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보육교사 뚜 루룻 뚜루, 행복하게 뚜 루룻 뚜루, 일할 권리 뚜 루룻 뚜루 지켜줘! 오예!”('상어가족' 노래 개사)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따가운 가을 햇볕 아래 '상어가족' 노래를 개사해 부르며 노란 풍선을 들고 "제대로 가자, 사회서비스원!"을 외친다. 비눗방울을 만들며 함께하는 아이들과 큰 개 한 마리도 대열에 합류해 힘을 보탰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재가요양지부, 사회복지지부 돌봄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은 이날 유모차·휠체어·이동식 침대를 끌고 서울 시내 한복판을 행진했다.
행진에 앞서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지부장은 “사회서비스원은 절대적으로 보육에 필요하다. 아이들을 위해서 입만 터는 원장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현장을 살피려면 책임의 테두리 안에 보육은 꼭 들어가야 한다. 현장은 원장의 임금갈취, 횡령, 종교 강요, 학대, 괴롭힘 등으로 아비규환이다. 부디 살려 달라”며 사회서비스원에 보육 분야가 포함돼야 함을 호소했다.
사회서비스 공동사업단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종각-롯데백화점을 지나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행진을 이어갔다. 150여 명의 돌봄노동자들이 모여 “돌봄노동자는 요구한다. 제대로 가자, 사회서비스원!” 구호를 외쳤다.
전날 이들은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기본계획(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고, 서울시에 보육 분야가 빠진 사회서비스원 기본계획을 전면 재설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 “원장이 교사에게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반대하라고 강요”
“선생님들, 잠시만 좀 모여봐. 사회서비스공단 들어봤어? 보조 선생님, 옆 반 선생님 이리 오세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줄게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한다는 거 들어봤죠? 그거 하면 안 돼. 설문지 돌리니까 ‘반대한다’에 사인해줘요.” (원장 역할 맡은 15년차 교사 대사)
15년차 보육교사가 원장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섰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반대에 사인을 강요하는 원장의 모습을 콩트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세 명의 교사가 더 나왔다. 두 교사는 원장이 시키는 대로 “네네” 하는 교사 역할, 나머지 한 교사는 원장의 말에 시시콜콜 꼬투리를 잡거나 질문을 해서 원장을 피곤하게 하는 역할이다.
“선생님들은 교사잖아. 노동자가 아니지. (네, 그럼요. 저흰 선생님이죠.) 요양보호사들 아시죠. (네네) 그 사람들은 교사 아니잖아. (네네, 그렇죠) 우리는 유보통합 가야지. 유보통합 해서 선생님들은 유치원 교사와 동급이어야지. (그럼요, 그럼요) 잘 들어봐, 사회서비스공단이 되면 선생님들은 국가가 '너는 경남 가서 일해', '너는 수원 가서 일해' 이렇게 해요. (아~네) 그러니까 ‘반대’ 알았죠? (네네)”
“아니 지난번에는 원장님 유보통합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반대할 일이 아니던데요. (선생님은 이따가 원장실로 와!)”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던 사람들은 박장대소했다. 실제 보육 현장에서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반대에 사인하게 하는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콩트가 끝나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참가자들은 또 한 번 노란 풍선을 들고 “제대로 가자 사회서비스원!”을 외쳤다.
◇ 보육교사들 “보육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시켜주세요!”
이날 행진에 참석한 돌봄노동자들은 김해, 천안, 춘천, 대구 등 전국 각지로부터 왔다. 노란 풍선을 매단 유모차를 끌고 서울 한복판을 누비는 보육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육교사 A 씨는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험난한 보육 현장을 잘 견디고 있고, 원장들의 꼼수를 이겨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원장님들, 꼼수 부리지 마세요. 다 알아요! 보육을 사회서비스원에 포함시켜주세요!”라고 외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경남 김해시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다는 13년 차 보육교사 B 씨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기본 계획에 돌봄이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저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아이까지 데리고 이렇게 서울로 왔다. 보육교사 경우 이직률이 높고 원장이 직접 교사를 고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하다. 교사가 안정되면 아이들도 더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보육교사 C 씨는 남자친구와 동생, 그리고 개까지 함께 데리고 왔다. 김 씨는 “보육노동자가 힘들고 열악하게 일하고 있다는 걸 가족과 남자친구도 잘 알고 있어서 저와 전국에 있는 보육노동자를 지지해주기 위해 함께 왔다”며 “시민들에게 보육교사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보육교사가 행복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끄는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그는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집회 한다고 해서 아이를 데리고 왔다. 민간 위주인 보육이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것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쾌한 ‘상어가족’ 노래에 인형 태운 유모차 행진… 시민들 관심 집중
이날 행진에는 노란 풍선을 매달고 아이를 태우거나 형형색색의 인형을 태운 유모차가 많은 시민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유쾌한 '상어가족'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자 행진하는 돌봄노동자와 보는 이도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엄마와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이 만드는 비눗방울도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한몫했다.
행진 대오가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올라가자, 버스를 탄 시민들이 창문을 열고 무슨 일인지 살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에 선 사람들은 유모차에 탄 알록달록한 인형 등을 보면서 “뭐 하는 거냐?”고 옆 사람한테 묻기도 하고, “참 재미있네”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외국인들을 비롯한 국내 관광객들도 이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두 딸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지나던 시민 장재은 씨는 “아이가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어서, 촛불 집회와 같이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말을 모여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런 퍼포먼스는 처음 봤는데 유모차 끌고 나온 모습 보니까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보육노동자들의 권리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해,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돌봄노동자라고 하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감을 잘 못 잡으시는 것 같아서 이번에 유모차와 휠체어 등을 끌고 이런 노동을 한다고 시각적으로 보여드렸는데 반응이 대개 좋았다.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전달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 부위원장은 오는 15일부터 엄마들, 여성단체, 참여연대, 민변, 사회단체와 같이 ‘사회서비스원을 원한다’는 천 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추후 계획을 언급했다. 서 부위원장은 “사회서비스원이 돌봄노동자만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원하고, 집에 모셔야 할 어르신이 계신 분들도 원하고 전 국민이 원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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