 잘 하게 될까? ⓒ베이비뉴스

한 방송사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냐는 질문을 해보았다. 학생들의 대답을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공부 잘하는 비법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머리가 타고 나야 한다.’ ‘개인과외를 해야 한다.’ ‘잠을 줄여야 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좋은 학원을 다녀야 한다.’ ‘게임을 줄여야 한다.’ ‘공부만 해야 한다.’ 잠도 안 자고 게임도 안 하고 공부만 하면 당연히 공부를 잘 하게 될까?

2009년 보건복지부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아동·청소년의 생활 패턴에 관한 국제 비교 연구'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의 15~24세 청소년이 학교·학원·집 등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 50분으로, 조사 대상인 30개 OECD 국가 학생들의 평균 공부 시간인 5시간 전후보다 3시간 가까이 길었다. 1주일 기준으로 보면 15시간 더 긴 것이다.

다른 OECD 국가의 경우 일본 청소년은 하루 5시간 21분, 독일은 5시간 2분, 영국은 3시간 49분을 공부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원 등 사교육도 훨씬 많이 하고 있다. OECD의 '2012 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 평균은 주당 3.6시간에 이른다. OECD 회원국 평균은 36분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이다. PISA 학력평가 점수가 가장 높다는 핀란드의 사교육 시간은 주당 불과 6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 청소년들은 주당 8시간 55분을 수학에 할애할 만큼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PISA의 수학 성적(2003년)은 542점이었다. 반면 수학 공부를 한국의 청소년들의 절반 수준인 1주일에 4시간 22분만 하는 핀란드 학생은 544점이었다. 공부하는 시간 대비 성적의 효율성을 따져보면 핀란드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무조건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두뇌 상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있어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토양의 상태가 수확량을 결정하듯이,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공부하는 두뇌의 상태가 공부의 효과를 얻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공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과정의 2단계인 '이해' 과정

그렇다면 농부에게 좋은 토양과 같은, 공부를 잘하는 두뇌는 어떤 것일까? 공부하는 뇌의 중추기관은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생각하고 정리하며 지식을 체계화하는 장소이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 눈과 귀를 통해 뇌로 들어오는 지식이 체득되기 위해 전두엽에서는 3단계의 학습과정이 수행된다.

첫 번째 과정은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가 두뇌에서 인식되고 확인되는 단계이다. 이것을 지식(knowledge) 인지단계라고 한다. 소화기능에 비유하자면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은 일단 위장으로 흘러 들어가듯이 공부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은 전두엽에서 인식되어 확인된다. 

다음 단계로 전두엽에서는 새롭게 확인된 지식들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결합하고 확장한다. 이것이 이해(understanding)하는 2단계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체계화된 지식이 나의 두뇌 속에 인식되고 깨달아지며 정리되는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논리, 정리, 추론, 분류, 분석의 과정이 수행되는 것이다. 소화기능에 다시 비유하자면 위장 속에서 소화액과 버무려져 음식이 소화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두뇌 발달 영역이 바로 학습과정의 2단계인 이해과정이다. 1단계로 들어온 지식을 이해하는 단계로 전환하는 영역이 발달된 뇌를 소유한 학생들은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식을 인식하고 기억만 하는 1단계만으로는 공부를 잘 할 수 없다. 학생들의 공부법 중에서 밑줄을 긋고 열심히 지식을 외우기만 하는 것은 대표적인 1단계 공부법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위장의 상태가 좋지 않아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음식을 그대로 저장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명문대생과 중학생의 암기 대결… 문제는 '아이큐'가 아니었다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였다. 대상은 8명의 대학교 신입생들. 이들 중 4명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수리통계학과 등을 다니고 있었고, 나머지 4명은 미국의 와튼스쿨 등 명문대학교 학생들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잘 볼 수 없는, 소위 천재적인 특별한 학생들이다.

먼저 이들에게 2초에 한 개씩 100개의 단어카드를 5분 동안 보여주었다. 그리고 백지를 나눠주고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보도록 했다. 이들 8명의 평균 정답율은 46.25개였다. 절반 가까이 한 번 본 단어들을 기억해냈다.

이들과 비교하기 위해 경기도의 산본중학교 2학년 7반 37명에게 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이들의 정답율은 23.92개로 앞의 대학생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정답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는 쉽게 ‘역시 머리가 좋은 아이들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차 실험의 결과는 단지 아이큐의 문제가 아니었다. 

2차 실험을 해보았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100개의 단어카드가 10개씩 종류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었다. 사과, 배, 귤 등은 과일 종류이고,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은 운송수단이고, 이런 식으로 힌트를 주었다. 답지에도 10개의 항목을 미리 기록해두었다.

실험의 결과 학생들의 정답율은 40.62개로 높아졌다. 1차 실험 때보다 2배 가까이 향상되었다. 천재적인 대학생 실험집단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갑자기 그들의 머리가 좋아진 결과가 결코 아니다. 정답율이 높아진 이유는 1차 실험 때와 달라진 실험 조건 때문이었다.

학생들에게 지식이 들어오면 사실만 확인하지 말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새롭게 들어오는 지식 사이에 연결하고 확장하는 이른바 '분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준 것이다.

◇ 밑줄 그으며 열심히 외우는 '1단계'에만 몰입하는 학생들

반면 다른 실험집단인 대학생들은 이미 1차 실험에서 아무런 힌트가 없었음에도 답지에 8명 모두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종류별로 단어가 기록되어 있었다. 어떤 학생은 항목별 제목까지 스스로 붙여 놓았다.

이들은 사과라는 단어를 인식한 후 바로 과일이란 항목을 떠올리면서 두뇌의 전두엽에서 2단계 분류작업을 했다. 의자라는 단어를 인식했을 때는 가구라는 지식과 연결하여 분류를 했을 것이다. 그들의 전두엽에서 학습의 2단계가 자연스럽게 수행되고 있었다.

반변 중학생 실험집단은 첫 번째 실험에서 사과를 본 순간 ‘아, 사과구나. 사과는 맛있지.’ 이것이 끝이었다. 사과는 사과일 뿐이다. 나도 사과 정도는 안다는 것으로 끝을 냈다. 사실을 인식하고 확인하는 1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학습의 2단계가 두뇌에서 수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을 끄집어내기가 어려웠다. 

요즘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자주 경험하는 일이 있다.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아이들이 ‘나도 저거 아는데’라고 말한다. 그리고 더 이상 선생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 새로운 지식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는지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이해의 영역을 만들어가려는 전두엽의 2단계 영역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마치 TV 앞에 앉아 개그프로그램을 보듯이 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 같다. 개그프로그램을 볼 때는 재미있으면 까르르 웃고, 재미가 없으면 바로 흥미를 접어버린다. 개그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하며 이해의 영역 가운데로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뇌 상태가 되어 교실에 앉아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도 동일하게 반응한다. 선생님이 개그감을 가지고 웃겨주면 조금 관심을 갖다가 다시 교과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면 흥미를 잃고 고개를 숙이거나 잡담을 하며 산만해진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그리고 자습하는 시간조차도 밑줄을 그으며 열심히 외우는 1단계에만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공부하지만 효과가 없다. 심지어 어떤 학생들은 이제 스스로 공부를 하라고 선생님이 자율학습 시간을 주면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하며 난감해하곤 한다.

◇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시간 갖도록 도와주어야

마지막 3단계는 이해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지식이 자신의 것이 되어 표현되는 단계이다. 이것을 지혜(wisdom)단계 또는 창의력 발휘 단계라고 한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최종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다시 소화기능에 비유하자면 소화된 음식물의 영양분들이 장기의 모세혈관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책을 잘 읽고 토의와 토론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2단계를 발달시키는 좋은 도구라면, 노트 정리와 글쓰기는 3단계의 능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창의력과 함께 도덕성(혹은 분별력)이나 주의집중력(통제력) 또한 3단계의 뇌 활동이 잘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열매 중의 하나이다.

공부를 잘 하는 두뇌를 만들려면 1단계의 공부를 넘어 2단계와 3단계가 두뇌의 전두엽에서 잘 수행되도록 연습하여 익숙해지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열심히 지식을 집어넣기만 하는 것은 1단계일 뿐이다. 학원에서 다시 선행학습으로 새로운 지식을 이해도 못한 채 집어만 넣는 것도 역시 1단계이다.

집에 와서 할 것 다했으니 이제는 열심히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며 재미에만 반응하고 있다면 아이의 뇌에는 2단계와 3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뇌 영역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은 재미에만 반응하는 1단계만 반복할 뿐이다. 

2016년 정보화진흥원의 인터넷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4시간 47분에 이른다. 스마트폰이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을 보내기에는 여러모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토양을 황폐화시키듯이 공부하는 두뇌의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원하고 기대한다면, 부모는 자녀가 영상기기 사용을 줄이고 대신에 좋은 책을 잘 읽고 공부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며 자신의 생각을 쓰는 시간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토양이 비옥해지듯이 2단계(이해)와 3단계(지혜)의 영역이 풍성해지는 공부하는 두뇌가 만들어지고 결과적으로 공부를 잘 하게 된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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