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수린이의 거울 그림 속 놀라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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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수린이의 거울 그림 속 놀라운 '비밀'
  • 칼럼니스트 김정은
  • 승인 2018.10.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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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그림 엄마글] 말트임이 늦었던 딸의 그림 이야기

수린이가 그린 그림 중에 유독 가슴 한켠을 파고드는 그림이 있습니다. 여덟 살에 그린 ‘거울아, 거울아’입니다.

거울아, 거울아(8세 그림). ©유수린
거울아, 거울아(8세 그림). ©유수린

그림 정중앙에 커다란 화장대가 있습니다. 화장대 위에 둥근 거울이 걸려 있습니다. 화장대 아래 사과 바구니가 있는 것으로 보아 동화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 같습니다.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거울 속 얼굴이 이상합니다. 동그란 눈과 쭉 찢어진 눈이, 작고 귀여운 코와 큰 매부리코가 겹쳐 보입니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입술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자세히 보니, 소녀의 얼굴과 마녀의 얼굴이 겹쳐 있습니다.

미술대회 입상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시상식에 갔던 날, 이 그림을 처음 만났습니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주인공 수린이는 그림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상 받을 때 잠시 기분이 좋았다가 내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으로 상을 받아서 오히려 속상하다나요? 집에 와서도 그림 액자를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수린아, 엄마는 이 그림이 맘에 들어.”

“실패작이에요! 잘 그리고 싶었는데… 망쳤어요!”

“잘 들어봐. 그림에서 이야기가 들려.”

그림 액자를 수린이 귀에 갖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수린아, 안녕! 난 거울이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춰. 예쁠 때도 있고 미울 때도 있지. 지금처럼 둘 다 일 때도 있고….”

그제야 수린이가 그림을 들여다보며 물었습니다.

“엄마, 이 그림이 진짜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양 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액자 유리를 벗겨달라고 했습니다.

“이 그림에 비밀이 있어요!”

거울아, 거울아(8세 그림). ©유수린
거울아, 거울아(8세 그림). ©유수린

액자 유리를 벗기자, ‘거울아, 거울아’가 순식간에 세 개의 다른 그림으로 변신했습니다. 거울에 찍찍이가 붙어 있습니다. 투명 필름에 유성 매직으로 한 장에는 소녀 얼굴을, 다른 한 장에는 마녀 얼굴을 그렸습니다.

소녀 그림을 붙이면 예쁜 모습을 비추는 거울 그림이 되고, 마녀 그림을 붙이면 미운 모습을 비추는 거울 그림이 됩니다. 한꺼번에 소녀 그림과 마녀 그림을 붙이면 예쁘고 미운 모습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 그림이 됩니다.

◇ "선하지 못한 사람은 선한 사람의 거울입니다"

열 살 수린이와 여덟 살에 그린 ‘거울아, 거울아’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예전에 놓쳤던 부분이 보입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빨간 약과 파란 약처럼, 그림 왼쪽에는 빨간색 문이 그림 오른쪽에는 파란색 문이 있습니다. 그림 속 ‘나’는 두 문 사이 좁다란 공간에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열 살 수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수린아, 왜 한쪽은 빨간색이고 다른 한 쪽은 파란색이야?”

“그냥요!” 

수린이의 대답과 상관없이, ‘거울아, 거울아’가 영화 ‘매트릭스’ 속 모피어스가 되어 질문합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거짓의 세계를 뚫고 진실의 세상을 볼 것인가?”.

수린이 아빠도 ‘거울아, 거울아’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림을 볼 때마다 노자의 도덕경 27장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선한 사람은 선하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요, 선하지 못한 사람은 선한 사람의 거울입니다. 스승을 귀히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거울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지혜롭다 자처하더라도 크게 미혹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막힌 신비입니다.(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資, 雖智大迷, 是謂要妙)"

동화 ‘백설공주’와 영화 ‘매트릭스’에서 노자의 ‘도덕경’까지,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그림 ‘거울아, 거울아’가 좋습니다. 안방 입구 좁은 통로에 걸어놓고 매일 아침 들여다보며, 그림이 던지는 질문을 되새깁니다.

*칼럼니스트 김정은은 글 쓰는 엄마입니다. 다년간 온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은 경험을 담은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2016)과 엄마와 두 딸의 목소리를 담은 「엄마의 글쓰기」(2017)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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