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강북을)이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를 내걸고 진행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유치원 원장들의 방해로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유치원 관계자들이 토론회 내용과 제목을 문제 삼아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탓이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토론회장을 점거하고 발표 내용을 가리기 위해 우산까지 동원해 스크린을 가리려 애썼다. 유치원 원장들이 우산으로 가리고 싶어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기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였다. 그 감사 결과의 핵심 내용을 공개한다.
◇ 한 해 2조 원 넘게 지원 받는데 회계 감독은 ‘깜깜’
‘감사로 본 사립유치원 운영 실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인숙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국고지원금은 사립유치원 연간 예산의 45.07%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감사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유아학비, 방과후과정비, 처우개선비, 단기대체교사 인건비, 급식비 등으로 사립유치원 1101곳에 5237억 원을 지원했다.
과연 이 돈은 제대로 쓰였을까? 2015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경기도교육청이 관내 사립유치원(1101곳)의 8.5%에 해당하는 94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감사 결과, 경기도교육청이 보전 조치(부정 지출 금액을 유치원 교비에 채워 넣음), 회수 조치(부정 지출 금액을 교육청에 환수함), 학부모 환급 등의 재정적 조치를 요구한 사립유치원은 92곳에 달한다.
사립유치원에서 발생한 회계 부정은 크게 ▲교육과정 편법 운영 ▲회계 부정(사적 재산 증식·사적 사용·가장 거래·가족 중심 운영) ▲급식 운영 및 지출 부정 ▲시설 ▲기타 등으로 나뉜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사로 확인된 내용 중 비위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한 사립유치원 18곳은 검찰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한 해 2조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사립유치원에 지원한다”면서 “세금이 쓰인 곳은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페이퍼컴퍼니로 착복하고 부실한 급식로 아이 안전까지 위협
구리 남양주의 한 유치원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2014년 8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교비 5억 2417만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과정에서 2년 동안 100억 대 교재비를 착복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골드바를 보냈던 한 유치원 설립자는 벤츠와 아우디 등 자신의 외제 차량 3대 보험료 1400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학부모 선물로 도자기 구매에 2500만 원, 선글라스 구입에 3300만 원을 쓰면서 라이브 주점 등 사용처가 의심 가는 지출을 2억 원 가량 했다는 점이 감사결과 밝혀졌다.
또다른 유치원은 2014~2015학년도 신용카드 사용 후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다수 누락하고, 신용카드로 약 11억 9000만 원을 연휴기간 중에 사용하거나 골프장에서 결제하는 등 사적 사용이 의심되는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경기도와 인접시도에서 다수의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대표 유치원을 통해 회계 등 일괄 운영을 맡긴 원장도 있었다. 이 유치원은 동일 증빙자료를 복사해 다른 유치원의 증빙자료로 활용하거나, 가족 명의로 교재·급식 회사를 설립하고 설립자가 운영하는 식재료와 교재를 납품해 증빙자료 없이 대금을 결제하는 등의 수법으로 50억 원 상당을 지출했다.
사립유치원 감사를 통해 이들의 비리가 아이들 안전과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 유치원 영양사는 교원 신분으로 영양사를 겸직하면서 2016년 3월부터 2017년 8월까지 18개월 동안 영양사 인건비 130만 원을 수령했다. 그동안 식자재구매·검수서와 유치원 급식일지를 관리한 기록이 없고, 보존식 관리도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 또한 해당 영양사는 동시에 유치원 4곳의 영양사도 겸임하고 있어 영양사 면허 대여를 의심할 수 있는 내용이 포착됐다.
◇ 한유총, 명단 공개에 반발...시민감사관 자질 비판
이날 토론회에 모인 유치원 관계자들은 토론회장에서 유치원 비리 내용과 영수증 자료 등이 공개되자 난감한 태도를 보였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들어있다”며 녹취를 바탕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토론회장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비리문제가 있다고 언급된 곳은 전체 사립유치원의 극히 일부”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2017년의 경기도 시민감사단의 감사결과는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는 회계기준으로 인해 이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며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 제정을 계속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한유총은 “(시민감사단은) 원칙을 무시하고 감사대성 유치원을 사실상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 밝혀졌으며, 1톤 트럭분량의 무리한 수감자료를 요구하고 1달이 넘는 비정상적인 감사로 일선 유치원 교육현장을 마비시켰으며 학교시설업자가 시민감사관으로 활동하는 것도 모자라 수천만 원 수당 등 각종 논란과 의혹에 중심에 있다”며 시민감사단의 자질을 비판했다.
◇ 어린이집도 회계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아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어린이집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김호석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 반장이 준비한 기조발제문 ‘유치원·어린이집 실태 점검결과’를 보면, 어린이집 또한 회계부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교육부, 보건복지부, 시·도교육청, 시·도와 합동으로 회계집행과 급식·위생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실태 파악과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9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점검이었다.
총 91개 시설에서 609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고, 부당 사용금액은 205억 원에 달했다. 유치원 54곳에서 위반사항 398건과 부당 사용금액 182억 원이 발견됐으며, 어린이집 37개소에서도 211건의 위반사항과 부당 사용금액 23억 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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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유치원마다 방과후 활동 등 다양한 과외활동을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돈을 받아가기도 했다는데 이런거 원마다 기준도 다르고 액수도 달랐겠죠.
유치원, 어린이집 자체가 사각지대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