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보다 '함마'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엄마보다 '함마'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10.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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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육아 #손주육아 #육아방법 #육아템 #육아갈등 #가치관 #세대차이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육아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미끄럼틀을 타다가 실수로 넘어졌는데 놀란 아이가 울면서 미끄럼틀을 가리키자 아이의 할머니가 “저 녀석이 그랬구나. 때찌, 때찌!” 하며 미끄럼틀을 야단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지켜보던 며느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머니, 때찌는 부모가 가르치는 제1의 폭력이래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의 당황스러운 표정이란!

나도 소위 '요즘 엄마'의 입장에서 어른들이 아이를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심지어 곁에서 가장 많이 도와주는 친정 엄마와도 육아 문제로 부딪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서 아이를 위하는 일임은 모두가 한마음이겠지만 방법의 차이는 세대 간의 갈등마저 불러온다.

엄마가 직장을 다녀 조부모님이 아이를 봐주는 집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나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를 봐주는 어머니가 아이에게 김치를 먹이고 있었다고 속상해했다. 이제 세 살 정도인 아이라 아직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도록 부탁했는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어린아이 때부터 골고루 먹어야 편식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단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제가 짊어져야 할 일을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늘 불편했다는 지인은, 이렇게 종종 육아 문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사실 하나의 문제만 놓고 봐서 그렇지, 종일 아이를 봐주시는 조부모님의 노고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자신의 육아 가치관에 맞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할머니는 아이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만 들 것이다.

엄마와 할머니. 육아 방법은 다르지만 아이를 위한 마음은 똑같아요!
엄마와 할머니. 육아 방법은 다르지만 아이를 위한 마음은 똑같아요! ⓒ여상미

◇ 결국 이 모든 갈등도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것

그렇다고 조부모님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무조건 낡고 고쳐야 하는 옛 것만은 아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아무리 달래고 안아줘도 잠들지 못하고 칭얼대던 때가 있었다.

아기띠로 아기를 메고 온종일 집안을 서성거려봐도 좀처럼 아이가 누그러지지 않았는데, 그때 친정엄마가 재래시장에서 사온 포대기로 ‘어부바’를 해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곤히 잠들었다. 나는 지금도 커다란 천에 불과한 그 물건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낯설기만 한데 엄마는 능숙하게도 아이를 업고 집안일까지 하시더라.

예전에 아이를 안고 택시를 탔을 때 연세가 많이 드신 할아버지 택시 기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본가에 아이를 맡긴 아이 엄마가 아이가 보챌 경우 아기띠를 하면 편하실 거라며 놓고 갔는데 도무지 희한하게 생긴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육아를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들도 넘쳐나는 요즘, 새로운 것을 바로바로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들과 달리 몸으로 부딪히며 육아를 경험해오신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물품조차도 낯선 것들 투성이일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들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과거의 방식이 미련스럽고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육아 장비부터 가치관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진 시대이다 보니 육아 문제로 부모와 조부모 간의 마찰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젊은 세대의 경제생활 등으로 조부모의 손주 육아가 일상화 되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 태어나 모든 것을 처음 배우는 아기에게 우리가 인내를 가지고 가르치듯이, 나의 부모님께도 그러한 마음으로 천천히 기다려드리면 어떨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너무 서운하게 담아두지 말고, 그렇다고 당장 바꾸기를 요구하지도 말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아마 그간에도 갈등은 또 생기기 마련이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이 우리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나의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오늘도 눈만 뜨면 “함마”(할머니)를 찾는다. 아마 아이에겐 세상에서 부모를 대신할, 유일한 버팀목인가 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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