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낸 날을 기억한다. “헤어질 땐 단호하게 바로 나와야 한다”는 선배엄마들의 조언대로 우는 아이를 뒤로하고 쿨하게(사실은 쿨한 척) 어린이집을 나왔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도 훌쩍거렸다. 첫날이라 겨우 한 시간 떨어져있기로 했는데,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 가는지. 혹시 아이가 울지 않을까, 엄마에게 서운해 하지 않을까 갖가지 생각들로 너무나 긴 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한두 달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 불안한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막연한 걱정도 있었을 것이다. 낮잠을 안자면 아이를 미워하진 않을까, 밥도 안 먹고 투정부리면 선생님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워낙 어린이집 사건, 사고가 많았을 때라 더 그랬다. ‘상처받을 일이 생겨도 아이는 말도 못하는데, 내 아이가 아동학대의 당사자가 되면 어떡하지?’ 내색하진 않았지만 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는 초보엄마의 걱정은 꽤 오래 이어졌던 것 같다.
아이는 엄마의 걱정을 뒤로 하고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다. 말도 잘하고 친구도 꽤 사귀었다. 가기 싫다고 투정부리며 놀이터로 달려가긴 하지만, 어린이집에 들어갈 땐 웃으며 인사한다. 이런 아이를 보면서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어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교사는 개월 수도, 성격도, 성향도 다른 아이 7명을 짧게는 하루 6시간 이상을 보육하고 있다. 등하원 시간도 제각각인 아이들을 한명씩 신발 벗기고 가방 챙기고 옷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돌본다. 다툼이 나면 달래주고 중재해주고 또 화장실 가고 싶은 아이는 아이대로 돌볼 것이다. 점심먹이기 전에 손 씻기고 밥 안 먹는다는 아이(아마 우리 아이) 달래며 밥 먹이고 식판 정리한 뒤, 낮잠 이불 펴서 7명 아이들을 토닥토닥 잠도 재워주실 것이다. 아이들 잠자면 일일이 부모들한테 알림장도 써서 보내고(잠 안자는 아이는 아이대로 보살피면서), 아이들 깨워서 간식 먹인 뒤 하원준비까지. 이후엔 교실 청소하고 수업준비도 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정신없는 하루를 교사들은 매일매일 보내는 것이다. 나를 대신해 이런 수고를 해주시는데, 혹시나 하는 걱정을 조금이라도 했다니!
물론 교사에겐 ‘일’이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듯 아이 돌보는 게 직업 정신 하나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나는 하루에도 몇 십번 마음속에 참을 인을 새긴다. 냉장고에 붙여둔 메모 ‘아이에게 화내지 않기, 소리 지르지 않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키지 못할 때도 많다. 교사가 자식도 아닌 아이들을 몇 명씩 달래고 보살필 수 있는 건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치원 비리에, 보육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까지 마음이 착잡하다. 이유가 어찌됐든 부모 입장에선 유치원, 어린이집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고 다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교사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의심스러운 일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하고 확인해봐야 한다. 하지만 교사는 내 아이를 부모 다음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하고 가장 많이 안아주는 사람이다. 하원할 때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속상한 일이 있었다면 왜 그랬는지까지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아이의 마음이 아플까 안쓰러워하는 분이다. 그런 교사들이 요즘같이 뒤숭숭할 때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신뢰해야 할 관계다. 신뢰하고 있다는 마음을 주고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건네줄 때 내 아이도 더 웃으면서 어린이집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오늘은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을 담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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