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사진만 가득 찬 아빠의 핸드폰
아이들 사진만 가득 찬 아빠의 핸드폰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10.1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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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부지런히 아이들의 일상을 찍어두세요

어제 간만에 핸드폰 사진을 정리했습니다. 사진을 보다가 문득 오래전 사진 폴더를 열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가 전업으로 아이들을 보기 전, 다시 말해 회사 다니던 시절의 폴더들을요. 

그때의 사진들을 보니 저의 일상 사진 반, 아이들 사진 반이었습니다. 회사 업무를 위해 찍어놓은 사진들도 있었고 회사 동료들과 회식하며 찍어놓은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5년이 지난 터라, 보다 보니 '나에게 이런 적도 있었나'라고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반면 아이들 사진들은 찍은 시간과 장소는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집에서 찍은 사진은 대부분 퇴근한 이후 저녁에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늦은 밤, 아이들의 재롱이 귀여워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놓았더라고요. 아니면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하며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전업으로 아빠 육아를 시작한 이후의 폴더들을 열어봤습니다. 사진의 대부분은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이었습니다. 사진을 찍은 시간과 장소들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침에 어린이집 데려다주면서 같이 찍은 사진, 하원 후 동네 놀이터에서 찍은 사진, 저녁 식사 먹이면서 찍은 사진, 밤에 잠재우면서 찍은 사진까지. 아이들의 하루 일과가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모두 제가 함께 있었고요.

5년 전과 후의 둘째.
5년 전과 후의 둘째 ⓒ노승후

그 사진들을 비교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 잘한 걸까?'

아빠가 퇴사를 하고 전업주부로 살기 시작한 결정. 그동안 후회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진첩을 다시 돌아보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래, 최소한 아이들과의 추억은 남았잖아.'

예전처럼 회사 다니면서 바쁘게 지냈다면 아이들과 깊은 추억을 만들지도, 공감을 만들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말처럼 아쉽지만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힘든 시간도 분명 있었지만, 충분히 아이들과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고 아이들을 손수 키우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컸으니까요. 

어느새 훌쩍 커버려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 아이들 사진을 찍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귀여워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어눌어눌 말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영상을 찍어대곤 했었는데 말이죠. 제가 굳이 안 찍어줘도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어플을 켜서 예쁜 셀카를 찍습니다. 그러니 저장된 아이들 사진도 해가 지날수록 줄어들어갑니다.

5년 전과 후의 첫째.
5년 전과 후의 첫째 ⓒ노승후

몇 년 후에는 아빠가 아이들 사진을 찍을라치면 이런 말도 듣게 되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저, 초상권 있어요. 찍지 마세요."

그때, 제 핸드폰 사진 폴더에는 아이들 모습보다는 다른 무엇이 더 많이 들어가 있겠지요. 곧 다가올 현실을 생각하면 살짝 두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그동안 애지중지 키웠는데, 사춘기 왔다고 아빠를 멀리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에게는 지난 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낸 사진들이 수없이 있으니까요.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아이들이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때 그 시절을 함께했던 추억이 제 사진첩에 있습니다. 가끔씩 아이들이 컸다고 말을 안 들을 때면 그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추억에 젖을 생각입니다. 

기저귀 갈아주던 둘째, 옷 입혀주던 첫째. 아이들이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그 순간순간마다 함께했고 행복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더 커서 초상권 이야기 꺼내기 전까지는 좀 더 부지런히 사진을 찍을 생각입니다. 아이들의 재롱과 귀여운 모습들이 보고 싶을 때를 위해서 동영상도 많이 찍어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아이들은 오직 사진과 영상으로만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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