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 고성·몸싸움으로 '파행'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 고성·몸싸움으로 '파행'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10.0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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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관계자들 격렬 항의… "모든 사립유치원이 적폐인가"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현금지원! 제도개선!"

박용진 의원실이 주최하는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5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이 주최하는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가 열렸다.

시작 한 시간전부터 사립유치원 관계자 200여 명이 원래 토론회 장소로 예정한 제2세미나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참석인원을 예상하지 못했던 박용진 의원실은 제3세미나실로 변경해 토론회를 시작했다. 

예정 시간을 10분 넘겨 시작한 토론회는 개회부터 참석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고성을 내며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국가 지원 구조가 잘못됐다며, 토론회 제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의 고성과 항의에도 박용진 의원은 개회사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 세금이 쓰인 곳에 단서가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관계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에 의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단상을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관계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사립유치원 관계자 200여 명 집결… "토론회 제목부터 문제 있다" 항의

첫 번째 발제가 시작됐으나, 발제자가 발제를 진행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끊임없이 고함과 항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 앞에 항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이들이 몰리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교육자들이 질서를 지켜주셔야 한다",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항의를 이어가자 "전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할 얘기가 있으면 (유치원) 연합회에 전달해달라"며 참석자들의 정리를 유도했지만 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시 30분경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을 다룬 두 번째 발제가 진행되면서 화면에 사립유치원 회계장부가 띄워지자, 이를 가리기 위해 관계자들이 앞으로 나온 탓에 결국 토론회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연합회와 만남 자리를 갖고 직통번호를 전달했으나 만남 이후 항의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며 "대화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직접 장내 정리에 나선 박 의원은 단상에서 "(유치원) 연합회 임원이 나와 저와 토론을 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한 관계자가 나서서 "사립유치원은 우리나라 유아교육 120년 역사를 이끌어왔다"며 "사립유치원에 국가가 관심을 가진 적도 지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운영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면서 유치원이 (지원금을) 잘못 쓴 비리집단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의원이 즉석 토론을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회를 주최한 박용진 의원이 즉석 토론을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용진 의원과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세미나실 밖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박용진 의원과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세미나실 밖 바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회계장부 화면 가리려 단상 앞까지… 몸싸움에 토론회 중단

오후 3시 10분 박 의원은 즉석에서 토론을 요청했고, 항의를 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제3세미나실 밖으로 나와 바닥에 앉았다. 박 의원이 세미나실 밖에서 몇몇 사립유치원 관계자와 즉석 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안에서 토론회가 재개됐다. 

정인숙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이 '감사로 본 사립유치원 운영 실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이를 막기 위해 발제자가 있는 쪽으로 몰려들어 국회 경호인력 10여 명은 스크럼을 짜고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았다.

단상에서는 두 사람이 어두운 색 우산을 들고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화면을 막았다. 영수증 내역 등 발표자가 준비한 내용을 화면에 표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토론회는 오후 3시 40분경 종료됐다. 박용진 의원은 경호인력과 함께 토론장을 빠져나갔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퇴장하는 박 의원을 향해 "내가 저 사람 지역구야", "너나 제대로 해" 등의 야유를 던졌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들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세미나실 밖에서 즉석토론이 벌어지는 동안 단상 주변에 앉아 있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미나실 밖에서 즉석토론이 벌어지는 동안 단상 주변에 앉아 있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단상에서는 두 사람이 어두운 색 우산을 들고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화면을 막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단상에서는 두 사람이 어두운 색 우산을 들고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화면을 막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공정하고 객관적인 토론 기대 힘들다" 한유총 입장문 배포

이날 토론회에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뿐 아니라, 경기지역 YMCA 회원들도 참가했다. 이들은 "사립유치원의 비리 내역과 관련한 내용을 듣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에서 온 학부모 박미란 씨는 "(사립유치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듣고 공청회에 처음 참여하게 됐다"며 "오늘 와보니 이분들이 원장선생님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 비리감시 내용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는 박 씨는 "둘째 아이를 유치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유치원이 좋은 곳도 있지만 오늘 토론회에서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세미나실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실랑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이 자리에서 입장문을 배포했다. 입장문에서 한유총은 "과연 모든 사립유치원은 비리의 온상이며 회계 부정을 통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적폐집단인가?"라고 질문했다. 

이들은 "4천이 넘는 사립유치원들 중에 경기도 시민감사단의 감사를 받은 곳은 93곳이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극히 일부다"라며 "토론회 좌장에서부터 발제자까지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을 보는 인사들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오늘 토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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